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이 사진은 언제 찍혔을까?




















위 사진을 아버지, 어머니께 보여드리며 시대 배경이 언제쯤 될 것인지 추측해보시라 했다. 어머니께서 “애들이 책보 메고 다니고, 옷 입은 것을 보니 한국전쟁 직후? 하여간 ‘50년대겠다”라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도 “그 정도 되겠구먼”하고 동의하셨다.  

내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을 보고 한 분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이런 댓글을 남겨 놓았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저랬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책보로 책을 허리에 싸메고 검정고무신 신고 뛰어다녔죠. 검정고무신은 정말 튼튼해서 닳지도 않아 지겨워서 명절 때가 되면 일부러 뒷축을 칼질해서 부모님이 장에 나가 새신 사오도록 했죠. 하얀 고무신이 그렇게 신고 싶었는데 항상 검정고무신 다시 사오시더라구요. 그때가 참 행복했던 거 같아요. 국민학교 가는 신작로에 하늘하늘 코스모스 보며 걷던 그 평온한 길, 저 사진 속 아이들로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세대의 대표격인 주명덕 선생의 작품이다. 선생이 1940년생이니 ‘50년대의 작품이기는 힘들고, ’60년대의 작품인 성 싶다. 그러나 위 사진은 ‘60년대도 훌쩍 뛰어넘어 1974년에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에서 찍은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 속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댓글의 주인공은 1967년생이다. 그 친구의 고향도 역시 전라북도로 사진의 배경과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사진 속에서 가장 어린 꼬마와 비슷한 연배였겠다.  

나는 ‘74년이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막 서울로 전학하여 학교를 다녔는데, 책보를 갖고 다니는 애들을 본 기억이 없다. 서울로 전학하기 전에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읍내 학교이기는 했지만, 봄이면 학년마다 돌아가면서 ‘퇴비 증산’한다고 리어카를 반마다 하나씩 끌고 나가서, 퇴비로 쓸 잡초들을 뽑아 모으곤 하던 시골학교에, 고아원에서 학교를 다니던 애들도 꽤 되었지만, 책보 같은 것은 보지를 못했다. ‘40년대에 초등학교-당시 명칭으로는 국민학교-를 다니신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집안이 부유한 편이 아니었지만 책보를 메고 다니지는 않으셨단다. 물론 부모님 친구들 중 상당수는 책보에 책을 싸가지고 다니기는 하였단다.  

전북 부안에서도 산골 출신이라는 선배와 식사를 함께 하게 되어서 궁금한 김에 책보를 가지고 학교를 다녔는지 여쭤보았다. 책보를 가지고 다닌 기억은 없단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난 서울에 있는 친척이 가끔 애들 쓰고 난 가방이나 옷가지를 보내 주곤 해서, 그때 받은 가방을 갖고 다녔지.” 비슷한 경우는 지금 생각하면 있었던 듯하다. 서울 학교 이름이 새겨진 옷들을 느닷없이 입고 오는 친구를 본 기억이 있다. 수년 전에 태국에서 한국 태권도 도장 추리닝을 입고 다니는 소년을 본 것과 비슷한 경우겠다.  

사진이 찍힌 연도와 함께, 근처 지방에서 자란 1967년생 후배의 그리움 섞인 회고를 말씀드리니 부모님께서는 적이 놀라신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지역 간에 그렇게 차이가 난 줄 모르셨단다. 그러면서 고무신을 비롯하여 예전 학교 다니실 때의 추억 등을 곁들여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냇가에서 장난감에, 잡은 피라미를 놓아두는 낚시도구에 심지어는 싸울 때 손에 들고 패는 무기로까지 쓰이는 고무신으로부터 큰 눈깔사탕 하나 입에 넣고 아끼고 아껴 그걸로 배고픔까지 잊으며 한 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하시던 얘기 등등 줄줄이 추억담이 흘러 나왔다. 근래 아버지, 어머니 얼굴이 그렇게 환해진 경우를 보지 못했다. 아버지, 어머니와 더불어 말씀을 나누고, 두 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게 한 것만으로도 주명덕 선생님과 사진 속의 아이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약간 디테일로 들어가서 궁금해진다. 과연 어떻게 저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돌게 만들었을까? 진지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주명덕 선생의 별 것 아닌 한 마디였을 공산이 크다. 40년이 흘러 웃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코메디언과 개그맨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과연 사진 속의 저 소년들은, 같은 또래로서 우리는 한번 더 저렇게 구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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