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8/23~25일에 열린 제 5회 부산국제광고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여 싣습니다. 국제광고제로서 부산국제광고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아주 기뻤습니다. 쑥스럽지만 세미나에 대한 반응도 아주 좋아서 뿌듯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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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케팅 활동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젊은 층을 어찌 할 것인가?

 

국제광고제 행사 중에 열리는 세미나에서 몇 번 발표한 적이 있다. 당연히 모두 영어로 발표했다. 국제광고제란 이름이 붙은 행사에서 이렇게 한국어로 발표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감개무량하다.

 

얼마 전 8월초 끝난 런던올림픽에서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 있다. 우크라이나 양궁 선수가 착용한 가슴보호대(Chest guard)에 있는 ‘바가지머리’라는 한글과 만화 캐릭터가 선명하게 화면에 잡혔다. 눈길을 끌고 주의 깊게 보니 한국의 최현주 선수를 비롯해 여러 나라 양궁 선수들의 유니폼에서 바가지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트위터와 게ㅣ판 등에서 화제가 되었다. 결국 바가지머리는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란 게 알려졌고, 바가지머리 기업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어떻게 된 소치인지 밝혔다. 그들의 해명(?)에 따르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대회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양궁 선수들을 위하여 바가지머리 캐릭터를 활용한 가슴보호대와 티셔츠를 양궁 선수들에게 제공해 왔단다. 2009년 한국에서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렸을 때 많은 외국 선수들이 그걸 가지고 가기도 하고, 한국 선수들이 선물로 외국 선수들에게 주기도 해서 퍼진 것 같다고 한다. ‘작은 보탬이 되고자’, ‘좋은 취지로’ 한 일이, 개인적인 평가로 보면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공식 스폰서들을 제치고 최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바가지머리가 처음부터 거창하게 스포츠마케팅 계획을 세워서 같은 행동을 했다면 과연 같은 결과를 가져왔을까?

 

젊은 층들은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인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는 친구 하나는 어쩔 수 없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기업의 제품이나 메시지를 슬쩍 넣어야 하는데, 후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젊은 관객들은 제품 자체에 대해서 고개를 돌린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들은 정보에 민감하여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하고, 멤버쉽 혜택을 꼼꼼히 살피고 체리 따먹듯 그 혜택을 최대로 누리는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 성향을 보이는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 갈 것인가?

 

자동차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더욱 심각한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들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미국 10대 중 1998년에는 64%가 면허를 딴 반면, 2008년에는 고작 46%만이 실제 면허를 취득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 이래 모든 연령대의 면허보유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50대의 경우 2004년 49.7%에서 올해는 68.5%로 면허보유율이 20% 이상 오른 반면, 20대는 같은 기간 64.3%에서 60.5%로 떨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어쨌든 이유를 떠나서 자동차 업계에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차에서는 젊은 층들을 겨냥하여 PYL(Premium Youth Lab)이란 것을 만들었다. 자동차의 개발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젊은이들의 혁신적, 문화적, 감성적 가치에 맞춘 컨셉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결과로서 개성 충만한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고 해서 ‘You(당신)+Unique(독특함)’을 합성한 단어를 만들어 Premium Younique Lifestyle로 요즘은 부른다. 이 PYL의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문이 세 개 달린 벨로스터(Veloster)이다.

 

‘젊은 층이 원하는 콘텐츠를 억지로 만들어서 내놓으려 하지 말고, 그냥 콘텐츠 자체가 되자.’ 바로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벨로스터를 미국 시장에 내놓으면 세운 원칙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콘텐츠를 구성하고, 즐기는 세 가지 기둥이 있었다. 바로 음악,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 음악과 기술이 아우러진 게임이었다. 젊은 층에서도 음악, 기술, 게임 부문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그룹을 ‘Young creative class'로 이름 붙였다. 그들은 직업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음악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희곡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고, 옷을 디자인하는 등 창의적인 활동을 전문가 수준으로,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친구들이었다.

