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2013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계의 대종상처럼 한국 광고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광고인들의 경합장이며 잔치의 무대이다. 경쟁부문이 갈수록 세분되어 작년부터는 7개 부문으로 세분되어, 각 부문에서 대상을 수여하는 칸느광고제와 비슷한 형식을 띄게 되었다. 경쟁부문이 많아져서인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번외 부문 비슷한 데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쏟아지는 느낌도 준다. ‘올해의 광고모델상’이 바로 그것이다. 2007년 당시 KTF ‘쇼’ 브랜드의 막춤소녀로 혜성같이 나타났던 서단비 씨가 수상하면서 상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KT의 LTE 등 광고에 주역 모델로 활동한 악동뮤지션이 수상했다. 하반기의 활약상으로만 하면, 혹은 단체 수상이 가능했다면 악동뮤지션은 힘들지 않았을까? ‘꽃보다 할배’ 4인방의 폭풍을 악동뮤지션이 헤쳐나갔을까 싶다. 




7월초부터 방영되기 시작하여 바로 돌풍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네 주인공들을 가장 먼저 광고모델로 기용한 기업이 LGU+였다. LGU+는 ‘꽃보다 할배’ 방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감히 네 주인공을 캐스팅했고, 바로 8월에 광고를 제작하여 집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갑작스레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끈 인물들의 캐스팅은 일종의 모험이다. 근 10년 전 모개그맨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어 하나를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어느 클라이언트사의 대표이사가 무조건 그 친구를 광고모델로 제작하라고 했다. 소극적으로 반대하다가 결국 그 대표이사의 명대로 그 개그맨을 기용하여 광고를 집행할 시점에서 개그 프로그램 중의 그 친구 꼭지는 이미 없어져버렸다. 사람들 볼 낯이 없어진 그는 잠적하다시피 했다. 




LGU+는 막말로 대박을 치는 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데 앞장 서왔다. 싸이가 글로벌스타의 조짐이 보이던 무렵에 누구보다 먼저 싸이를 기용한 것이 바로 LGU+이다. 이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가면서 역시 LGU+의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 광고 이외에 류현진 투수가 모습을 나타낸 광고로는 처음이었다. 역시 그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는 않았던 시점이었다. SNL의 최고 히로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김슬기를 몇몇이 눈치보던 시점에서 확 채서 나갔던 기업도 바로 LGU+였다.




LGU+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에 들어서면서 계속 가파르게 감소했다. 2012년 1분기에 665억이던 영업이익이 그 해 3분기에는 103억 적자로까지 떨어졌다. 4분기가 되자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2012년 1분기 수준을 넘어 700억을 돌파했다. 이어 올해 3분기에는 1분기의 두 배인 1,400억을 훌쩍 넘겼다. 광고모델로 따지자면 바닥을 치던 시절에 싸이 광고로 전환점을 만들고, 류현진과 김슬기라는 새로운 광고모델계의 스타로 상승세를 공고히 했으며, 통신부문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네 분의 할배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형세를 보였다. 




물론 광고모델만으로 그런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다. SKT와 KT에 눌려 50:30:20의 3자 구도상의 20을 유지하는 데도 힘든 모습을 보였던 LGU+는 양대 통신사보다 먼저 LTE를 도입하며 이를 변곡점으로 삼으려 했던 움직임이 보였다. LTE라는 신제품 하나를 압도적인 경쟁사보다 먼저 내놓는 것을 넘어 3위에 안주하는 사내의 매너리즘과 무엇을 해도 3등으로 보는 외부에 비추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2007년 KTF가 SKT보다 먼저 3G시대의 문을 열면서 ‘SHOW’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던 떄가 연상이 되었다.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점의 B급을 자칭하던 싸이는 그런 LGU+와 광고모델로는 최고의 궁합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광고모델 선정에서의 과감함이 한편으로 LGU+의 브랜드를 구성하는 핵심 한 조각이 되었다. 미국 LA의 류현진은 ‘망내외 무제한요금제’, 입담이 좋은 김슬기는 LTE의 여러 장점을 알리는 식으로 모델의 특성도 고려하여 메시지를 구성했다. 이번 ‘꽃보다 할배’팀의 품목은 IPTV이다. 마침 ‘꽃보다 할배’와 비슷한 포맷에 촐연자만 여성으로 바꾼 ‘마마도’에 출연한 김용림 씨가 SK브로드밴드의 같은 서비스 광고에 출연했다. 비록 시리즈로 기획된 광고캠페인의 한 편에 나온 것이지만, 아무래도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꽃보다 할배’팀이나 이제는 원로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김용림 씨의 통신사 광고를 보면 IPTV도 TV의 일종으로 보고, 일반 TV 시청 비율이 높은 노년층을 기용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 같다. 전형적인 틀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LGU+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콤 시절에 전원주 씨를 기용한 광고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품목이 국제전화였고, 유학생 부모들을 공략한다는 공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크리에이티브로서는 틀을 깼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돌출은 없었던 셈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2000년대 중반 KTF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기업광고의 카피가 품목의 전형성을 넘어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더피알> 12월호 '박재항의 C.F.' 원래 전문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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