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수렁에 빠진 BP와 한 줄기 희망

수렁 속에 빠진 BP

지난 7월말에 트위터를 통하여 기업브랜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들었던 브랜드들이 연달아서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서 곤혹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그에 대하여 많은 친구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수렁으로 빠진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도요타가 첫째였고, 둘째가 BP였다. 그러면서 BP는 석유를 넘어선 ‘Beyond Petroleum’이 아니라 석유 아래서 허덕이는 ’Below Petroleum’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언론에서는 ‘만(灣)의 오염자’란 의미로 ‘Bayou Polluter’라고 부르기도 했다. – ’bayou’는 ‘늪지대’나 ‘강어귀’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주로 이번 원유유출사고로 오염된 걸프 지역 주변에 펼쳐진 늪지대에 주로 사용된다.

원래 ‘British Petroleum’이라고 불렸던 BP는 2001년 원래의 이름을 지금과 같이 약어로 바꾸고, ’Beyond Petroleum’이란 슬로건을 제정하여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 캠페인을 통하여 ‘석유 -> 에너지 -> 환경’의 긍정적인 고리로 이미지를 이끌어 나갔다. 기업브랜드에서 얘기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자신이 떨칠 수도 없는 기업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석유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의 원천이 되는 ‘에너지’로 의미와 영역을 넓혀 갔다. 이어 그 모든 노력이 자연환경, 곧 지구환경의 개선으로까지 확장되는 훌륭한 브랜드 사례를 만들었다. 실제 BP의 사업도 브랜드 캠페인에서 강조된 것처럼 풍력, 수력의 자연을 해치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분야로 진출함으로써 ‘시커먼 기름’으로 연상되는 종래 정유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밝은 녹색의 환경친화기업의 상위에 이름을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2010년 4월 21일 BP의 그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려버릴 수 있는 메가톤급 폭탄이 터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멕시코만에 있는 BP의 심해유전에서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반도 전역보다도 넓은 어로지역을 덮은 오염과 그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와 관광수입 감소 등의 경제적 손실과 그의 보상을 위해 BP가 감당해야 할 보상금액은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 경제적인 피해는 이미 사단이 발생한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크다. BP에게 더욱 가슴이 아픈 부분은 근 10년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브랜드가 일시에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발단이 되었던 사고를 떠나서, 이후의 과정을 보면 많은 면에서 BP가 자초한 바가 크다.

초기 대응에서 BP는 피해규모를 터무니없이 축소하여 발표하는 데만 급급했고, 의회 청문회에서는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는 태도에 더하여, 피해 어민들과 함께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타내려는 뻔뻔스러운 모습까지 보였다. 게다가 CEO였던 토니 헤이워드(Tony Hayward)는 사건 초기에 오염된 범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때에 기자들에게 “멕시코만은 매우 넓다. 유출된 기름도 그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다”라는 주장을 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리고는 아들과 함께 요트대회에 참가하는 한가한 행태를 보여서,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고향 사람의 친근함과 진정성 

어부들, 부두의 노동자들, 식당 종업원들과 같은 분들이 바로 멕시코만에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입니다. 저는 대릴 윌리스(Darryl Willis)입니다. 멕시코만에서 이번 사태로 피해 입은 분들의 청구와 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BP는 복구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제 업무 중의 하나는 여러분들을 위하여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어부, 소상인 등 이번 오염사태로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손해보상청구 전화는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9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여러분의 청구를 접수하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이미 수만명에게 보상을 해드렸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신청하실 수 있고, 보상받으신 금액에 대해서 아무 세금도 붙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미 200억 달러 이상의 보상펀드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이런 사태를 당하여 저는 자원해서 이곳으로 와서 이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가 바로 제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이 완전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저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대릴 윌리스라는 평범하게 생긴 흑인 한 명이 나와서 위와 같은 나레이션을 한다. 화면에서는 피해를 입어서 걱정하는 루이지애나 지역의 어민, 주민들의 근심하는 모습과 함께 그들이 대릴 윌리스와 만나서 상의를 하고, 그들에게 응대하는 BP 직원들의 모습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대릴 윌리스가 멕시코만의 어느 부두에서 혼자 정면 카메라를 쳐다보며 자신이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마지막 부분이다. 실제 그는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거기서 대학을 나왔고, 가족들 대부분이 계속 뉴올리언스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 사고 당시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 근무하다가 자원하여 온 것도 맞다. 그런 태생적인 인연과 진정성이 어우러져, BP는 원유유출로 인한 피해는 아랑곳없이 요트를 즐기러 간 CEO가 있는 영국의 거대 정유회사가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마을에서 자라나 함께 가슴 아파하고, 복구를 위하여 충심으로 노력하는 한 개인, 옛친구로 다가온다.

이 광고가 전파를 탄 후 대릴 윌리스는 가장 신뢰하는 광고모델로 뽑히기도 했고, 유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BP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릴 윌리스의 TV출연이 잦아지며 원래의 신선함이 바래고, 토니 헤이워드의 후임 CEO가 모든 책임을 전임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대릴 윌리스 효과’가 줄기는 했지만, 대릴 윌리스의 출현이야말로 BP가 이번 사건에 대응하여 취한 조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칭찬할만한 부분이었다.

기업브랜드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자칫 지나치게 숭고하거나, 집단 전체로서의 거대한 조직을 그려서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쉽다. CEO나 창업자 등이 기업브랜드를 대표하는 개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릴 윌리스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친근감을 제고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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