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김봉남과 팝가수 김혜자

입력 2011-07-24 22:04 수정 2011-07-24 22:04
-<아모레 퍼시픽> 사보에 실은 원고의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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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자이너 김봉남과 팝가수 김혜자

  (앙드레김, 패티김이 김봉남, 김혜자란 자신의 원래 이름을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름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이름은 언제, 어떻게 바꿔야 효과적인가? 브랜드 이름을 둘러 싼 사례와 함께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살펴본다.)

 1999년 여름 가뜩이나 무더웠던 대한민국을 한껏 더 달군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옷로비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거기에 “앙드레김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 증인에게, 청문회위원장이 “김봉남 씨죠? 본명으로 얘기하세요”하면서 엄하게 주의를 주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본명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그 청문회가 밝혀낸 것은 앙드레김의 본명 밖에 없다는 농담반진담반의 평가를 받았다. 만약 앙드레김이 김봉남이란 본명을 가지고 디자이너로 활동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앙드레김은 ‘60년대부터 척박했던 한국 패션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패티김이 일찌감치 해외무대를 겨냥하고, 결국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는 대형 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패티김의 본명은 탤런트와 동명이인에 ’60대 이상의 한국여성에게는 아마도 가장 흔할 김혜자이다. 패티김이 김혜자로 무대에 섰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명성을 획득했을까?

한국인으로서 글로벌 무대에까지 이름을 떨친 두 슈퍼스타의 예명과 잘 알려지지 않은 본명을 가지고 위와 같은 질문을 사람들에게 자주 한다. 대략 2/3는 본명을 가지고 활동을 했다면 그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본명으로도 성공했을 거라고 대답한 나머지 1/3은 그 두 사람의 기본 실력과 꾸준한 노력 및 철저한 자기관리를 이유로 든다. 후자 1/3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덧붙이면 본명을 가지고 했다면 이름을 떨치는 것이 조금 늦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예명을 통해서 국내팬들에게는 이국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외국 무대의 진입장벽도 조금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식 예명의 효력이란 일시적이다. 이후는 실력이 좌우한다. 디자이너 김봉남과 가수 김혜자는 초반의 무대 개척에 조금 시간이 더 걸렸을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은 이후의 업적을 충분히 이루었을 것이다.

처음 제품이 나올 때 낮은 평가를 받은 이름이라도 이후에 개선 활동을 통하여 이미지를 바꾼 경우도 있다. 한국 승용차 중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쏘나타는 원래 1985년 10월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피아노 독주곡을 뜻하는 음악형식인 ‘소나타(Sonata)'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런데 이름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아이들까지도 ’소나 타는 차‘라고 조롱하곤 했다. 무엇보다 제품자체의 위치와 성능이 기존의 스텔라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애매했다.

이후 새롭게 제품을 개선하여 내놓으면서 이름 문제가 제기되었다. 해외시장에서는 원래 이름에 대한 평가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된 것과 함께 처음의 실패를 연상시키는 것과는 절연해서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여기서 ‘Sonata'라는 영문표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한글표기만 된소리화하여 ’쏘나타‘로 하는 묘안이 나와 채택되었다고 한다. ’소나타‘ 시절에도 된소리로 ’쏘나타‘라고 발음하는 사람들 많았다. 부정적인 연상을 떨치기에는 변화가 미흡하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의 한글표기를 ’쏘나타‘로 한 이후 그 성공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쏘나타 이름 사례는 세 가지 큰 의미를 던져 준다. 첫째, 앙드레김과 패티김의 예에서 봤듯이 실력, 바로 제품의 품질과 올바른 포지셔닝 등의 제품 본질적인 것들이 우선이다. 둘째, 미묘한 차이라도 시장은 반응한다. 된소리로 한 음절의 표기를 바꾼 것이지만, 그 자체로 변화의 모습과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셋째, 나라에 따라 특정 이름에 대한 선호는 매우 다를 수 있다. 단어의 어감과 연상에서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기업인지도와 이미지가 달라서 하부의 제품의 이름에 대한 다른 반응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 꼭 감안하여야 한다.

이름의 발음이나 표기법을 바꾸어서 효과를 거둔 사례는 많다. 1993년 현재의 CI를 발표하기 전까지, ‘삼성’은 국내에서는 ‘三星’이란 한자식 표기를 주로 썼고, 해외에서는 ‘SAMSUNG'이라고 영어 알파벳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세 개의 별’을 뜻하는 로고와 함께 원래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세 개의 별’이란 의미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이름조차도 모르는 상황에서 더더욱 커뮤니케이션하기가 힘들었다. 현재의 오벌마크와 거기에 결합된 영문 워드마크 ‘SAMSUNG'은 이름으로 읽을 필요 없이 하나의 이미지마크로 보아야 한다. 이미지로 뚜렷이 부각이 되면서, 결국 ’삼성‘이라는 이름 자체도 강하게 인식이 되었다. 이름 자체를 꼭 바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삼성의 경우에도 제품 부문에서의 약진이 기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세계화’가 키워드의 하나였던 ‘90년대에 우리 기업들은 바로 위의 삼성과 같이 해외시장을 지향하여 이름을 바꾼 사례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해외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주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경우를 고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선경(Sunkyung) -> SK', '골드스타(Gold Star)/금성(金星) -> LG', '한국화약(Korea Explosive Group) -> 한화(Hanwha)'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90년대 이후 제품의 이름을 보면 업종에 따라 경향이 나뉘고 있다. 젊은 층과 해외시장을 주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전자, 통신, 패션 부문에서는 영문이름이 주종일 이루었다. 반면 자연, 재료, 정성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 식음료, 학습 등의 부문에서는 자세하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한글 이름이 많이 나타났다.

삼원식품의 ‘삼원고추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들은 먼저 제품이름을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으로 바꾼 후 기업이름을 ‘해찬들’로 바꾸었다. 다른 기업으로 합병이 되었지만, 제품의 이름은 계속 남아 가장 강력한 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 ‘해찬들’이라는 이름이 고추장을 넘어 다른 장류까지 훌륭하게 확장하는 원동력이다.

한때 핸드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LG ‘사이온(CYON)’의 경우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Cyber on'이란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부분이 전혀 새롭지 않은 기본 성능이 되어버리며, 스마트폰 시대에 길을 잃어버렸다. 이는 삼성의 ’애니콜(Anycall)'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기술발전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름이다. 이름을 지을 때는 항상 차별성, 명료성과 함께 장기적인 확장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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