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간 도요타 CEO

입력 2013-11-14 13:02 수정 2014-10-06 12:03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0년 2월 도요타 리콜사태 와중에 미국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문자 그대로 수모를 당하던 모습이다. 의도적인 편집이었는지 몰라도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영어로 그가 인사발언을 하는 모습과 의원들의 질책성 질문에 당황하며 바로 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는 모습만 계속 뉴스 화면을 장식했다. 이어서는 그가 세 시간여에 걸친 고문에 가까운 청문회를 마치고 도요타 공장으로 와서 직원들을 만나서 눈물을 보였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말주변도 떨어지고 사교적인 능력도 떨어지는 소심한 전형적인 일본샌님 같은 양반의 인상이었다.

 

작년부터 도요타의 실적이 회복되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가 좀 는 것 같았으나, 대외활동에 그리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일본의 한 유명 논픽션 작가는 그를 ‘매스컴 혐오자’라고까지 표현했다. 실제 그는 단독 기자회견을 한 적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는 리콜사태 때도 기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 미국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오고, 직장생활까지 한 인물로는 상당히 의외였다. 다른 한편으로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직접 레이서로 참가한다든지, 500대 한정이기는 했지만 1억엔 짜리 스포츠카를 1/3 가격에 팔아버리고, 회장이 되기 이전이었지만 개인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축이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떠드는 유형은 결코 아니었다.

 

갑자기 그가 메이지대학교를 찾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개강연을 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니 그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고,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가 나선 것이었다. 요즘 한국에도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은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 업계의 고민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경제적 형편도 힘들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여 굳이 차를 살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드라이브가 아닌 다른 취미 활동거리도 많아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성인으로서 자신을 과시하는 제품으로서 자동차의 감성적 효능은 매우 떨어진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자동차에 대한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車離(구루마바나레)’라는 이를 지칭하는 신조용어까지 나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래서 도요타를 비롯한 8개 일본 자동차 기업의 대표들이 각기 대학교를 찾아가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강연도 하고 얘기도 나누는 소위 ‘토크 콘서트’ 비슷한 것을 하기로 했단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지난 9월말에 1번 타자로 나섰던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여 그 반응이 어떨지는 문제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심각하게 자동차와 젊은이들이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젊은이들에 대한 자동차 기업들의 구애 활동은 적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11년 현대차에서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벨로스터를 출시하는 이벤트를 대형 클럽을 그대로 옮긴 것과 공간에서 진행했다. 이후 젊은이들이 즐기는 ‘클럽’이 자동차 마케팅의 키워드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새로운 모델 출시이벤트를 아예 실제 클럽에서 진행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젊은 고객들에게는 직접 찾아가야 한다. 구직을 위한 때를 제외하고는 젊은이들이 기업을 먼저 찾고, 호의를 가지려는 경우는 없다. 그들에게 직접 얘기를 건네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토크 콘서트’는 기업을 떠나서도 한국에서는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출발점도 바로 그런 형식이었다. 기업으로서는 삼성그룹이 ‘열정樂서’라는 제목으로 유명인과 삼성그룹 내의 최고경영자를 묶어서 강연을 하는 방식으로 전국의 주요 대학을 찾아다니는 행사를 2011년부터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같은 포맷으로 몇년째 진행이 되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지고,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인 강연에 치우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쉽게 싫증을 내는 게 젊은이들의 특징이기도 한만큼 이들이 움직이는 곳을 계속 체크하여 빠르게 찾아가고, 움직일 방향을 먼저 예측하고, 프로그램의 형식도 계속 바꾸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길게 보고 해야 한다. 바로 수확을 거두려고 직접적인 구매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지나치게 기업을 노출했다가는 반감만 불러일으키기 쉽다. 나무를 심는 듯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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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멘>잡지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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