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베이 광고를 제가 오래 했는데요, 해마다 처음 아이디어를 개발하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와요. 이번에는 수영복 입은 여자 애들 내세우지 말고 한번 해보자며 의욕을 불태우죠. 그런데 결국에는 비키니 입은 쭉쭉빵빵 젊은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로 가게 되더라고요.”

캐리비안베이 뿐만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광고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친구가 회고조로 말했다. 벚꽃망울 피어나기 직전의 진달래 엷게 보일듯 말듯 피던, 유례없이 햇빛 짱짱하지만 꽃이 좀 뒤늦게 헐떡이며 쫓아오던 그런 날이었다. 캔버스 천 같은 것으로 수영장을 덮어놓아 공항의 비행기 격납고처럼 보이던 캐리비안베이에 딸린 야외수영장을 내려다보는, 약간 과장하면 울룩불룩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인 모굴코스처럼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달리며 우리는 그런 시답지 않은 옛날 광고 얘기를 했다.

‘유느님’과 ‘옥타곤 걸’의 출현

캐리비안베이의 광고에 극적인 변화가 오는 걸까? 놀랍던 이벤트 하나가 열렸다. 원래 유동인구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로 꼽히지만, 지난 6월 16일 일요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일대는 수만 시민이 몰려들었다.



 


 

▲ 캐리비안베이 광고는 지금껏 비키니 입은 젊은 여성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는 유재석을 앞세워 기존 섹스어필에 의존했던 여름 물놀이공원의 전형적인 광고 틀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캐리비안베이 광고의 일환으로 강남역에서 펼쳐진 유재석의 디제잉쇼.
‘유느님’(유재석+하느님)이라고까지 불리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이너인 유재석의 디제잉쇼가 펼쳐졌다. 열광하는 관중들로 강남역 남단의 M스테이지가 들썩들썩했다. ‘유재석의 힘’과 같은 헤드라인을 달면서 대대적으로 언론기관에서 보도를 했다. 기사들에 따르면 그 행사는 캐리비안베이 광고 촬영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유재석이 ‘수영장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으로 뽑혔으며,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기존의 섹스어필에 의존했던 여름 물놀이공원의 전형적인 광고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날 유재석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기는 했지만, 함께 관심을 받았던 인물들이 있다. 캐리비안베이에 들어설 예정인 클럽 무대를 연출한 소위 ‘옥타곤 걸’들이다. 레이싱 모델 출신을 비롯해 예전 캐리비안베이 광고를 장식했던 전형적인 쭉쭉빵빵 걸들이었다.

6월말 현재 유재석이 출연한 올 여름 캐리비안베이 광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과연 이전의 광고들과 얼마나 궤를 달리할 수 있을 것인가 주목된다. 그리고 캐리비안베이 사업을 넘어서 생각했을 때 고심할 부분이 있다.

후광효과와 계절성 극복



 


 

▲ 비키니를 입고 캐리비안베이에서 물놀이를 하는 여성들.삼성에버랜드의 경우 보통 알려져 있는 놀이공원 에버랜드나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 외에도 여러 사업 분야가 있다. 급식 케이터링, 에너지, 시설관리 및 조경, 골프장 등의 B2B(기업과 기업간)나 제한적인 범위의 소비자만을 상대하는 사업들이라,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꼭 직접적으로 이러한 사업의 존재를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할 필요는 없다.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서비스를 받는 대부분의 고객이 캐리비안베이를 함께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는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포스코 계열사 중의 한 임원이 야기한 사고로 인해 포스코 전체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것과 비슷하다.

앞서 캐리비안베이 광고를 담당했던 후배가 수영복 입은 여성들을 내세운 광고가 아니 다른 아이디어를 고민했던 이유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보겠다는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본연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에버랜드의 다양한 사업부문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데 있기도 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첫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사업 부문에 긍정적인 효과, 곧 후광효과(Halo effect)를 미칠 수 있는 접근방식을 고심해야 했던 것이다.

계절성(Seasonality)도 고민할 문제이다. 캐리비안베이가 사계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지만, 아무래도 여름이 성수기일 수밖에 없다. 비성수기인 나머지 계절에도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여름과 직결되는 이미지를 광고에 쓴다면 계절성 극복이 힘들다. 브랜드의 영역 자체를 한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좁히고 넓히거나, 넓히고 좁혀라

‘좁히고 넓히거나, 넓히고 좁혀라’는 얘기를 브랜드 확장 관련해 많이 했다. 돈이 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어느 업종에나 뛰어들어선 안 된다. 현재 그 업종에 있는 경쟁자들과의 차별점을 세밀하게 좁혀 들어가서 찾거나, 각각의 전문성을 경쟁자들이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 더 넓게 자신의 브랜드를 정의한 후 좁혀 들어가야 한다.

브랜드를 확장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업종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경우, 자신의 분야와 함께 그것이 기업 내 다른 사업부문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좁혀서 자신의 분야를 파고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넓혀서 다른 분야에의 파급력을 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다른 업종을 포함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브랜드 정의를 해보고, 그것을 좁혀서 자신의 분야에 적용시키는 접근방식도 있다. 과연 이번 여름, 유재석을 모델로 한 캐리비안베이 광고는 어떤 방식을 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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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잡지에 연재중인 '박재항의 C.F.' 기고문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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