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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에서 본 중국의 두 얼굴

광고계에서 본 중국의 두 얼굴   중국산 식품에 대한 우려는 우리 생활의 고정변수처럼 자리를 잡았다. 멜라민같은 불법 첨가물부터 ‘고무 은어’나 가짜 계란과 같은 상상을 넘어서는 짝퉁식품들, 항생제나 농약이 다량 검출된 생선이나 콩과 같은 식물류까지 중국산 불법 혹은 위해 식품에 대한 보도가 거의 정기적으로 보도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중국산 식품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을까? 사회 전체의 시초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산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직접 느낀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거 중국산(中國産)이죠?   1993년말인가 1994년초인지 시일은 확실하지 않은데, 새로 만든 모식품회사 식용유 광고를 방송에 틀기 전에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위 사전평가조사를 했다. 25명 정도의 주부들을 모아 놓고 해당 광고 및 경쟁사의 광고물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고칠 점도 찾고, 다음에 만들 광고에 관한 생생한 조언도 얻는 조사였다. 우리가 만든 광고물은 됫박에 든 콩을 한 댓박씩 쌓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우리의 식용유를 만들려면 콩이 무려 여섯 됫박이나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곧 원료가 아주 충실하다는 얘기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정도로 콩 됫박을 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그 때 모인 주부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조사 장소에 들어와 주부들 뒷켠에 있던 광고주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리며 갑자기 한 주부가 질문을 했다. 콩 가격을 생각할 때 그렇게 여서 됫박이나 써서 식용유 만들 수가 없다며, 어떻게 밑지면서 콩 여섯 됫박으로 식용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공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그 즈음해서 그 회사에 다니던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있어서 대답을 했다.   “저 콩들을 짜서 식용유를 만들고, 그 다음에 다시 남은 기름으로 세제나 비누 원료로 쓰고, 최종적으로 동물들 사료로까지 쓰면서 몇 차례 재활용을 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몇몇 주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잡았나 싶었는데, 질문을 했던 주부가 다시 손을 들고 얘기했다. “아무리 그렇게 한다 해도 지금의 콩 가격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저 콩들 중국산이죠? 중국에서 수입한 것들이죠?”하고 도발적으로 국감에서 국회의원이 몰아치듯이 질문을 했다.   당황해서 뒷자리의 광고주를 보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광고주는 손으로 X자를 그리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해라,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연신 보냈다. 시간을 벌려고 ‘혹시 중국산 콩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역으로 질문을 했다. 그러자 두세 명이 ‘그럼 안 먹지’하고 바로 대답을 했고,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믿어’, ‘비싸도 국산원료 쓴 것 먹어야지’ 식의 발언을 하며 뒤를 이었다.   그에 더욱 힘을 얻은 질문을 한 주부는 재차 ‘맞죠? 중국산이죠?”하면서 몰아붙였다. 주부의 기세에 광고주는 더욱 당황하며 제스추어가 빨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한 주부가 갑자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국산을 쓰겠어?”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에 맞추어 몇몇 주부가 “그래, 재활용한다잖아”하면서 호응을 했다. 그 순간을 이용하여 황급하게 “여러분들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답변을 대신하면서 다른 주제로 넘겨버렸다. 나중에 조사 진행을 끝낸 후에 광고주는 잘했다고 칭찬을 하는데, 질문을 했던 주부가 내게로 와서 다시 물었다. “저거 중국산 맞죠?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산이야!” 집요하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광고주도 있고 해서 “안전하게 만듭니다”라는 빗나간 듯도 하고 제대로 대답한 듯도 한 역시 흐릿한 답변을 던지며 자리를 피했다.   10년 정도 세월이 흘러 그 회사에서 내게 물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밤(栗)을 가지고 만든 군것질용 제품의 광고를 해야 하냐 마냐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밤의 원산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중국 산동 지방이란다. 식용유 조사하던 생각이 나서 하지 말라고 했다.   연속 그랑프리에 빛나는 광고계의 걸작품들   2011년 6월에 열린 칸광고제에서 인쇄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다국적 광고회사 JWT의 상하이오피스에서 만든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 광고이다. 중국 광고회사가 받은 최초의 칸느 그랑프리이다. 이 광고에서의 주요한 메시지가 무엇일까? 샘소나이트 가방의 어떤 장점을 표현하려 했을까?  

