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삶과 브랜드를 위한 5개의 기지 

자기계발이나 처세술에 관련된 책이나 강연을 보면 같은 발음에 다른 뜻을 가진 낱말이나, 비슷한 형태나 발음과 어원의 말들, 한자(漢字)의 파자(破字) 방법 등을 응용하여 재미와 의미를 함께 노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면 성공하려면 ‘깡, 꿈, 끼’ 등을 비롯한 몇 개의 ‘ㄲ’이 필요하다,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들어 있다 등등 어느 관련 강연이나 글에서든 이런 사례는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지나치다 싶게 말장난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될 수 있으면 아예 그런 시도는 하지 않으려 부러 애를 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면서, 한국 기업들에 부족한 것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상황을 전환시키는 유머나 위트를 들면서 그것을 한 단어로 ‘기지(機智)’로 정의했다. 그런데 한자변환을 하려면서 다른 한자들로 쓰이는 ‘기지’들을 보니까 많은 것들이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고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해당될 수 있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다섯 개의 ‘기지’로 정리했다. 

- 기지(基地) : 자신이 확고한 기반으로 삼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제품이나 업종일 수도 있고, 브랜드로서 고유하게 구축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위기 상황에서도 돌아가 자신이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바탕을 얘기한다. 이명박 대통령 같은 경우는 누가 뭐라 해도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현대건설 시절의 ‘샐러리맨 성공신화’가 그의 첫 번째 기지이고, 청계천은 두 번째가 된다. 현대에는 자동차와 창업자 정주영 회장이 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은 업종으로는 전자가 절대적이고, ‘우등생’이나 ‘일등주의’와 같은 무형적으로 이어져 온 문화가 또한 기지로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 기지(旣知) :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자신의 ‘비빌 언덕’으로 기지(基地)의 위치와 강약점, 미래의 전망 등은 꾸준히 조사도 하고 관찰하면서 공통의 지식으로 확보를 해놓고 공유하여야 한다. 조사는 열심히 해야 한다. 삼성의 성공요인 중의 하나로 철저한 조사와 사전 스터디를 든다. 바로 이 기지(旣知)를 상대적으로 충실히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삼성이 초기에 일본 기업들을 벤치마킹했듯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삼성을 따라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삼성이 취했던 방식이 판단기준이 되곤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삼성이 취한 행동이나 조사 활동 등에 대해 제한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 제한된 부분만이 외부에 알려져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핵심이 되는 소프트 정보를 취득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모른 채, 외형적인 제도나 시스템만을 갖추고 표면적인 조사결과를 비롯한 정보에만 매달린다. 이는 자신의 활동반경과 상황대처능력을 매우 제한할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기지가 필요하다.  

- 기지(機智) : 위에서 얘기했듯이 여기서의 기지는 유연성과 여유를 먼저 생각하면서 떠올렸다.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빠져 나왔다’는 표현을 잘 쓰는데, 마냥 급하게만 안달해서는 위기를 빠져 나올 수 없다. 한발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상황을 파악해보는 여유와 새로운 힘을 가져다주는 유머가 필요하다. 한국전쟁에서 국군의 최대패전이라고 하는 현리전투에서 정신없이 그냥 도망가기에 바빴던 국군 사단장 중에 민기식 준장이란 양반이 있었다. 특정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전과(戰果)나 육참총장까지 지낸 장군으로의 경력과 업적을 떠나서 특유의 기지로 에피소드를 많이 남겼다. 그 현리전투에서 사단장까지 허겁지겁 강을 헤엄쳐서 건넌 후 잠시 숨을 돌리려 나무 아래 앉았는데, 그 나무가 복숭아나무였단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부하들을 보며 민기식 준장이 이렇게 애기했단다. “복숭아나무도 있고, 강도 있고 무릉도원에 왔는데, 술은 없으니 물로라도 한잔씩 합시다.” 그 말에 부하들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 유머를 가지고 펼칠 수 있는 여유, 바로 ‘기지(機智)’가 필요하다. 
- 기지(奇智) : 유머 이상의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묘책(妙策)을 만들어내는 정말 기발한 머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삼국지연의는 온갖 그런 기지들이 발휘된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그 분야의 챔피언은 누가 뭐래도 제갈량(諸葛亮)과 조조(曹操)이다. 일부러 성이 비워져 있는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적이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나게 했던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나, 더위 속의 긴 행군에 갈증으로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바로 앞에 매실이 있다며 소리쳐서 입에 침이 돌게 하여 갈증을 해소시켰다는 ‘망매해갈(望梅解渴)’의 고사가 바로 기지(奇智)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라 하겠다. 그럼 기지(機智)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위의 것이 긴급한 상황을 모면, 탈피하고 전환시키기 위한 순간적이고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면, 기지(奇智)는 목적이 분명하며 계책으로서 생각하여 꾸며내는 성격이 강하다. 조조가 유비(劉備)를 떠보려고 초대하여 천하의 영웅이 누구냐고 묻고 마지막에는 직접적으로 천하의 영웅은 자신과 유비 밖에 없다고 한 것은 계획된 기지(奇智)이고, 마음을 들켜서 놀란 유비가 젓가락을 떨어뜨렸다가 때마침 터진 천둥소리에 놀랐다고 둘러대어 모면한 것은 기지(機智)이다.  

- 기지(氣志) :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루쉰(魯迅) 선생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훨씬 오랜 이전에 장자(莊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길이 된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하게 “물위지이연(물위지이연)”이란 표현을 썼다. 직역을 하면 ‘사물은 뭐라 일컬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뜻인데, 이를 약간 다르게 해석하여 ‘어떤 제품 혹은 브랜드라도 어떻게 만들어야 되겠다고 계속 일컬으며 노력을 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로 해석을 한다. 브랜드 강의를 할 경우 마지막에 자주 이 두 구(句)를 댓구 형식으로 보여주며 의지(意志)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의를 들은 분들게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와 의지로 이겨 나가라고 촉구한다. 그 용기와 의지가 바로 마지막 기지(氣志)이다. 이는 마지막에 얘기를 했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시작부터 브랜드가 호흡을 하는 어느 순간에도 내부 인사들의 기본 정신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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