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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인 볼트의 교훈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났다.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기억에 남을 사건은 우샤인 볼트의 100미터 실격이었다. 200미터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와 자메이카 팀의 일원으로 400미터 계주에서 이 대회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금메달을 따서 2관왕이 되었지만,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은 모습이 더욱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사건이자 모습이 될 확률이 높다. 트랙의 패션모델로 화제가 되고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200미터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플로 조(Flo Jo)라는 별명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3관왕이 되었지만, 사람들이 88 서울올림픽의 육상은 벤 존슨이 100미터 경기에서 1위를 했지만 약물검사를 통해 실격된 사건으로 기억하듯이 말이다. 

왜 우샤인 볼트가 그런 무리한 출발을 해서 실격을 당하게 되었는가 원인에 대하여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비슷비슷한 내용들이었는데 어느 스포츠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설로 정리한 것이 가장 깔끔했다.  

1. 원래 반응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우샤인 볼트는 덩치가 크다. 경기 모습을 보면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을 정도다. 누구는 소리를 뇌에서 듣고, 다리까지 전달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는데 그 사실여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행동으로 옮기는데 다른 선수들보다는 움직임이 클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발이 볼트의 거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본인 자신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것이란 가설이다. 

2. 세계신기록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출발할 때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는 하지만, 볼트는 달리면서 가속도를 붙여 결승선에서는 100미터에서조차 다른 선수들을 여유 있게 떨어뜨리고 들어온다. 출발이 아무리 늦어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그런데 부정출발까지 하게 된 것은 바로 그가 등수보다는 세계신기록을 내야겠다는 욕망으로 무리를 하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3. 늦은 총성에 적응하지 못했다

한국의 단거리 스타였던 장재근 현 한국육상경기연맹 이사가 볼트가 실격되었던 100미터 경기의 심판은 출발신호 총을 쏘는 것이 약간 늦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그런 지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선수들마다 자신의 몸에 기억된 준비자세로부터 총성이 울리기까지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볼트도 그런 자신의 경험에 의한 시간에 따라 반응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의 세 가지 가설은 마케팅에서도 나타난다. 보통 무리를 했을 때 원인을 찾아보면 위의 세 가지와 같은 맥락인 경우가 많다. 먼저 ‘반응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은 자신의 약점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 온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기울여야겠지만,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마케팅이 보통 더욱 효과적이다. 문영미 교수의 <디퍼런트> 책에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두 번째의 기록에 대한 욕심은 목표, 특히 판매액이나 점유율과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목표를 두고 정진하는 것은 좋지만, 수치목표가 절대화되면서 질적인 것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체포왕’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수치 목표를 통한 경쟁은 과열되기 쉽고 무리수를 두게 만든다. 결국 그런 단기적인 수치목표에 대한 집착은 자신을 근본적으로 해치게 된다.

마지막의 ‘늦은 총성’은 외부 환경이 변하는데, 자신의 경험에 의한 지식과 행동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우샤인 볼트가 아무리 세계기록 보유자요 대선수라고 하더라도 심판이 출발신호 총성을 내는 방아쇠를 당기는 시간을 조정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있다.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는데 아날로그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몰락의 길을 걸은 기업들이 많다. 자신의 경험치를 버리고 적응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모대학에서 열린 TED 행사의 강연의 시작을 우샤인 볼트의 실격사건으로 시작했다. 청중의 대부분을 차지한 대학생들에게 역설적으로 ‘포기하라’고 했다.  

-약점을 억지로 고치려 하지 말라

-틀에 박힌 목표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려라

-기존 지식과 틀에 빠지지 말라 

우샤인 볼트는 100미터에서의 실패에 계속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이후 200미터에서와 400미터 계주에서 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둥,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우샤인 볼트야말로 ‘포기’할 줄 아는, 그럼으로써 더 큰 것을 이루는 단순히 달리기만 빠르게 하는 운동선수가 아닌 위대한 선수이자 마케터로서의 진면목을 보였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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