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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잘 팔릴까?

전기차는 한국에서는 몇몇 관공서나 소수의 기관에서만 매우 제한된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다. 실상 따지고 보면 하이브리드 승용차도 별반 관심을 한국 시장에서는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한국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약해서 그런가?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의 다음 단계라고 예측할 수 있는 건가? 그럼 그 면에서 한국에서의 전기차는 아직 매우 요원하단 말인가? 여러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한국 시장을 떠나 미국에서는 올해 말부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경쟁 체제에 들어가면서 대량판매에 시동을 걸 양상이다.  

워렌 버핏이 주식을 구매해서 더욱 유명세를 탄 중국의 BYD를 제외하면 사실 전기차를 커뮤니케이션 전면에 부각하며 대량판매까지 고려하여 시장에 내놓은 대형 자동차 업체는 없었다. 그런데 닛산(Nissan)과 GM의 시보레(Chevrolet)에서 각각 ‘Leaf(리프)’와 ‘Volt(볼트)’라 이름 붙인 제품을 11월 이후에 내놓는다고 한다. 이미 이들은 상반기에만 이들 두 제품에 대한 광고로 4천만$ 이상을 썼고, 메이저리그 애구 플레이오프와 월드시리즈 기간에 투자를 더욱 늘릴 예정이며, 12월말까지 공격적인 집행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자동차 업계 및 마케팅계에서는 과연 그런다고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살 것인가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전기차를 두고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벌인 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전기차를 살 것을 고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조사에서는 65%가 돈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전기차를 구입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51%의 응답자가 동종 다른 차종 가격 대비 5천$ 이상 비싸다면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전기차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소위 친환경제품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취하고 있는 태도의 일종이다.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2009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5%의 조사대상자들이 ‘친환경제품을 살까 고려한다(Would consider buying a green product)‘고 대답을 했지만, 실제 친환경제품을 사는 사람은 22%에 그쳤다. 그리고 미국 잡지협회 쪽의 자료를 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잡지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조사에서는 얘기하지만, 실제 환경문제가 커버에 실리거나 특별섹션으로 다루어진 잡지들의 반수 이상은 평소보다 심각하게 판매량이 준다고 한다.  

올해 GfK로퍼컬설팅(GfK Roper Consulting)에서 북미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봐도 비슷한 내용들이 나온다. 71%의 조사에 응한 소비자들이 기업의 환경친화적인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전체 응답자의 66%는 친환경제품은 너무 비싸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25~54세의 가구의 가정용품 주구매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의 응답자들이 환경친화를 내세운 페이퍼타월이나 화장실 휴지, 키친타월 등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데 동의했다. 이 비율은 가격이 자신들의 구매준거에서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과 매우 비슷하다. 응답자의 60% 이상은 비싸기 때문에 친환경제품을 사지 않고, 또 30% 이상이 친환경제품은 세일이나 프로모션 행사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소위 저관여제품에서도 친환경제품의 가격은 비싸다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와 같은 고관여제품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부정적 인식을 갖기 쉽다.  

친환경제품이 가지고 있는 더 심각한 문제는 친환경제품이라면 뭔가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친환경요소만 강조하면서 품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사회를 위한 희생의 일종을 강요했던 몇몇 친환경제품들의 부정적인 유산의 소치일 확률이 크다. 그렇지만 과거의 이런 부정적인 인식들이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계속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다시금 생각이 나며 그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한다.  

자동차의 경우 나는 도요타를 비롯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가 소비자들에게 환경 관련하여 과장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약속을 했고 그것이 전체 친환경차에 짙게 어둔 그림자를 아직 드리우고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전기차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혜택을 납득시키기 전에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확신을 전기차가 심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사회를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의 구입은 물리적, 감성적 혜택에 대해 소비자들이 모두에서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 그런데 아직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소비자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미래에 실현시킬 수 있는 몇 천$의 가격 차이를 소비자에게 납득시키기 역시 쉽지 않다. 미국연방은행(Fed)를 통하여 7천5백$까지 금전적인 보상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세제상’이란 얘기가 들어가는 것 보면 당장 소비자들이 구입 행동에 나서게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 이런 정부 보조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야만 전기차에 대한 물리적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얘기가 먹혀 들어갈 것 같다. 

감성적으로는 내가 ‘옳은 일을 한다(Do the right thing)’는 자기만족이 중요한데, 여기서도 전기차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반(反) 대기업 정서가 주조를 이룰 수밖에 없는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을만한 평균 이상의 고소득의 사회적 소비자(Socially-engaged consumers)들이 바로 열광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더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를 시장에 대량으로 내놓으면서 전기차가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란 인식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야만 제대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바로 캐즘(Chasm)을 넘어서는 기간이 필요하다. 내 용어로는 하키 스틱의 바닥을 지나 목을 타고 올라가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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