스내커

왜 서울 택시는 뉴욕 옐로우캡 같은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가?

뉴욕시에서 2020년까지 뉴욕 택시의 1/3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사에는 친절하게 1/3이면 약 4,400대라는 설명까지 붙었다. 처음에 숫자가 잘못된, 오타로 생각했다. 뉴욕을 상징하는 것 10개를 꼽으라면 ‘Yellow cab’이라 불리는 뉴욕의 택시가 들어갈 것이다. 엄밀하게 옐로우캡은 시카고의 택시회사 이름이었으나, 미국의 택시를 총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숫자가 가장 많고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띄어서인지 뉴욕의 택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국한되어 쓰이기도 한다. 미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뉴욕, 특히 맨하튼에서는 옐로우캡 택시를 자주 이용했다. 길에서 손을 들어 태시를 잡을 수 있는 미국의 도시가 거의 없기에 더욱 사람들에게 가깝게 느껴지고, 뉴욕의 택시를 옐로우캡의 대표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뉴욕 옐로우캡의 숫자가 1/3이 4천여대이니 전체가 13,000여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너무 적게 느껴졌다. 비교 삼아 서울의 택시 대수를 알아봤다. 서울은 뉴욕의 다섯 배가 넘는 무려 7만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란다. 다른 도시와도 비교하여 박원순 시장이 2013년 6월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게 눈에 띄였다. “인구 천명 당 택시 대수가 도쿄는 5대, 뉴욕은 1.7대. 런던은 2.1대이지만, 서울은 무려 7대로 뉴욕의 서너 배 되는 등 수요에 비해 택시가 너무 많다.” 뉴욕보다 훨씬 많은 대수의 택시가 서울 도로를 달리고 있고, 더욱 많은 사람이 이용했을 터이다. 그런데 서울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로 택시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 택시’와 관련된 연상을 얘기하라면 어떤 것들이 나올까? 속도, 불친절, 저렴한 요금 등이 나오지 않을까? 사실 뉴욕의 옐로우캡이라고 해도 별로 좋은 연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미국의 코메디언이 이런 조크를 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오늘 옐로우캡을 탔는데 깜짝 놀랐어. 기사가 영어를 하더라구.” 1990년에 빌 머레이와 지나 데이비스가 출연한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Quick change>에서 큰 웃음을 주고 이야기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옐로우캡 기사이다. 어찌 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옐로우캡 기사의 상당수가 인디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소위 서남아시아인들이다. 아프리카 대륙 출신들도 꽤 되었고, 한국인은 딱 한 명 만났었다. 그러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친절하기 아주 힘든 조건이다. 요금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차량도 맨하탄을 비롯한 뉴욕 일대의 도로사정이 좋지않고, 그런 길을 마구 달려서인지 승차감이 형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보다 대수부터 시작하여 여러가지로 나쁜 조건을 가진 뉴욕의 옐로우캡 택시가 어떻게 뉴욕을 상징하게 되었을까? 도시자체의 브랜드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택시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니 당연한 소치이다. 뉴욕 택시는 바로 다인종다문화에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뻔뻔스럽기도 하고 자기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길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뉴요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서울의 택시에서는 ‘불친절’로 받아들여질 행동이 뉴욕의 택시에서는 ‘뉴욕스러움’으로 인식된다. 서울의 택시는 요금이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뉴욕의 비싼 요금은 역시나 뉴욕의 생활비는 비싸다며 뭉퉁그려 들어간다. 부정적인 사실들까지도 브랜드 안에 용해시키는 거대하지만 확실한 뉴욕이라는 브랜드가 바로 옐로우캡이란 자신의 브랜드 상징요소에까지 영향을 미친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역사성이다. 뉴욕의 옐로우캡은 1910년에 이미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100년이 넘은 역사에 노란색으로 시각적 일관성을 그 오랜 세월을 지켜 왔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이에 비해 서울의 택시는 일제시대에는 극소수로 극히 한정된 사람들만이 이용했고, 해방 이후 찦차를 개조한 까만 색에서 한때는 녹색의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었고, 주황색이 나왔지만 아직 색상이 제각기이다. 그 색상들도 대개 그리 눈에 바로 띄는 것들은 아니다. 그리고 앞서 <Quick change>란 영화를 얘기하기도 했지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택시가 영화를 이끌고 가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아예 제목에서부터 택시를 붙이고 들어간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로버트 드니로의 거친 모습을 볼 수 있는 <Taxi Driver>가 있고, <다이하드 3>에서는 택시로 절정의 다이내믹한 액션을 보여준다. <Conspiracy Theory>의 멜 깁슨의 직업도 뉴욕의 옐로우캡 운전사이다. 영화에서 서울 도심 모습을 그리면 택시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나, 앞의 영화에서처럼 택시 기사가 주인공이거나, 택시가 이야기를 끌고가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경우는 내가 과문해서인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을 도와줄 꺼리가 별로 없는 것이다. 얽힌 실제 사연이야 많겠지만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데서 떨어졌다.  파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택시 대수에서 보듯 양(量)은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다. 무조건 매출이 높다고 브랜드의 위상까지 올라가고, 성격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위의 브랜드와의 연관관계가 중요하다. 뉴욕은 어찌 보면 기업브랜드이고 옐로우캡은 제품브랜드이다. 상위의 기업브랜드의 이미지가 제품브랜드에 반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방도를 취해야 한다. 부정적인 점까지도 상위 브랜드에 기대어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 시각적 요소의 영향과 일관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로고나 상징색상을 함부로 자주 바꾸어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콘텐츠화와 그를 통한 스토리텔링 꺼리를 계속 제공하는 게 필수적이다.  쓰다보니 그 말 안 통하고, 퀴퀴한 냄새도 나고 덜컹거리는 뉴욕 옐로우캡을 맨하탄 23가 플랫아이언 근처에서 손을 들어 불러서 타고 싶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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