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마이크로웨이브오븐 업체로서 해외에서는 한국을 ‘Land of Morning Calm’이 아닌 ‘Land of Micro Wave Oven’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말 삼성전자의 홍보물에 자랑스럽게 새겨졌던 문구이다. ‘Land of Micro Wave Oven’이란 말을 최초로 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도 GE(General Electric)의 어느 누군가가 아닌가 싶다. ‘8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는 GE에 전자렌지인 MWO를 납품하면서 전자렌지 생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세계 1위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인지라 저런 말까지도 낯부끄럽게도 홍봄물에 버젓이 썼던 것 같다. 아마도 GE측 카운터파트에서 납품계약을 하면서 혹은 납품을 받으면서 반칭찬에 반농담으로 했던 말이 아닐까 싶다. 당시 삼성이 GE에 전자렌지를 납품하고, GE는 거기에 자신의 상표를 붙여서 판매를 했다. 삼성이 했던 것이 바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다. 전자렌지에서는 삼성이 GE의 완제품 하청생산업체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에 우리가 생산한 물품을 판다는 것으로도, 즉 수출한다는 것으로 감지덕지했다. OEM도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 브랜드로도 전자렌지를 팔았다. 그러나 가격이 GE보다 떨어졌다. 브랜드력이 그만큼 약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OEM을 하기 보다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파는 비중을 늘여야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OEM 비중을 줄여야 해.” “더 이상 OEM사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구.”하는 말들이 나왔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OEM이란 용어가 천덕꾸러기처럼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 비중을 줄이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자동차 회사로 와서 스스로를 OEM이라고 지칭해서 혼란이 왔다. 떨쳐버려야 하는 말들을 그대로 쓰는 것 같아서 용어 자체가 영 부담스러웠다. ‘완성차업체’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을 알고 나도 쓰기는 하지만 지금도 차라리 ‘완성차업체’라고 부러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얘기를 페이스북에 쓰자 한 친구가 상세히 설명을 해줬다. 




그 때(삼성전자에서)는 OEM과 ODM이란 단어가 혼재되어 그냥 OEM으로 사용되던 때 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OEM은 지금은 ODM으로 불리고 요즘 OEM이 브랜드를 갖고 있는 업체죠. 예를 들어 PC에서 대만의 Quanta/Compal은 ODM사업을 하는 것이고, HP/Dell/삼성은 OEM사업을 하는 것이죠. 즉 GE는 OEM사업자였고 삼성은 ODM사업자였다는 것이죠. 




ODM은 ‘Original Developer Manufacturing’의 약자이다. OEM이란 단어가 쓰이면서 뜻이 약간 변질되어 있었던 것이다. 같은 단어라도 상황과 시기에 따라서 의미가 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처음 한경칼럼을 쓰기 시작할 때 제목을 무엇이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광고 부문에서 일하며 만난 업계 친구들 얘기를 주로 쓰겠다고 하자 “광고하는 사람들’로 당시의 담당자가 결정했고 나도 동의를 했다. 사실 제목에 맞는 칼럼은 별로 쓰지 않았다. 제목을 바꾸기도 뭐해서 굳이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광고계를 떠난 지금 더더욱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뜻하지 않게 ‘올해의 칼럼니스트‘ 대상까지 받으면서 소감 얘기를 하는데 제목이 또한 마음에 걸렸다. 크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과연 이제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인가 약간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유지를 한다면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가 궁리를 했다.



처음 칼럼을 시작할 때 어느 ‘직장in/경제in/세계in/생활in’으로 나누어진 섹션 중 어디에 넣을 것인가를 두고 역시 담당자와 의논을 했다. 광고쪽 일을 하는 친구들 혹은 광고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쓰겠지만, 사람에 대한 것을 떠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자유롭게 쓸 터이니 ‘생활in’에 두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쭉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따지고 보니 굳이 광고 쪽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광고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활인들의 얘기, 생활 속(in)의 얘기들을 쓰는 것이니, “광고하는 사람들”이라고 계속해도 무방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브랜드적으로 얘기를 한다면 처음 칼럼을 시작할 때의 ‘광고하는 사람들’은 아주 좁게 ‘실제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칼럼을 이어가면서 ‘자신을 알리는 사람들’로 진화한 셈이다. OEM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변한 것처럼, 이 칼럼의 제목도 달라진 것이다. OEM은 원래의 의미와 다르게 바뀐 셈이라면, 이 칼럼의 제목은 확대, 진화했다는 데서 브랜드로서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자부한다. 혼자만의 자부가 되지 않으려면 걸맞는 상품이 곧 글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족한 사람에게 큰 상을 주신 데 다시 감사드립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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