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제일 이해 못할 음식이 해물전골이야. 해물탕이라고도 하는 해산물들 이것저것 많이 넣어서 끓이는 것 말이지. 새우, 게, 미더덕에 별별 조개들, 그리고 또 뭐가 들어가지? 아무튼 냄비 가득이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는다는 것을 강조하듯이 집어넣지. 해산물마다 각자의 독특한 맛이 있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 요리하는 방법이 다른데, 왜 그것들을 그렇게 한꺼번에 퓨전이라고 끓여내서 이도저도 아닌 맛을 내는지 대체 모르겠다. 꽁치와 고등어, 갈치를 함께 넣어 찌개를 끓이지는 않잖니? 물론 서로 다른 것들을 결합해서 생각지도 않은 맛을 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 팔고들 있는 잡동사니 해물전골은 아니야.”




어머니께 TV에서 본 쇠고기멍게 찌개 요리에 대해서 괜찮은 생각 같다고 칭찬을 하자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통영에서 식당을 하시는 아주머니는 애들이 어른들처럼 멍게를 좋아하지 않아서, 애들도 함께 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궁리하다가, 쇠고기멍게 찌개를 창안했다고 한다. 그 아주머니는 확실하게 상황 파악을 했고, 문제를 정의했다. 경영학의 사례연구의 처음 상황을 설명해주는 식으로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식이 아니었을까?




“한국의 남해안에 위치한 통영은 예로부터 ‘한국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광과 신선한 해산물 산지로 유명했다. 특히 굴, 멍게가 유명하다. 갓 바다에서 올린 그런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요리들이 발달했다. A식당은 멍게 요리로 통영에서 손꼽힌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살만 골라 초고추장에 찍어 회처럼 먹는 생멍게와 멍게살을 역시 초고추장과 함께 비벼먹는 멍게비빔밥이 있다. 수십 년 최고의 멍게전문식당으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졌는데, 2000년대 들어서 A식당의 손님 수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단골로 오다가 발걸음이 뜸해진 B씨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문제가 명확해졌다. 가족들과 식당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애들이 멍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회적 트렌드가 가족끼리 특히 애들에 맞추어 식당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메뉴를 멍게로만 제한하다 보니 A식당에는 애들이 먹을 만한 게 없었다.”

   

목표고객이 아주 명확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는 애들이 좋아하는 달짝지근한 쇠고기에, 어른들의 입맛과 자기 식당의 특성도 감안하여 멍게로 마지막에 쌉싸름한 맛을 보탠 쇠고기멍게 찌개를 내놓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쇠고기멍게 찌개와 달리, 상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도 명확하지 않은 채 행해지는, 곧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해물전골과 같은 시도와 노력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아주 작게는 그저 이름값을 쫓아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을 한 광고에 몰아넣어 세를 과시하는 광고도 있었다. 아직도 있다.

- 뚜렷한 역할과 목적을 규정하지도 않은 채, 남들이 하니까 혹은 해야 한다니까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라는 간판 하에 여러 활동들을 나열해 놓은 경우. 근래 대표적으로 SNS 활동들이 목표가 무엇이든 꼭 들어가야만 제대로 짠 마케팅 계획으로 인정을 받았다.

- 왜 하는 지도 모르게 하는 마케팅 조사들. 정성(定性)과 정량(定量)이 마구 엉켜서 시행되는 경우 많았다.

- 뾰족한 제품이나 브랜드 하나 없이 그저 제품 라인업만 강조하는 기업들 많다. 예전의 한국 기업들이 그랬다. “A to Z"라 하여 어떤 알파벳이든 그걸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회사를 가지고 있다는 어느 기업집단의 광고. 비슷한 맥락으로 "Chips to Ships"라는 카피로, 아주 작고 섬세한 반도체 칩에서 거대한 중장비 배까지 만든다는 것을 얘기한 광고도 있었다.




위와 같은 일들이 자행되는 데 일정 부분 실무자로서 역할을 한 경우 많이 있었다. 특정 시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나름 효과를 얻은 것도 있었다. 그런 필요성과 시기적 특수성은 사실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실무자로서 한정된 부분만을 맡고 있던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면, 질적으로 보다 좋은 결과를 내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방식을 낼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재료를 푸짐하게 넣었으니까 손님들은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식당 주인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종업원과 같았다. 물론 해산물의 종류가 많고, 양이 푸짐한 것만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손님들도 있다. 기업에서 양적인 존재감을 우선시하는 마케팅 목표도 세울 수 있다. 그런 상황인식이나 목표가 확실하게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식을 찾아내는 것도 전체 그림을 구성원들이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남들이 하니까 똑같이 한다는 식은 정말 안 된다. 큰 흐름으로 퓨전을 얘기한 지는 상당히 오래 된다. 아주 크게 ‘90년대 초부터 ’복합화‘란 용어를 사용했고, 제일기획에서는 ’복합화사업부‘란 것까지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산물이 이전 화신백화점의 지금 국세청이 들어 있는 건물이다. 이후 2000년대 초에는 대한민국 소비자라이프스타일 조사의 결과를 퓨전으로 묶으며, 세부적인 트렌드를 영문 철자 ’F.U.S.I.O.N'으로 시작하는 단어들로 제시한 바도 있다. 해물요리에서 퓨전은 새로운 해산물을 넣어보는 자유로운 시도에서 출발한다. 모든 해산물을 같은 방식으로 몰아넣어 같은 맛을 내는 방식은 이미 퓨전이 아니다.




요약하면 해물전골에 대한 어머님 말씀으로부터 교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무조건 섞지 마라. 양으로 승부하지 마라. 구색 갖추려 하지 마라.

- 상황인식, 문제점, 목표 등에 대해 종업원과 공유하라.

- 트렌드라고 무조건 쫓지 마라.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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