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적인 광고 표현을 위한 5 가지 조언

 

서사(敍事)를 주제로 한 학기 공부하는 인문학 대학원생들에게 ‘광고에서의 서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역사학 계열은 아니지만 국문학과 출신으로 인문대 후배인 한 교수가 4개월 전 처음 만나는 술자리에서 불쑥 얘기를 꺼낸 후, 2개월 전에 날자를 확정짓고, 일주일 전에 수강생 및 강좌에 관해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세부 내용을 전달했다. 강의를 수락하는 자의 입장에서 강의 전반에 걸쳐서 더욱 자세히 물어보고, 검토를 했어야 하는데 술김에, 선배로서의 호기에 그냥 넘겨버렸다가 지난 주 강의주제를 듣고 놀랍고 당황스러워졌다.

 

‘서사’라니? 기껏 15초, 기껏해야 30초 얘기하는 광고에서 무슨 서사란 말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대 광고대행사를 만든 레오 버넷(Leo Burnett)의 말대로 광고란 세 가지 다음의 메시지만 제대로 전달하면 된다.

 

“Here's what we've got. Here's what it will do for you. Here's how to get it.

(제품은 이렇게 생겼고, 이러한 쓸모가 있으며, 이런 곳에서 구할 수 있다).”

 

바로 제품을 보여주는 소개에 이어,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된다는 얘기다. 쉽게 얘기하면 그렇지만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많아서 사람들 눈에 띄고 기억에 남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문제이다. 그리고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차례로 나누어 전달할 것인지, 한 번에 몰아서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어떤 때는 각각의 단계에 따라 광고의 목표고객이 달라지기도 하니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 광고에 이야기까지 집어넣으라고 요즘 광고에서도 ‘storytelling'을 유행처럼 얘기하고 있다. 사실 지난 세기부터 이야기가 있는, 그리하여 유머나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광고를 만들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하도 스토리텔링을 많이 떠들어서 차라리 별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고전적인 ’서사‘란 단어 아래 의뢰를 받은 것이다. 참고로 요즘 스토리텔링이 또한 좀 뜸한 느낌이 있는데, 이는 SNS, 바로 소셜마케팅이 업계의 화제어로 기사, 세미나를 휩쓸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15초나 30초짜리 TV 커머셜이나 신문이나 잡지의 한 면을 메운 광고물이 위에서 언급한 제품사진, 혜택 설명, 구입 방법만 직설적으로 실어서 전달 할 수는 없다. 재미와 공감을 위해서도 거기에 이야기를 심어야 한다. 이는 너무나 기본적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야기나 서사 같은 용어는 잠깐 옆으로 밀어놓고, 광고 표현의 트렌드나 소비자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효과적으로 이용할만한 방식이나 방향 다섯 가지를 나름 선정한 대표적인 사례들과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1. 인간적으로 접근하라 (Personify)

전에 ‘우리(We)'라는 주어와 함께 기업 전체의 단합된 의지와 노력을 강조하는 도요타의 리콜 관련 광고와, 루이지애나 바다에서의 기름 유출 이후에 보상책임자로 자원한 그 지역 출신의 대릴 윌리스(Darryl Willis)라는 인물을 내세운 Bp의 광고를 비교하여 얘기한 적이 있었다. 기업이 ’우리‘라고 기업 전체로 자신을 표현할 때 많은 경우 고객들은 어디에 얘기하여야 할이지 모를 수 있다. 고객센터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 있지만, 기계적으로 거쳐 가야하는 검색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쉽다. 인간을 내세워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 굳이 접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얘기하고 어떤 사람이 자기를 돌봐줄지 아는 경우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모델로 쓰게 된다. 사람을 통해서 일체감, 동일시, 감정이입이 되지, ’우리‘로 표상된 기업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다. 감정이입에는 선망적인 것과 공감적인,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유형이 있다.

 

2. 약자가 되어라 (Be an underdog)

스포츠 경기를 보면 관중들은 자신이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을 경우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이다. 그 약자를 영어로는 ‘underdog'이라고 흔히 말한다. ’dark horse'는 약자라기보다는 비수를 숨기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주의하여야 할 상대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예전에 그런 늦게 출발하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약자의 이미지를 십분 살리자면서 ‘모든 사람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약자이다(Everybody's an underdog to somebody)'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구도를 잘 이용한 그야말로 광고의 최고 서사물이 바로 애플컴퓨터의 ’1984‘이다. 2000년대 초의 HP역시 그런 경쟁구도를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종합 IT기업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3. 한 가지에 집중하라 (Focus! On one easy thing!)

