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선생의 오래 된 일화 하나가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베이브 루드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원래의 일정을 취소하고는 불치병에 걸린 어린이를 찾아가 그를 위해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병상의 소년은 불치병에서 일어났다.' 시카고컵스와의 '예고 홈런'보다 아주 약간 못하지만, 계속 사람들 입에 베이브 루드의 대표 전설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일화를 읽는 방식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조용필이나 베이브 루드와 같은 슈퍼스타의 인간적인 모습과 그에 따른 그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증거나 도구로 읽을 수 있다. 언론에게는 이런 식으로 꾸미는 게 장사하는 데는 제일 좋다. 사람들이 스타에게 열광하고 있고, 그것에 맞추어 돈벌이가 되니까. 

 

다른 관점에서 보자. 슈퍼스타를 떠나, 결국 인간 하나가 가서 다른 인간 하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사람이 가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고 돈벌이를 포기한 것이 칭송받는 세상이면 잘못된 것이고, 언론에서는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는가? 

 

토요일 본가에 들렸더니 어머니께서 책 하나를 강권하다시피 읽으라며 갖고 가라 하셨다. 보통 어머니께서 읽으실 책을 사거나 빌려다 드리는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책을 읽으라고 것도 강권하다시피 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994년에 출간되었으니 이미 출간된 지 10년에 가까운 책이었다. <무탄트 메시지>(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펴냄)란 책이었다. 너무 압박하시는 것 같아서 겸연쩍으셨는지 얼마 전에 내가 어머니께 추천드렸고, 어머니께서도 감탄하시며 읽으신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들어 말씀하셨다. "얘, <희박한 공기 속으로>보다 다른 의미로 재미있더라."

 

50세가 되기까지 미국에서 의사로 지내다가 오스트레일리아, 곧 호주로 온 여성이 있었다. 한 애버리지니(원주민) 부족에게 점심 초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가, 그 여성은 약 4개월에 걸쳐 그 부족과 함께 호주 대륙의 사막을 걸어서 횡단한다. 육체적 고통을 받아들이며 그래서 이겨내고, 하루하루가 즐거움과 고마움 속에 보내는 이들의 여행에 함께 하며 이 여성은 새로운 정신세계가 열리는 것을 본다. '무탄트'는 이 여성과 함께 했던 스스로 '참사람 부족'이라 일컫는 호주 원주민들이 소위 서구 문명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돌연변이'라는 뜻으로, 기본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한다. 

 

사실 나는 책을 후다닥 읽고 난 후인 지금도 그 여성의 얘기가, 그 체험기라는 것이 정말 겪은 것인지 100% 믿지 못하겠다. 더한 의문은 왜 어머니께서 나에게 이 책을 읽으라 강권하다시피 주셨는지도 애매하다. 친구인 유명 대학 교수가 낸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을 미뤄놓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 서평과 연관하여 두 구절이 와닿았다. 인용하려고 페이지플랙까지 붙여 놓았다. 서평을 겨우겨우 다 쓰고는 깨달았다. 이 책에 나온 것을 쓸 생각조차 못하고 마무리해버렸다는 사실을. 두 부분은 다움과 같았다. 

 

"왜 무탄트들은 깨닫지 못할까요? 내가 부른 노래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행복하게 해준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이라는 것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189쪽)

 

"하지만 우리 중 한 사람이 이기면, 나머지 예순두 명은 모두 져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재미있나요? 놀이는 재미를 위해 하는 겁니다. 어째서 문명인은 사람들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해놓고, 당신이 승리자라고 설득하려고 하죠? 그런 관습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군요. 당신네 종족한테는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가요?" (191쪽)
 

우리는 심하게 말해 한 사람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 숫자로 평가 받는 세상에서 수만 명 정도는 행복하게 해야 멋진 일을 했다고 알아준다. 수천 명이 불행해지는 것은 상관없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느끼면 되는 것이고, 설사 더 많은 사람이 불행해져도 언론이라는 것을 통하여 행복한 사람만을 부각시키면 좋은 일을 한 것으로 된다. 지는 이들은 '루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이 몇 명이라도 별 상관하지 않는다. 승패의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가려놓고,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고, 그들이 상품을 소수의 절대 충성을 바치는 자들에게 조금씩 나눠서 주고 절대 다수의 이들을 패자로 돌려버리는 일들이 정말 벌어지지 않던가?

 

정말 어머니께서는 왜 이 책을 내게 '꼭' 읽으라고 주셨을까? 이 대목이 더욱 특별하게 내게 다가온 것과 연관이 있을까? 교육 및 취업과 관련해 우리 후배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좀 연관이 있을까? 알듯말듯 하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