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회사가 미국 달러 2000만달러를 환경 관련 벤처를 위한 기금으로 내놓는 ‘$20 Million & Change’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빌 게이츠나 웨렌 버핏과 같은 사람의 몇 백억 달러의 기금 단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2000만달러는 너무 약소해 보일 수 있다. 관심을 끌만한 거리가 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 파타고니아의 2000만달러짜리 프로그램은 비지니스위크에까지 크게 다루어질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그런 홍보효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 회사의 역사를 보면 이해가 간다. 

파타고니아의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미국에 건너가 LA 근처에서 서핑과 암벽등반을 즐기며 자란 이본 슈나르(Yvon Chouinard)는 손재주가 남달랐다. 암벽등반에 사용하는 하켄(Haken)을 직접 만들어 쓰며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하다가, 1958년 18세 때 아예 암벽등반용품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출발부터 취미 생활의 연장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1966년에 우편 주문배달을 시작하며 슈나르는 회사의 주문서 한쪽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기재했다. “5월과 9월 동안은 신속한 배달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5월에서 9월은 슈나르와 그의 동료들이 암벽 등반을 즐기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겨울철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 때문에 신속 배달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과연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1970년에 이르러서는 미국 내 암벽등반용품 부문 1위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1위에 오른 직후에 슈나르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암벽등반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내 거대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에 오르면서 하켄에 의해 암벽 곳곳에 생긴 흉물스런 상처 자국을 본 것이다. 이때부터 슈나르는 하켄 대신 쐐기처럼 갈라진 틈새를 손으로 박으면서 자연 손상을 최소화하는 알루미늄 촉스(Chocks)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룬 ‘업계 1위’의 사업 기반을 포기하고 당시 미국 암벽등반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암벽등반술의 전도사가 된다. 슈나르는 ‘1위의 암벽등반용품 업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고 1970년대 중반, 자신의 회사를 야외 취미 활동을 위한 의류업체로 업종을 전환해 연간 매출 6억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다른 기업들과 다른 파타고니아만의 일처리 방식과 마케팅 원칙이 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제품을 산 고객들에게 옷이 해지거나 구멍이 났을 경우 파타고니아에 되돌려 보내서 수선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무료로 수선을 해준다. 일반적인 의류제품 기업들이 매 분기, 혹은 매년 새로운 패션의 제품군을 내놓으며 구매를 유도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주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의류를 만들던 파타고니아는 뒤늦게 어린이 대상의 의류 라인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라인 확장을 시도한 이유가 어른 옷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들을 버리느니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당연히 어떤 경우 무늬나 색깔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우리로 치면 누더기 패션같은 형태의 의류가 나왔는데 고객들은 그러한 어린이용 제품에 실린 ‘폐기 자원의 극소화’ ‘환경 훼손의 극소화’라는 아이디어를 높게 샀고 그 결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제품 카탈로그를 가장 친환경적인 무염소의 재활용 용지로 만들면서 파타고니아는 고민에 빠졌다. 제품 사진들의 질이 아주 떨어졌던 것이다.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수 있는 종이로 카탈로그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열렸는데, 모든 사람들이 매출 감소를 가져올지라도 친환경 용지를 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생산비가 25% 오르고 그에 따라 매출이 2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무릅쓰고 그들 의류에 들어가는 목화 원료를 전량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목화로 바꾸었다.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이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유급휴가 처리를 하며 매출액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이번에 ‘$20 Million & Change’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파타고니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매출은 2배, 이익은 3배 이상이 늘었습니다. 회사 운영하는데 쓰는 자금 이상으로 현금이 쌓였는데 지구를 위한 좋은 일에 쓰는 것이죠.” 

‘환경’이라는 사회성을 지닌 브랜드 의미를 명확히하며 실제 행동과 부합되게 그 원칙을 지켜 수익 측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