“3G는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의 속도를 더욱 발전시킨 HSDPA기술에 기반한 네트워크로 고품질 영상통화, 고화질 컨텐츠 등의 고속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그리고 3G T-2000을 의미하는데요. 단말기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음성, 데이터 및 영상 등을 고속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글로벌 멀티미디어 이동통신서비스를 말합니다. 전세계 표준화 및 동일 주파수를 사용하여 글로벌 로밍을 지원하는 개인화된 신개념 서비스로 무선접속표준인 서비스 방식에 따라 유럽방식인 비동기식과 북미방식인 동기식으로 구분이 됩니다. 서비스의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3G는 고속 멀티미디어가 가능하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아주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형 3G 방식의 휴대폰으로는 복제폰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화상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W-CDMA 휴대폰(3G)에는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범용 가입자 식별모듈)이 별도로 장착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이 카드를 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G 핸드폰이 처음 나올 때 3G에 대해 어느 웹에 실린 설명이다. 3G가 여러 가지 기능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데, KT의 'SHOW‘는 영상통화에 집중하여 광고들을 만들었다. 그게 사람들에게 2G와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이해도 쉽게 했기 때문이다.

 

4. 여백을 남겨라 (Let them play with it)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적인 모델 작업을 꽤 한 편이다. 광고비를 투자 했을 때의 효과예측이나, 광고모델을 누구로 써야할지 결정하는 모델,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측정하는 것 등등 많이 건드렸다. 그런 모델작업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이 있다. “모델로서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실용성은 떨어진다.“ 세밀한 부분까지 논리적으로 완벽한 과정을 만들면 실제 그렇게 해서 구해지는 결과치의 정확도에서 걸릴 부분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것을 활용하기가 힘들어진다. 모델이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져 지레 질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 표현도 그렇다.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냐는 질문에 ‘아주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말이 없는, 카피가 적은 광고가 일반적으로 좋은 광고’라고 대답한다. 광고는 놀이마당으로 초대하는 역할만 해도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어떻게 구매할까, 구체적인 혜택은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알아서 잘 찾아간다. 기업 측면에서 너무 힘주어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괜히 반감과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기 십상이다. 여백을 주고 거기서 맘껏 놀게 하라.

 

5. 명분을 지녀라 (Do the right thing)

기업 경쟁의 핵심요소가 변해왔다는 얘기를 하며, 이제 품질, 소비자 욕구 파악과 대응, 감성적인 가치에 덧붙여 사회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제품이나 업종이나 브랜드와 연계하여 관심을 촉구하고 해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내 모증권사의 구정물 자판기는 자기 브랜드와 업종과의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아쉬웠다. 그 면에서 스타벅스의 재활용 가능컵 쓰기 캠페인은 소셜네트웍까지 많은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훌륭한 사례이다.

 

몇 개의 ‘원칙’, ‘법칙’, ‘원리’를 제목으로 내세우며, 본문에서 정리하여 보여주는 책들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책들이 말하는 특정 원리나 법칙 하나가 각개약진해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제한되어 있다. 몇 가지가 한꺼번에 적용, 실행이 되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광고 표현을 위한 다섯 가지라고 얘기했는데, 서사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여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위의 표현을 위한 다섯 가지가 전부 혹은 몇 가지가 필수적인 부품이자 장치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후배 교수가 의뢰한 내용의 핵심인 ‘서사’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하여 서가를 뒤져 예전에 읽은 책 한 권을 끄집어 내었다.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시모어 채드먼 / 김경수 옮김, 민음사, 1990)>이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제목만이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었다. 책이 출간된 1990년에 이 책을 샀는데, 왜 그 때 이런 책을 샀을까 한참 기억을 되짚었다. 삼성전자 홍보영화를 맡으면서 관련된 책이라고 샀던 것 같다. 최종 홍보영화의 서사는 어떠했을까? 제대로 된 서사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변명만 늘어놓는데 책이 쓰였던 것 같기도 하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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