나는 이 광고물을 힐끗 보고는 샘소나이트 가방과 함께라면 1등석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천당과 같은 여행길이 되고, 샘소나이트 가방이 없으면 지옥과 같은 아귀다툼의 악몽이 된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귀국하여 올해 칸광고제의 몇몇 트렌드를 얘기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광고에 대한, 정확히는 이 광고물로 그랑프리를 탄 것에 대한 중국신문의 보도를 보고 완전히 잘못 해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당과 지옥(天堂与地狱)”이라고 제목이 붙여진 이 광고물은 천당 같은 객실과 지옥 같은 화물칸을 대비시킨 것이다. 승객은 일등칸에서 천사들이 베푸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편하게 가지만, 그가 부친 짐은 지옥의 악마들에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시달림을 받는다. 그랬는데도 비행기 여행이 끝나고 짐을 찾을 때 보면 가방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원래와 똑같은 모습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바로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의 튼튼함이다. 우리가 보통 내구성이라고 하는, 중국 신문 기사의 표현으로는 ‘초강력한 내구성(超强的耐用性)’이다.   왜 잘못 이해를 하게 되었을까? 가방에 대한 내 평가기준의 첫 번째는 공간효율성이다. 여행물품을 얼마나 잘 정리해서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느냐를 제일 먼저 따진다. 그런 공간효율성이 뛰어난 샘소나이트 가방이면 간단하고 산뜻하게 가방 하나만 가지고 천당과 같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다른 가방을 가지고 나선 여행은 지옥과 같다는 걸로 해석을 했다. 내 기준에 따라 섣불리 판단을 내리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개인 경험에 따른 또 하나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포인트를 잡은 광고라고도 생각된다. 중국에서 가방을 샀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많다. 우리 집에도 중국에서 샀다가 바로 바퀴가 빠져버린 여행용 가방이 하나 있다. 여행 중에 짐이 많아져서 중국 현지에서 구입하여 짐 싸가지고 공항까지 가는 길에서 바퀴가 빠졌다는 사람도 봤다. 게다가 아무래도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부분에서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승객의 수하물 같은 것은 함부로 다룰 것만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러니 내구성이 중국인에게는 여행용 가방을 선택하는 제 1 기준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핵심을 잘 잡고, 잘 표현한 작품으로 이 광고물을 평가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의 특성과 그에 따른 소비자의 욕구를 잘 채워졌다는 점만으로 칸느에서 그랑프리를 타기에는 부족하다. 서양 친구들은 이 광고물을 보고 바로 단테의 <신곡>을 연상했다. 그리고 그림 2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부분 부분의 세밀한 묘사에 감탄했다. 실제로 중국 친구들은 광고에 나타난 천사와 악마들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형을 조각하여 촬영을 했다. 중국의 불상이나 건축물에 나타나는 정치함이 구현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곧 서양의 문학과 중국의 미술이 조합된 걸작으로 받아들여져 그랑프리를 획득한 것이다.   샘소나이트 가방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실제 판매를 위하여 쓰인 것인지, 광고제 수상마을 노리고 만든 소위 ‘기획작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이 작품은 이질적인 문화를 수용하고 소화하는 중국문화의 포용성과, 면면히 흐르는 장인의식의 전통을 여실히 보여준 걸작이다.   올해 중국은 옥외광고 부문에서 또 그랑프리를 탔다. 정말 돈들이지 않은 작품이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버스정류장 쉘터에 주로 붙이는 광고물이다. 아래 위에서 손들이 나와 뻗으며 악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두 손이 겹치는 곳에 코카콜라 병이 있다. 코카콜라의 전 세계 테마인 ‘희망(Hope)’를 ’함께 나누자(Sharing)’로 해석하여, 이렇게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색상인 빨간 색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간의 작은 병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전통 중국화의 기법을 보는 듯하다. 그 점이 또한 올해 서양 친구들 위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중국   중국 문화는 끝을 알 수 없이 깊고 넓다. 중국 사회와 산업계 일각에선 인간에 대한 배려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위해(危害) 제품들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런 두 얼굴을 참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외국인으로서 파고들기에는 정말 힘든 시장과 소비자임에 틀림없다.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규모 있는 활동을 벌이는 회사들을 고객으로 하여 해외 마케팅 관련 일을 해오고 있다. 몇 차례 동양사학과 출신임을 강조하며 중국 쪽 일을 하겠다고 항상 손을 드는데, 막상 일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다행인가? ———————————————(아래는 중국어 기사 원문-재미있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智威汤逊’이 무엇일까 잠깐 고민했다. 바로 유명한 다국적 광고회사인 ‘JW Thompson의 중국어 음차였다. 인쇄광고물을 ‘평면작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창의총감‘이라고 한 것도 새로 알게 되었다.)   JWT上海智威汤逊获得中国首个戛纳全场大奖   2011年6月22日,法国戛纳作为全球广告界的顶尖盛事,旨在表彰全球最具创意广告作品的戛纳广告节,将本年度平面类全场大奖授予了JWT 智威汤逊上海。JWT 智威汤逊上海凭借为Samsonite(新秀丽)创作的“天堂与地狱”平面作品(据说是飞机稿),获得了这一最高荣誉。这也是中国大陆广告界首次获此殊荣。“天堂与地狱”除获得平面类全场大奖之外,还斩获平面类美术指导金狮和插画类银狮。同时,该作品在昨天颁发的户外类奖项中已经获得了两尊金狮。这套名为“天堂与地狱”的战役是为新秀丽的Cosmolite系列创作的,包括平面和户外。作品旨在沟通新秀丽产品超强的耐用性,鲜活地展示了天堂与地狱之间的对比旅行箱的主人在头等舱享受着天堂一样的尊贵礼遇;而新秀丽旅行箱则在行李舱里遭受着炼狱般的折磨。然而,在经历了所有的折磨后,新秀丽旅行箱仍然完好如初。星期三晚上,智威汤逊上海首席创意官杨耀淙、执行创意总监周锦祥和东北亚区执行创意总监兼中国区主席劳双恩代表整个创意团队骄傲地上台领取了这一奖项。 http://www.31star.com/a/information/news/2011/0628/14510.htm————————————————–동양사학과 동문화보 <동사> 4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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