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꿈꾸며

입력 2011-04-16 13:18 수정 2011-04-16 13:18
원래 위의 제목으로 쓴 글인데, 실제 매일경제에 실릴 때는 나름 섹시하게 하렸는지, "독설의 神, 트럼프 이중 잣대 들켰다'고 나갔습니다. 원문에서 별로 바꾸지 않았습니다만, 여기서는 원문을 싣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라고 했는데, 이 졸문 쓰면서 보니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와 글들도 홍수더군요. - 원문은 여기 ->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24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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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꿈꾸며

 

소위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주말이면 서너 개 이상의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되고, 수백만 명이 출연신청을 하고, SNS에는 시시각각 시청자들의 의견이 줄을 이어 오른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의 전통은 오래 되었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콘테스트 프로그램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은 참가자들이 직접 무대에서 공연하고, 합격 여부를 바로 판정하는 데서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격을 아주 강하게 갖추고 있다. 아마 그런 점이 국내 최고의 인기장수프로그램이 되는데 받침이 되었을 것이다. 전국노래자랑과 근래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차이는 많지만,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관여와 노출의 정도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노래자랑의 심사위원은 이제 일상 단어로 자리 잡은 탈락을 알리는 ‘땡’과 합격의 ‘딩동댕’이란 두 가지 소리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거기서 절대권위가 나온다.

 

심사위원의 위상 변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최초의 오디션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0년 초부터 8월까지 방영된 미국 CBS의 ‘서바이버(Survivor)' 첫 편, 시즌 1이었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편의 시청률이 무려 28.6%, 5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을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인기가 줄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바이버 시리즈에는 심사위원이 없다. 참가자들 자신이 편을 갈라 게임을 하고, 떨어질 사람들을 선정한다. ’‘배심원(Jury)'이라 불리는 최종 심판단도 모두 참가자들로 구성된다. 배심원들의 최종투표도 나름 재미있지만, 그것이 사실 인기의 핵심 요소는 아니었다.

어느 방송평론가의 말처럼 일일연속극과 같은 다양한 등장인물들, 가벼운 심리게임의 긴장감, 열대지방의 섬을 배경으로 한 가벼운 노출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노골적이지 않은 섹스, 일확천금의 꿈 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은 것이 이 작품의 성공과 장수의 비결이었다.

2002년 ‘어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돌풍을 일으켰다. 심사위원이라는 새로운 재미요소가 첨가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인 음악 프로듀서 출신인 사이몬 코웰(Simon Cowell)은 거침없는 독설과 비평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인물 유형 하나를 만들어내며 슈퍼스타가 되었다. “들어본 중 최악의 노래에요”, “완전 시간낭비군요”, “대체 (노래도 못하면서) 여기에 왜 온 거죠?” 식의 코멘트는 그 전의 점잖은 주례사와 같은 심사평과는 달랐고, 안티도 생겼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직설적인 까칠함에 열광했다.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사이몬 코웰과 같은 유형의 심사위원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제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는 필수적인 요소로까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절대 권력을 지닌 보스의 등장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는 계속 되었다. 그리고 참가자의 운명을 실제로 결정하는 한 마디를 내지르는, 문자 그대로 보스형의 심사위원이 등장했다. 이미 슈퍼스타와 같은 지명도를 갖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가 심사위원장 격으로 출연하여 2004년 1월부터 방영된 ‘어프렌티스(Apprentice)'였다. 참가자들이 물건을 벼룩시장에 팔거나, 하루 만에 광고를 만들어 내거나, 식당을 운영하거나, 정해진 품목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임무를 경쟁하며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냉혹하면서도 격정적인 거의 신격화된 보스이다.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세계에 발은 내딛은 참가자들에게 처음 임무를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최후의 운명을 알려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은 그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치 신(神)이 손가락질하며 가리키는 시늉과 함께 내뱉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You're fired!"

어프렌티스는 첫 번째 시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You're fired'는 즉시 유행어가 되었다. 지금도 미국인들에게 도널드 트럼프하면 바로 연상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첫 번째 시즌 이후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졌다. 2008년 시즌에는 유명인들을 참가자로 하여 반짝 회복하는 듯했으나, 하강 추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작년 말의 시즌 최종회의 시청자 수는 첫 회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직설은 더욱 잔인해졌고,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표정과 말투는 더욱 단호해졌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 작년 초에 있었다.

어프렌티스를 방영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TV채널에서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 중의 하나인 그의 가지런히 앞머리를 빗어 올린 장발을 가지고 프로그램 자체 광고를 만들었다. 유명인이 참가하는 새로운 어프렌티스 방영을 알리는 그림 옆의 트럼프 사진에서 무엄하게도 그의 장발이 가발처럼 바람에 날려 트럼프가 순간적으로 훤한 대머리로 나타난다. 조악하다 할 정도의 그래픽 처리를 방송국 내부에서 직접 했다고 한다. 그 광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기사에 의하면 트럼프가 그 광고를 보고 진노하여 내리게 했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발표는 방송국에서 스스로 내린 것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광고를 내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광고 얘기를 듣고 약간 기분 나쁜 표정만 지었을 수도 있다. 그게 나비효과처럼 오스트레일리아의 방송국에서는 당장 광고를 내려야 하는 시급한 사안이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중 잣대나 행동은 곤란하다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보스로서 아무리 제한된 공간이지만 그의 이미지가 희화(戱畵)처럼 비추어져서는 곤란하다고 트럼프는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인물로서 자신의 브랜드에 일찍부터 신경을 썼던 트럼프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거친 언사에 손가락 해고를 남발하면서, 자신을 향한 사소한 유머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트럼프로 사람들에게는 인식이 되었다.

기성 유명 가수들 간의 본격 가창력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목을 끌었던 <나는 가수다>는 규정을 벗어나 재도전의 혜택을 주었다가 강제된 휴지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와 같은 이중적 잣대의 기준이 더욱 혹독한 반응을 가져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인 참가자들에 대한 독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결국 그것은 전문가 연하는 그 독설을 던지 사람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들을 옥조일 확률이 크다.

어느 정도의 균형과 긴장감이 모든 관계에 필요하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에서도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영국의 역사가 액튼 경의 말은 절대 정의이다.

일부분에서의 부패는 다른 부분으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대행사와의 관계는 기업 전체 측면에서 볼 때 극히 제한된 분야이다. 그러나 광고주 기업이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될 때 결국 그 관계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다른 협력사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리 상생을 외쳐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가 없다. 더욱 확산, 악화되면 기업 외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불신과 경시 풍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런 기업의 외부에 소비자가 있다.
소비자를 심사위원으로 모시자 

소비자도 모르는 숨겨진 욕구를 찾겠다고 하다가, ‘소비자들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시켜야 한다’로 생각이 비화되는 것은 아주 쉽다. 그런 기업들에서는 조사와 실제 마케팅이 따로 놀고, 마케팅과 영업 그리고 상품개발 등이 모두 각자의 사일로(Silo)를 만들게 된다. 외부와의 불균형 관계가 결국 내부에서 일하는 방식과 관계까지도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 경력 이상의 마케팅 종사자들이 그룹을 이루어 제한된 시간 내에 광고를 완성하는 <나는 광고인이다>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일종의 역할극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광고주가 광고를 만들고, 광고대행사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독설을 퍼부으며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를 심사위원으로 모시고도 오디션 프로그램 한번 진행하고 싶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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