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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다툼과 정치바람, 그리고 힐링

국가 간 다툼과 정치바람, 그리고 힐링

        인터넷 초창기에 미국의 한 문화비평가가 ‘예전에는 수백만 명으로 이루어진 세그먼트가 있었지만, 이제 인터넷 시대에는 한 사람 속에 수백만 개의 세그먼트가 있다’란 말을 했다. 수백만이야 과장이라고 해도,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가지 모순되는 생각을 하고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어느 부분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이 일본 제품과 문화를 즐기면서도, 독도와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성향에 대해서 모순이라고 예전의 잣대를 갖다 대는 경우를 아직도 많이 본다. 해외 정보가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국가 간의 다툼의 요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떠나 감정을 격화시키고, 폭력적 행동까지 수반하는 사태들이 많아졌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본제품에 대한 공격 같은 행동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6자회담의 참가국들 모두와 얽힌 문제가 있고, 어느 곳에서건 제한적이나마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질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은 스포츠 국가대항전 경기처럼 응원을 한다. 그러면서도 애플이 신제품 발표를 할 때는 음악공연을 보듯이 열광하기도 한다. 신용카드 등의 혜택만 누리는 소위 체리피킹(cherry-picking)이라고까지 부르기는 그렇지만, 비슷한 형태로 자신에게 맞는 부분에서 제한된 호감을 보인다. 그 호감의 정도는 열광적이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부분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안티로 변하기도 한다. 삼성의 경우 직접 국내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애플과의 소송은 안티삼성을 일정 정도 무마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제품 매출에도 도움이 되었다. 

        큰 변화 없이 안정되었던 라면시장에 ‘흰색 국물’라면들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돌풍을 몰고 온 게 작년,바로 2011년이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농심의 점유율은 흰색국물 라면이 시장에 나타나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맥주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놓은 하이트나 소주시장에서 점유율이 주춤하던 참이슬이 싸이를 앞세우며 공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톡의 수익성에 절대적 기여를 한 국민게임 애니팡은 싸이월드에서 먼저 서비스가 되었던 게임이다. 그것이 카카오톡이라는 무선환경이란 바람을 돛에 맞으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간 것이다. 하이트나 참이슬같은 경우 단순하게 모델만 새롭게 싸이로 바꾸는 정도를 넘어서, 애니팡에게 PC와 무선이 다른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바뀐 환경이란 무엇인가, 그에 따라 제품 자체와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제 시장에 절대 강자는 없다. 시장의 출렁거리는 정도는 더욱 커지고, 변화 속도는 엄청난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바람까지 타면서 규제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전년 실적 대비 10% 이상’이란 기준으로 그 다음 해의 경영계획을 세우는 기업들이 있다. 설사 기업들이 그런 목표를 잡더라도 외부에 직설적으로 알리던 시대는 지났다. 언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올해 꽃을 피운 ‘힐링(Healing)’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간섭과 경쟁의 예봉을 피하고, 내부 임직원의 사기와 작업 효율을 위해서도 힐링을 표방하는 마케팅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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