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소싱의 과거와 성공법칙

입력 2012-07-15 11:26 수정 2012-07-15 11:30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책인 <크라우드소싱>(제프 하우 지음, 박술라 옮김, 리더스북 펴냄, 2012)서도 소개가 되었지만, 2004년에 나온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의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는 기념비적인 책이다. 영국 시골의 시장에 모인 사람들이 수송아지의 무게를 맞히고, 학생들이 병 속에 든 사탕의 개수를 맞히고, 전문가들보다 더 높은 적중률을 나타내는 보통 시청자들의 얘기 등 흥미 있는 소재들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무엇보다 제목 그대로 지혜의 원천으로서 대중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브리태니카의 수백 년 아성을 허물어버린 위키피디아는 ‘대중의 지혜’의 증거물이자 결정판으로 받아들여졌다.




        필자는 2007년 ‘참여, 공유, 개방’을 ‘웹 2.0’시대의 핵심으로 꼽아서 발표한 바 있다.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들을 쓰거나 덧붙인 경우도 많지만 대략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위 세 단어에는 대상이자 주체가 생략되어 있다. 바로 대중이다. 대중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대중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여, 결국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말했다. 바로 그 ‘대중’의 존재와 참여가 실제로 어떤 방면에서 발휘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마케팅이나 기업 활동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하는가에 관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필자만이 그런 의문과 욕구를 지니지는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크라우드 소싱’이란 용어의 창시자인 제프 하우도 그런 욕구와 책임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이 책 <크라우드 소싱>을 과거, 현재, 미래로 장을 구분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크라우드 소싱의 사례들에서 과거를 현재와 분리하기는 힘들다. 차라리 인터넷 이전의 크라우드 소싱의 역사적 배경과 맹아, 인터넷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고 진화하고 있는 사례들, 미래 발전 방향의 예측과 제대로 크라우드소싱을 이용하기 위한 제언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하는 것이 보다 적합할 듯하다.












1. 크라우드 소싱의 뿌리와 전통












        ‘딜레탕트, 은밀한 아마추어 열정의 역사’라는 꼭지를 보면 저자는 베이컨과 같은 학구적인 취미를 가진 주로 귀족들이 행한 과학 연구를 크라우드 소싱의 정신을 보여주는  얘기한다. 일단의 철학자들과 의사, 아마추어 천문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대학(the Invisible College)'라는 그들만의 ’교육 기관‘을 조직하여 서로 서신을 통하여 과학 연구를 했다. 이는 1660년에 ’왕립학회(Royal Society)'로 발전했고, 그 후 100년 동안 인류의 지적 진보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 진화론의 찰스 다윈 역시 이러한 전통을 잇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전문화의 바람이 불었다. 산업 현장에서 헨리 포드의 자동차공장, 대학에서도 전문성을 강조하는 연구기관들의 설립은 그러한 기류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학의 문이 넓어지면서 특정한 분야에서 기본 지식을 갖춘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 중 자신의 전공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은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흥미를 갖는 일이 무언가 의미 있는 삶과 노동으로 보상받기를 원하며 크라우드 소싱이 제대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인터넷이다. 정보의 해석과 습득에서 전문가들이 구축한 폐쇄적 구조가 허물어졌다. 얻은 정보는 다수의 접속점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는 크라우드 소싱이 꽃을 피우는 결정적인 기반을 조성했다.












2. 크라우드 소싱의 극적인 사례들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로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기업체로 성장하거나, 대기업이나 업계의 전문가들이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일반인들의 모임 등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그들이 창출한 소득이나 확대된 영향력, 개인적인 성취에 대한 만족도는 지나치게 미화될 우려가 있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 트레드리스(Threadless)





        사람들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온라인에 올린다. 참가한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투표를 통해 우수한 디자인 티셔츠를 선정한다. 선정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디자인이 인쇄된 티셔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티셔츠를 판매한다.












