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CCTV가 문제가 아냐

         세계 최대의 CCTV강국으로 영국을 얘기한다. 기사 등 기록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CCTV가 14명당 혹은 24명 당 하나라고 한다. 한국 내 설치된 CCTV 대수가 380만대를 넘었다는 기사가 올초에 나왔다. 그것으로 유추하면 영국은 대략 14명당 한 대가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런던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보스턴마라톤에서의 폭탄테러가 있은 후의 첫 국제마라톤대회였던지라 CCTV 강국 영국의 모든 CCTV가 동원되었음은 물론이다. 참가자를 비롯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회 운영자들이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영국이 그렇게 CCTV가 많아진 데는 아마도 2005년의 런던 시내 폭탄 테러가 큰 공헌을 했을 것이다. 미국도 아마 이번 보스턴 마라톤 사건을 계기로 CCTV의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 

         CCTV는 언제부터 나왔을까? 워낙 상식, 특히 이공 계통의 지식이 부족한 까닭이기도 했지만 CCTV가 ‘Closed Circuit TV’의 줄임말이란 것을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처음 알았다. 삼성전자에 다니던 ‘80년대 말에 생산하는 품목 중의 하나로 CCTV가 있었다. 지금 삼성에서는 삼성테크윈과 에스원에서 CCTV를 생산,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CCTV라는 말보다 그냥 감시카메라라고만 알고 있었다. 딱히 주위에서 보지는 못하고 죠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보는 것,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직공들을 감시하는 그런 카메라로 생각했다. 

         용어는 정확히 몰랐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공장이나 공공시설에만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감시카메라가 우리의 사생활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노래가 1984년에 나왔다. Rockwell이란 젊은 리듬앤블루스 가수가 유명한 모타운레코드에서 란 노래를 내서 히트를 쳤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파라노이드를 가진 가수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와 ’나는 평범한 생활인인데, 왜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지켜보는 것 같지?‘하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신의 감시자에게, 어떻게 보면 허공을 향해 묻는다. 신에게 불평 또는 호소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때 이미 감시카메라가 수도 없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생활이란 없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물론 이전에도 훔쳐보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이창> 등이 있으나 록크웰의 뮤직비디오처럼 전면적으로 모든 생활 하나하나를 감시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감시체제를 갖추지는 못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영국이 CCTV 강국이라고 했지만 한국도 20명 이하당 한 대의 비율로 못지않다. 2010년 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하루에 평균 83번 정도 CCTV에 찍힌다고 한다. 참고로 도시에 거주하는 영국인은 약 300번 정도라고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쇼핑몰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면 아래 에스원 블로그에 있는 사례처럼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사례 1

얼마 전 대학생 A군은 경기도 구리에 있는 집에서 나와 서울 구의동, 명동,

잠실 쇼핑몰을 방문한 뒤 오후 11시 20분쯤 귀가했습니다.

A군이 약 14시간 동안 민간 CCTV에 노출된 횟수는 총 112차례.

사례 2

주부 B씨는 삼성 코엑스 쇼핑몰에서 오전 10시 43분부터 오후 2시 12분까지 4시간 가량 머무는 동안 무려 110차례나 CCTV에 찍혔으며,

직장인 D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 역에서 집까지 3분간 511m를 걷는 동안 20 차례나 촬영됐는데요. 이는 시간으로 따지면 9초에 1번 꼴입니다.

           CCTV는 양면성을 지닌다. 런던마라톤에서처럼 안전을 담보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록크웰이 노래했듯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구가 된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강도를 만났단다. 그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 안의 CCTV를 가리키자, 강도는 당황하여 후다닥 도망을 쳤다고 한다. 다른 아주머니는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중앙경비실의 경비원이 시시콜콜 자신이 언제 드나들고 했는지 아는 체를 한다고 불평을 해댔다. CCTV보다 개인의 사생활에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개인들도 촬영할 수 있게 된 되면서가 아닌가 싶다. 

         나중에 ‘LA폭동’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시발점이 된 LA경찰이 엑셀 승용차를 몰던 흑인을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집단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어느 미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아무 말 못한 게지. 비디오가 없었다면 그냥 잡아 뗐을 걸. 한편으로 우리들 생활도 누군가의 비디오에 노출되어 있는 게야.”

        ‘80년대는 비디오의 시대였다. 란 MTV의 시대를 연 노래가 바로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 자동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고, VCR에 이어 캠코더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기록하고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어 핸드폰에 영상 기능이 진화하면서 시간적인 제한까지도 사라지게 되었다. ‘누구나’에 이어 ‘언제든지’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보스턴 마라톤 사건에서 보듯 사람들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만으로도 기사에서 쓴대로 ‘1cm, 1초’까지도 놓치지 않고 현장을 재구성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걸어다니는 CCTV에 잠재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정말 누군가는 찍고 있을 수 있다.
 


         1998년 이래 맨하탄의 감시카메라 수가 400% 증가했다는 소식에 ‘차라리 머리에 카메라를 달고 다니는 게 용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정부 관계자가 한다. 이미 사람들은 이마에 카메라를 달고 다니지는 않지만 손에 쥐고 다닌다. 구글글래스는 실제 이마에 붙인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제품이든지 카메라를 부착하는 게 가능하다. 자동차의 블랙박스와 같은 장치를 어느 제품이든 붙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과자 봉지에 카메라를 달아서 어떤 사람들이 먹는가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어도, 근래 몇년 간 상당히 진화하고 있는 성별연령인식 기능을 쓰면 실제 취식인구의 성별과 연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바로 빅 데이터의 일종이 된다. CCTV에 노출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모든 것이 데이터화(datafied)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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