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를 하진 말자

입력 2011-01-04 00:02 수정 2011-01-04 09:16


“조금이라도 약세를 보여서는 안 되고 상대방의 ‘페인트 모션’이나 테스트에 말려서도 안 된다. 일관된 공세로 선공은 피하되 눈싸움에 이기면서 몇 달만 지그시 견뎌보자. 그러면 결판은 날 것이고 전쟁은 막아질 것이며 우리의 2세들은 시집 장가 잘 가게 될 것이다.”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져도 거기에 말려들지 말고, 우리 나름대로의 실탄포격이나 공세적인 행동으로 나가면서 몇 달만 밀고 나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란 얘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글은 근래 쓴 것이 아니라 1994년 6월에 ㅈ일보의 당시 날리던 논설위원이 쓰신 글이다. 이 글이 실리기 직전 미국은 한국에서의 전쟁 시뮬레이션을 했다. 결과는 ‘전쟁이 시작한 뒤 3개월 동안 미군 사망자가 5만에서 10만 명, 한국군 사망자는 최소 50만 명 안팎, 한국 민간인 피해자가 수백만 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의 글이 나온 직후 미국은 한국에 있는 미국 민간이들 소개계획을 세웠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미 카터가 북한을 방문했고, 남북한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면서 전쟁이야기는 지나갔다.

 

당시의 한국 대통령은 자신이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얘기를 나중에 “클린턴 대통령하고 그때 대판 싸웠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로요. .... 그때 내가 그렇게 싸우지 않았다면 아마 남북전쟁이 일어났을 거예요. 큰 전쟁이 일어났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양반의 전화가 어느만큼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내가 보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이후에 전개된 상황을 보면 지미 카터의 방북이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는데, 당시의 청와대는 방북 자체를 반대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떨떠름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에 김일성이 자신과의 회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었다고 진짜로 믿는 듯이 말씀하신 것을 보면 정말 그렇게 믿을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소위 ‘서울 불바다’ 발언도 나왔다. ‘95년 9월에 태국으로 출장을 갔었다. 그때 주재원 하나가 그런 얘기를 했다. “작년 한국은 정말 전쟁 날 뻔 했다고 하더라. 주재원인 내가 부럽다는 전화 나중에 받았었어.” 근데 믿기지 않게 서울에서는 그런 위기상황 느꼈던 사람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는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언론보도의 중추가 그렇지 않았다. 그까짓 것 하면서 일관된 공세를 피면 전쟁 따위는 없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언론을 믿었다.

 

위에 든 ‘94년의 사례는 <우리들의 현대 침묵사>에 나온 것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을 보면서 현재 상황이 대비되었다. ’3일만 견디면‘ 된다는 논설을 버젓이 펴는 신문이 있다. ’70년대의 초등학생도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미친 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표현이 메이저 언론에 활자화되는 이 현실. 어찌하나!?

 

위의 책에 나온 연좌제에 관한 내용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물론 연좌제는 남한만의 것이 아니다. 북한 역시 6·25 이후 월남자나 납북자, 국군 포로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가혹한 연좌제를 실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날 처절한 남북 대결 시대를 극명히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구도에서 벗어나 참다운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했어야 하며 그것은 나라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었다. 이제는 상투적인 말이 되었지만 진정한 안보는 자우민주주의에서 오는 것이기 때분이다. 어쩌면 연좌제의 극복 여부가 두 체제의 정당성과 우월성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지도 모른다.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하여 이런 얘기 많이 했다. “왜 우리 제품의 더 나아져야 할 부분 얘기를 하는데, 우리랑 수준이 완전히 다른 제품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십니까?”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제품이 저열한 공정으로 제품을 만드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 않는가? 왜 자신의 수준을 낮추려 하는가? 새로운 기준이나 다른 전선을 만들라는 얘기를 마케팅 전략에서 많이 한다. 자신을 저급제품과 같이 만들어 혹은 비교하여 우월감을 느끼려는 그런 짓은 하지말자.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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