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말라

입력 2010-10-31 07:08 수정 2010-10-31 07:08


고대 일본인들도 식량이 충분치 않을 때는 노인들을 동사시키거나 짐승의 먹이가 되게 방치했다. 현대인들의 감성으로는 이런 일들이 매우 야만적인 풍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생사의 위기에 몰려 그처럼 잔혹한 전통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본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다.

 

<이코노믹 갱스터>(렌이먼드 피스먼·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옭김, 비즈니스맵, 2010)에 나온 구절이다. 부족이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나이 들고 노쇠한 사람들을 떠다니는 얼음벌판에 내다버리는 북극 툰드라 지대의 아마살리크 이뉴잇족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아마존, 시베리아, 가봉 , 북아메리카의 여러 종족들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음을 얘기하면서 덧붙인 말이었다.

 

10여년 전 친지 한 친지 한 분께서 당신의 대학생 아들을 만나서 그의 미래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쭈뼛쭈뼛 가서 이런 말 저런 말을 풀어놓으며 20대 초의 대학생 친구와 얘기를 했는데 고맙게도 얘기를 잘 들어 주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며, 그 나이 때의 나를 생각했다. 나에게도 내가 그 친구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씀을 해준 선배들,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말들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나친 자의식의 틀 속에 들어 앉아 있었고, ‘30대 이상은 어느 누구라도 믿지 말아라(Don't trust anyone over thrity)'와 같은 ’60년대 서구의 과격한 학생들의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나면서 혹시 그 대학생 친구에게 “나도 네 나이 때는~”과 같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아니면 공자님의 ‘세 사람이 길을 가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같은 구절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살 어린애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산 3년이 내가 산 어린 시절의 3년과 다르기 때문에”라는 식의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 무언가를 어린 친구들에게 해준다고 해도 생물학적인 나이를 거쳐 왔다고 해서, 외형적으로 같은 명칭과 모양새의 길을 거쳐 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들이대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자신의 경험과 잣대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잣대에 근거하여 특정한 행동이나 반응을 강요해서도 당연히 안 될 일이다. 그런데 근 몇 년 사이에 “나도 예전에 XX해보았는데”하는 소리가 언론에 나오는 것을 자주 듣게 되었다. 당사자에 대한 충고나 위로보다 앞서 나갔다는 우월함을 강조하는 듯한 표현으로 들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광고를 하면서도 그런 소리 듣는 경우가 많아진다. “아, 내가 예전에 조미료 오래 해보았는데~”와 같은 소리. 꼭 아주 오래된 일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바뀌지 않고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광고 커뮤니케이션에 반응을 보이는 촉각과 기호는 수시로 바뀌는 성향이 강하다. 바뀌지 않는 부분, 내가 지켜가야 할 부분을 위해서 이전의 경험과 그에 바탕을 둔 지식들을 가지고는 있어야겠지만, 새로운 부분에 대한 연구 없이 그것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도의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단순히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권위가 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계 경제나 정치 지형에서도 그런 소리는 많이 들리고 강요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강요되는 과정을 보면 ‘선진화’, ‘세계화’ 등의 간판을 붙이면서 곳곳의 현장에 있는 극소수의 동조자들과 잘 치장된 성공사례를 앞세워 치밀하고 유혹적이다.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부터 일련의 저작들에 그런 강요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일방적인 것인지 잘 나타나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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