  - 아이스톡포토(iStockphoto)





        처음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 공유 사이트로 출발했다. 사진가들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사진 기술에 대하여 토의도 하면서, 다른 이들의 사진을 기존의 스톡포토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 P&G의 '협력개발(Connect & Develop)' 프로그램





        비밀로 무장된 P&G 내부조직간, 외부와 단절된 벽을 허물었다. 퇴직과학자들이 파트타임으로 참여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세계 각지의 14만 명에 이르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이노센티브(Innocentive)라는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 전문가들을 능가한 조류 관찰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이버드(eBird)





        수만 명의 아마추어 조류관찰자들의 관찰 자료를 모아서 조류학자들의 관찰과 연구 결과를 뛰어넘는 성과를 이룩했다. 이제는 전문 조류학자들과 아마추어들이 서로 협력하여 양쪽 모두의 지식을 증강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위에 든 사례 이외에 제프 하우는 오픈소스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유닉스부터 리눅스를 얘기한다. IBM은 특허권 관련한 극히 전문적이라고 생각되는 업무의 처리도 외부인들에게 오픈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어메리칸 아이돌로 대표되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세계 최대의 표본 집단’으로 심사에 참여하는 대중들을 일컫는 말처럼 크라우드 소싱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는 사업기회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위키피디아의 경우도 최초의 아이디어에서 어떤 티핑포인트를 거치면서 크라우드 소싱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3. 크라우드 소싱의 평가와 미래












        필자도 한때 자주 언급했던 로버트 푸트넘의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란 책이 있다. 푸트넘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웃 간의 관계를 단절해 사회생활을 가로 막는다고 했다. 저자는 오히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새로운 커뮤니티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 생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한다.






        처음 디지털이 키워드로 떠오르던 ‘90년대 후반에 많은 이들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우려했다. 디지털 기기와 정보망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에 따른 차이가 경제력, 사회적 계급에 아날로그시대보다 더욱 큰 격차를 가져온다는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면을 조망하고 예측한 용어였다. 그러나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저소득층의 디지털로부터의 소외가 아닌 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에게 이 책에서도 제시된 크라우드 펀딩이나 마이크로뱅크와 같은 형태의 크라우드 소싱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디지털에 중독이 된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참여하게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자 수입의 원천으로 크라우드 소싱이 작용하며 부작용도 눈에 띄고 있다.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여론을 조작한다든지, 압력집단화 하는 경우이다. 모든 것을 크라우드 소싱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기존의 가치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극단적인 집단도 나타난다.












4. 크라우드 소싱의 10가지 법칙과 기업에 적용하는 법












        제프 하우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10가지 법칙 혹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저자의 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기업의 활동, 특히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필자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












  1)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라





        왜 크라우드 소싱을 해야 하는지,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여, 적절한 크라우드 소싱의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브랜드에서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야한다고 말하곤 하는데, 일맥상통한다.












  2)적절한 대중을 끌어들여라





        필자는 목표고객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단 것으로 이해했다.












  3)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라





        ‘혜택’이 무엇인가? 어떤 동기가, 어떤 강도로 제공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












  4)그래도 직원들은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크라우드 소싱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임직원에 대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5)대중의 우둔함과 자비로운 독재자 원칙





        집단의 초점을 조정하고 때로는 흔히 나타나는 군중심리를 잡아줄 리더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일견 크라우드 소싱과는 모순된 표현으로 설파한 말이다.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선지자의 역할을 하는 리더가 마케팅에도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많다.












  6)단순하게 만들고 작게 쪼개라





                ‘명료함’과 ‘간결함’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더욱 필수불가결하며,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분위기(Tone & Manner)'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위해서도 세분화를 얘기하지 않던가?












  7)스터전의 법칙을 기억하라





        ‘1%가 콘텐츠를 만들고, 10%는 투표하고, 89%는 그저 소비할 뿐이다‘라는 스터전의 법칙은 과도한 기대를 막아준다. 마케팅에서는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생각하라는 경구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8)스터전의 법칙을 해결하는 방법, 10%를 기억하라





         투표하는, 곧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댓글을 달며 유포시키는 사람들이 바로 이 10%이다. 바로 위의 고객들의 구분과 연관해 볼 수 있다.












  9)커뮤니티는 언제나 옳다





        시장과 자연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조사결과는 그저 수치일 따름이다.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포착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0)당신이 대중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을 물어라





        왜 크라우드 소싱을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라는 얘기이다. 브랜드에서 기업이나 제품의 존재 이유를 물으라고 촉구한다. 철학적 바탕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바로 위 마지막에 ‘철학적 바탕’이란 말을 썼는데, 필자가 보기에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해야만 할 이유를 찾고, 그 출발점과 과정을 명확히 하는 데서 성패가 결정된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개념도 무조건 기대야만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시대 트렌드에 맞는 하나의 대안으로 기존의 생각과 방법을 바꾸게 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교보문고 <북모닝CEO>에 실은 서평의 원본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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