 

미국의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대중음악 관련 상인 그래미와 손을 잡고, 다양한 음악 장르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음악 창작을 후원했다. 연계하여 유명 DJ들의 그 음악을 활용한 콘서트, 창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과 상영,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도 15일에 걸친 출시 기념쇼의 독특한 형식으로 벨로스터는 세상에 출현했다. 보통 호텔에서 특정한 저녁 나절에 펼쳐지는 일회성 쇼가 아닌, 잠실운동장을 클럽 파티 현장으로 꾸며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즐기며 자연스럽게 벨로스터를 맛보았다. 세계 젊은 층들을 관통하는 문화와 트렌드 콘텐츠가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들이었다. 세계 각지 젊은 층들 대다수가 즐기는 문화의 한 유형을 얼마 전에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아빠, 제가 이제까지 뭐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었잖아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답했다. “그건 아빠가 워낙 잘 보살피고 해달라기 전에 모두 해줘서 그렇지?” 별다른 동의 표시 없이 아들이 얘기를 이어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으로 뭐 하나만 구해달라고 했다. 바로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를 하러 오는 에미넴(Eminem) 공연 표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부탁을 들어 주고, 나중에 그 유명한 ‘떼창“ 모습을 화면으로 보았다. 까칠하고 저항적인 에미넴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게 한, 누가 ’마치 달라이라마가 Fuck you라고 한 듯한‘, 떼창이었다. 한국에도 에미넴을 제대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 동시유행과 기호를 반영하여 세계적으로 같은 광고물을 방영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는 특히 음악이 중용한 역할을 하는 광고일수록 더욱 그러한 성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미국 슈퍼보울에서 선을 뵌 후 한국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방영된 기아차 소울(Soul)의 햄스터들이 등장한 일련의 광고들이다.

 

유튜브 조회수 5천만을 넘기며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도 세계 젊은이들의 서로 닮아가는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이번 싸이에서도 나타났지만 K-Pop이 인기를 얻고 확산되는 데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전체나 부분적으로 공개가 되며, 트위터나 유튜브로 알려지고 멘션(Mention)이 나오면서 노래나 춤의 일부를 사람들이 따라 하고, 약간씩 변형한 패로디물을 내놓으며 선풍을 일으킨다. 그저 마당이나 놀 거리만 제공하면 젊은이들은 알아서 자신들이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미있게 논다.

 

마케팅 강연이나 저서에서 예전에 많이 인용되던 영화 중 하나가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꿈의 구장(Field of Dream)>이다. 거기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인 ‘(구장을)지어라. 그러면 그가 올 것이다(Build it, and he will come)'은 매장을 만들거나 광고를 하면 고객들이 바로 찾아올 거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의도로 자주 인용되었다. 뭔가 고객을 끌 새로운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냥 오기만 해서는 안 되고, 와서 놀아야 한다. 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 후보경선에 싸운 힐러리 클린턴과 본선에서 상대가 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맥케인의 마케팅전략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교한 적이 있다. 그 차이를 나는 오바마는 ’Come and take me', 그의 상대들은 ‘Come and see me'라고 요약했었다. 마당을 주며 놀게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송년행사는 보신각 타종행사이다. 사람들이 보신각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송년과 새해맞이를 축하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참여하는 부분은 없다. 구경꾼일 따름이다. 전형적인 관변행사의 모습으로 펼쳐지는 행사이다. 현대차와 이노션에서는 젊은층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송년/새해맞이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바로 작년 말 강남역 부근 강남대로에서 펼쳐진 ‘2012 Count down' 행사이다. 현대차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그 행사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자신들의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며 또 한 해의 염월을 담은 갖가지 행동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나를 좋아해달라고 구걸하거나 강요하지 말라. 젊은이들은 그들 자신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그들이 결정하게 하라. 당신의 브랜드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들에게 마구 들이밀지 말라. 그냥 그들이 놀 수 있게 마당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소재를 주어라. 누가 그런 놀이가 가능하게 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조바심내지 말라.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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