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세대차이보다 더 무서운 지역차이

지난 4월 11일의 국회의원 총선 직후에 새누리당을 후원하지 않는 사람들 중심으로 20대들의 낮은 투표율을 책망하는 소리가 많이 나왔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원색적인 욕설까지도 난무했다. 선거 바로 다음 날 아침에 한경칼럼에 써서 올렸던 졸문 ‘20대는 왜? – 선거결과를 보고’도 사실 20대의 투표율이 낮았을 것이란 심증을 가진 상태로 썼었다. 다른 사람들과 그래도 좀 달랐던 점은 ‘20대의 투표율이 설혹 낮았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세울 일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깔고 있었다.

경향신문에서 서울 지역 20대의 투표율이 64.1%이란 기사가 나오면서, 최소한 트위터 상에서는 ‘손가락질(finger-pointing)’ 게임의 공수가 뒤바뀌었다. 20대의 신원(伸寃)성으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공격적 트위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지성향을 떠나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꾸직던 몇몇 기자나 정치평론가들은 바로 ’20대가 민주당을 구했다‘며, 20대를 움직인 원동력 중의 하나로 그나마 나꼼수가 있어서 가능하단 얘기까지 했다.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기사의 일부를 보자.

서울에서 20대 투표율은 64.1%로 집계돼 전국 평균 45.0%를 웃돌았다. 서울의 30대 투표율 역시 44.1%로 전국 평균 41.8%보다 높았다. 서울에서 2030세대의 높은 투표율이 야권의 압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면 20대 투표율은 47.6%, 30대 투표율은 43.6%로 집계돼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수도권 전체 판세에서 야권의 승리가 2030세대의 득표율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천의 20대 투표율은 38.5%, 30대 투표율은 41.4%로 집계됐다. 인천에서는 20대와 30대 투표율 모두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이 같은 결과가 야권이 당초 예상과 달리 인천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경기에서 20대와 30대 투표율은 각각 34.1%와 43.6%로 조사됐다. 경기에서도 20대 투표율은 전국 평균에 턱없이 모자랐다.

(경향신문, 2012/4/13)  

선관위의 공식적인 투표율은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다. 위의 수치들도 방송사의 출구조사 수치와는 차이가 많이 나서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어쨌든 위의 기사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분위기 전환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과 붙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통학, 출퇴근하는데 경기와 인천의 20대 투표율이 서울의 반쪽에 가까운 55~60%에 불과한 것은 대체 어떤 이유일까? 20대 투표율의 전국 평균이 45%라는데, 그렇다면 서울을 뺀 지역은 20대 투표율이 30%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서울의 반이 안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 부르고, 그만큼 서울이 특별한 곳이라고 하지만 20대의 같은 연령대에서 수도(首都)와 지역 간에 정치적인 행동양태가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국가가 있을까 자뭇 궁금하다.

며칠 전 진보적 성향의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하는 한국인들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분석한 글(http://barryspost.net/post/3699)을 보았다. 35만 건 정도의 접속 건수를 모샘플로 했으니, 충분히 통계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결과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접속한 경우가 61%로 압도적이다. 대략 인구 천명당 비율로 보면 서울은 데스크탑 접속 10명, 모바일 접속 12명 정도로 이 비율에서 2위를 차지한 대전의 각각 3명 정도를 3~4배 이상으로 앞선다. 최하위인 경북의 경우 데스크탑과 모바일 모두 1명 안팎에 그친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노트북이나 다른 개인 IT 기기들의 보급률 등을 따진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에서의 차이가 이렇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인가?

미국 주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해인가 심심풀이 겸 한국과 미국의 어린이들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과 생각 및 태도를 비교하는 가벼운 연구를 해본 적이 있다. 연구 결론 중의 하나가 어린이들에게는 국가보다 성별(性別)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었다. 즉, 미국의 남자 어린이는 미국의 여자 어린이보다 한국의 남자 어린이와 더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여자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적과 지역을 뛰어넘는 남녀의 차이라고 몇 차례 강연에서 농담처럼 얘기한 적이 있는데, 대한민국 20대에서의 지역에 따른 차이는 그런 농담을 생각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대한민국 5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대상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워낙 특이한 성향이 있다고 해서 울산도 넣고 했다. 그러나 지역별 차이를 보려고 한 경우가 거의 없다.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뭉뚱그려 넘어 가곤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알리고,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리 하지 못했다.

서울과 이외 지역에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게 비록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20대의 투표율에서 보듯 현실이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좁힐 생각을 해야 한다. 바로 앞의 선거기획이나 전국적인 행정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전국 평균 어쩌고 하면서 퉁치고 나가선 안 된다. 그랬다간 간격만 계속 벌일 뿐이다. 한반도의 남쪽에서 ‘서울과 기타’로 나라가 또 이등분되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예감에 갑자기 오싹 소름이 돋는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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