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의 역풍

무조건적 비용절감의 이면

        1981년 아메리칸항공 CEO가 된 로버트 크랜달(Robert Crandall)이란 사람은 재무회계 쪽에서 줄곧 근무했다. 그래서인지 비용절감을 위해서 자신이 몸소 앞장서고, 직원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내도록 열심히 촉구했다. 그가 직접 지시했던 비용절감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사례로 아메리칸항공에서 자랑했던 게 있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라는 지역에 있는 작은 영업소의 경비원을 경비견으로 대치하고, 그것도 나중엔 개 짖는 소리가 녹음된 녹음기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로 기내식으로 나오는 샐러드에서 올리브를 없애 50만$ 비용절감을 했단다. 어느 기록을 보니 로버트 크랜달의 소개문구로 ‘전설적인 ’비용절감의 주창자(Legendary cost-cutter)‘라 했는데, 그럴 만하다. 비용절감 아이디어 제안 우수 사례로 꼽힌 것을 보니, 어느 여자직원이 일등석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캐비어의 양을 2/3 줄여서 역시 몇 십만$을 절감했다는 게 있다. 

        과연 그래서 아메리칸항공이 잘 되었을까?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와 같은 곳에 있는 아메리칸항공의 지점은 그 지역에서 아주 중량감 있는 고용주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시골 마을에서 그런 큰 회사의 사무실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자부심의 원천인 경우가 많다. 경비원은 큰 회사의 월급장이로 나름 지역 사회에서 알아주는 존재였을 수 있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을 동물로, 이후는 살아있는 동물도 아닌 녹음기로 대체한다면, 과연 사람이 하는 노동을 어떤 가치로 보았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는가? 기내식에 캐비어가 꼭 나올 이유는 없지만, 어쨌든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켰음에는 틀림없다. 

        ‘80년대 이후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은 자동차의 GM과 거의 비슷한 존재 취급을 받았다. 대기업병에 걸린 공룡과 같은 존재로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지 고객들은 안중에도 없이 행동한다고들 했다. 개인적으로 아메리칸항공을 많이 타고, 미국에 있을 때는 연계 카드도 가지고 있고 마일리지도 꽤 쌓았을 정도로 미국의 항공사 중에서는 충성스러운 고객이었다. 그래서 나름 그들의 마케팅 활동도 열심히 따라잡으며 본 편이었다. 아메리칸항공이 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앞뒤 좌석의 간격을 넓혀서 승객들에게 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More room’캠페인이었다. 공간을 마련하려면 줄 몇 개를 빼야 하는데, 그런 손실을 감수하면서 고객들에게 더 편안한 여행을 제공하려 노력한다는 게 그 캠페인의 골자였다. 그렇게 몇 줄 빠진 것을 메우려고 요금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좋은 호응을 얻은 캠페인이었고, 많은 항공사들이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요금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고객들은 수긍한다. 

        이에 비하여 위에서 든 지역사회와의 관계나 고객의 즐거움을 고려하지 않거나 가볍게 생각하며 취한 행동은 아무리 요금을 깎아 주거나, 절감된 비용을 지역사회에 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상태 이상으로 복원되기는 힘들다. 회사 직원들의 복지도 역시 그러하다. 이미 시행된 복지프로그램은 아주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비용절감을 외칠 때면 ‘무조건 30% 삭감’ 식의 지시가 떨어진다. 각 부서마다 자신들의 예산은 예외적으로 삭감하면 안 되는 이유들을 대고, 힘 있는 부서들은 어떻게든 삭감의 칼날을 잘 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지프로그램의 경우 그렇게 나서서 옹호할 사람들이 별로 없다. 노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하나, 한국적인 상황에서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직원들을 ‘내부 고객’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행위이다. 그렇게 해서 절감되는 금액은 아메리칸항공처럼 바로 몇 십만$ 식으로 숫자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와 약해진 충성심이 회사에 미칠 영향은 그렇게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다. 1년, 분기별로 실적을 따질 때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소한 것들이 회사 내부의 기둥을 무너뜨리게 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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