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2013년 4월호에 실은 원고입니다.-------------------------------------------------“몸을 따뜻하게 보(補)하고,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

 

 ▲ 농심이 지난 1월 출시한 ‘강글리오 커피’.불포화 지방산과 당(糖)이 결합한 당지질의 대표 격이라는 강글리오사이드(Ganglioside)에 대한 설명 중 일부이다. 실제 강글리오사이드의 효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많은 정보를 웹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항암효과도 있고, 관절염이나 대장염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두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기억력을 개선시키기도 한단다. 이 강글리오사이드는 녹용, 녹각, 모유, 고구마에 많이 함유 돼 있다고 한다.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파견돼 총독처럼 굴었고,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서도 북양군벌의 대표로 중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위안스카이(袁世凱)라는 인물이 있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난 후엔 혁명 세력과 청나라 복고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스스로 황제에 오르는 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모든 세력에게 버림받고 실의 속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을 때까지 매일 아침 모유를 받아서 먹었다고 한다. 이름이야 제대로 알지 못했겠지만 강글리오사이드가 가지고 있는 효과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요즘 시대에 위안스카이처럼 강글리오사이드를 섭취하기 위해 유모를 두고 모유를 받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비싸고, 원재료를 어디서 채취했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녹용과 녹각을 직접 복용하기도 힘들다. 아이들 분유나 치즈에는 소량 함유돼 있다고 하기는 하나 일반 식품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 강글리오사이드를 함유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고 한다. 농심에서 지난 1월 출시한 ‘강글리오 커피’가 그 주인공이다. 100% 고급 아라비카 원두에 강글리오사이드 성분을 함유해 건강까지 챙겼단다. 농심은 이 제품을 통해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3년 내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건강한 커피, 건강은 빠진 커피 광고

영화배우 이범수를 모델로 한 농심 강글리오 커피는 예상과 달리 건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누구나 아는 아포리즘을 던지면서 ‘강글리오 커피가 예술’이라고 한다. 커피맛을 음미하는 모델들과 향과 분위기를 표출하는 커피에서 나는 김을 보여주는 데 화면은 주력하고 있다. 카피나 비주얼을 절제하려고 애를 썼다는 느낌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차별화의 핵심인 건강 성분에 대해서까지 아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항암, 노화방지, 치매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되곤 한다. 그런 소식이 뉴스로 나오는 자체가 역으로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커피의 카페인은 각성 작용과 함께 중독 현상을 가져올 수 있고, 수면장애를 비롯 심장과 배뇨 활동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가 나오곤 했지만, 건강과 커피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없는 관계이다. 

 

 ▲ 농심은 강글리오 커피 광고 모델로 배우 이범수를 발탁했다. 사진은 해당 광고 영상 스틸컷.
신제품 기획 측면에서의 콘셉트는 ‘강글리오’라는 브랜드 네임에서 바로 느낄 수 있듯이 건강이다. 이는 좋게 말하면 아무도 점유하지 않고 있는 커피에서의 건강이라는 미답의 공간으로 용감하게 개척해 들어간 것이다. 부정적으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건강한, 혹은 건강까지 생각한 커피라는 표현에서 30년도 전에 들은 어느 미국 유머가 하나 생각났다. 

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선생님이 공부는 안 하고 까불기만 하는 아이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대체 나중에 뭐가 되려고 이렇게 공부를 하지 않니? 네 꿈이 뭐니?” 아이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서커스단에서 활동할 거예요.” 

하지만 서커스 관련해 아무런 재주가 없는 아이였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선생님이 물었다. “저는 난쟁이 피에로로 쇼를 하려고요.” “얘야, 너는 난쟁이 역을 하기에는 키가 너무 큰데.” 기다렸다는 듯이 까불이 학생이 대답했다. “선생님, 그게 바로 제가 노리는 거예요. 저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난쟁이가 될 거라고요!”신라면블랙의 트라우마?커피를 즐겨 마시고 싶은데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꺼리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강글리오 커피는 그들을 목표고객으로 해서 나온 것일 게다. 과연 그들이 10%를 넘어설 수 있을까? 건강에 약간의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독특한 향미와 분위기를 통해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받고 싶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커피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농심에서 2년 전의 ‘신라면블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라면 소비를 줄이는 가장 큰 이슈가 바로 건강이었다. 커피처럼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식의 원군이 될 만한 연구결과도 없었다. 그리고 라면은 싸고 간편하게 먹는 제품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그 수십 년을 두고 고착된 인식에 정면으로 맞서 나온 게 바로 보통 라면 가격의 세 배에, 건강에까지 좋다는 ‘신라면블랙’이었다. 

출시 직후에 선풍을 일으키는 듯 했던 신라면블랙은 함량과 성분 하나하나에까지 꼼꼼하게 돋보기를 들이대며 가격이 지나키게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네티즌, 블로거들의 공격으로 타격을 입고, 결국 정부의 시정명령까지 받으며 제품 생산을 중지했다. 강글리오 커피 CF에서 건강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게 신라면블랙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듣기로는 신라면블랙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라면에 대한 건강과 가격 관련한 고정관념이 한국보다는 약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싸이를 모델로 컵라면 형태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신라면블랙 얘기도 나왔지만 ‘농심=라면’의 등식이 너무 강력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 강글리오 커피에서는 라면 냄새가 난다, 스틱형이 아닌 네모난 포장이 라면 스프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온라인에서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 한 업종에서의 절대 성공이 가져온 ‘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덫에 좌초한 사례가 많이 있다. 커피 분야에서만도 이제 전설이 된 샘표식품의 ‘커피타임’과 대상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 미원에서 내놓은 ‘로즈버드커피’가 있다. 모두 간장과 조미료와의 연상을 끊을 수가 없었다. 

‘농심’이라는 기업브랜드에는 그 출발부터 여느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요소가 있다. 업종을 넘어서서 얘기할 수 있는 원형과 같은 성분이 있다. 커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그것을 찾기 바란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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