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산, 홍콩과 마카오 나들이...<2>

피크트램(peak tram) 타고 빅토리아피크 오르기는 홍콩 엿보기 중
필수코스라고들 하기에 곧장 트램 탑승장으로 달려갔다.
조금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코스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엄청스레 많은 인파 그리고 긴긴 탑승 대기줄을
감내해야만 한다. 출근시간대 지하철 9호선 염창역이 딱 이짝이다.

비가 내린 건 아닌듯 한데 아스팔트길이 축축하다.
홍콩은 어쩌면 사스나 독감 트라우마가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겠다.
2003년 사스 충격 이후 방역을 겸한 거리 대청소가 수시로 실시된다고 한다.
도로의 물기는 살수차가 노면을 훑고 지나간 때문이란다.
2003년에 홍콩을 뒤흔든 사스(SARS)로 299명이 사망했으며
또 작년엔 홍콩 독감이 500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2003년 당시 홍콩의 사스는 홍콩경제의 뿌리까지 뒤흔들었다.
화려한 도시 홍콩은 죽음의 도시로 변한 듯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었다.
연간 3000만 명이 홍콩을 찾았는데 1600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쇼핑천국 홍콩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쏘다니질 않다보니 외식업계도 쇼핑가도 파리만 날릴뿐이었다.
관광대국의 명성은 사스로 인해 그렇게 끝간데없이 추락했던 것이다.
사스 민폐국으로 낙인 찍힌 홍콩은 그간 값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공중위생에 관한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 이유이다.

홍콩의 버스 안에서는 음료나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다. 법이 그렇다.
공중화장실에 가니 손씻는 방법 4단계가 그림으로 안내되어 있다.
특이점은 다 씻은 후 수도꼭지는 휴지로 감싸서 잠그라는 주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생활수칙에 깨알같은 꿀팁이 더해져 있다.

이 모두 사스와 독감의 전매특허국(?)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홍콩정부의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피크트램'에 올랐다.
경사 45도의 급비탈을 따라 트램이 묵직하게 출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조리 드러누운 것처럼 보였다.
심한 비탈길을 오르는 피크트램 속에서 느끼는 착시현상이다.
그림같은 빅토리아만과 홍콩섬의 경치가 스치듯 지난다.
선로의 총 길이는 1,364m로 고도 368m 지점까지 올라간다.

탄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금새 '애걔걔~'하는 표정이다.
트램에 올라 채 6분 만에 종점에 닿았으니 싱거울 수밖에...

 

트램은 도르래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두 대로 운행하는데,
한쪽 트램이 정지하면 다른 쪽 트램도 함께 정지된다.
1888년 완공된 이래 128년간 운행했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단다.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생긴 후에야 고치거나 점검하는 우리와 다르다.
아무 이상이 없을 때 문 닫아 걸고 점검을 한다.
다시말해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유비무환'이란 야그다.
운대가 안맞으면 이곳까지 왔다가 빈 걸음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막상 타보면 '애걔걔~' 할 수도 있지만 못 타보고 가면
궁금하고 아쉽고 서운한 게 바로 이 '피크트램'이다.

 


빅토리아피크(Victoria Peak), 높이는 552m에 불과하나,
홍콩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홍콩빌딩숲의 위용이 발아래 펼쳐졌다.
뷰가 기막힌 이곳 산자락엔 홍콩 갑부들의 저택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 산마루에 올라앉은 집이 3백 평으로
평당 7억 5천만원을 홋가한다나... 누가 살까?
알라바바 설립자 마윈이 작년에 사들였다고 한다.
홍콩 재력가와 결혼한 전 KBS 아나운서 강수정씨의 신접살림집도
이곳 어디에 있다던데...?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와 버스로 30분 달려 어스름이 내려앉을 무렵,
홍콩섬 남단 해변가 마을, 스탠리(Stanley)에 닿았다.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빵집이 해변을 따라 이웃해 있다.
화려한 홍콩 도심과는 사뭇 다른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다.
꼬질꼬질하면서도 멋스러운 홍콩 속 작은 유럽마을이 퍽 인상적이다.
이곳은 스탠리(Stanley)라는 지명과 함께 해변가의 돌들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赤柱'라고도 불리운다.

 


별들이 소곤대야 할 홍콩의 밤하늘은 비구름에 가려져 먹통이다.
하지만 마천루가 뿜어내는 홍콩의 밤풍경은 '뿅'갈 만큼 매혹적이다.
한때, 무언가 미치게 좋다는 느낌을, '홍콩 간다'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 말은 주로 외설적 이미지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대놓고 쓰기엔 민망한 쌍팔년도 식 표현이 돼버렸다.
어렵던 시절, 우리에게 있어 '홍콩'은 꿈이고 상상이었다.
잠시 침사추이 해변가에 들러 홍콩 야경을 살짝 간만 보고서
눈요기와 맛요기를 위해 야시장으로 이동했다.
내일 저녁 이곳에 다시 들러 레이저쇼인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홍콩 야경에 빠져들기로 넷의 의견이 합치했다.



'홍콩 간다'는 그 홍콩에 잠시나마 발을 들인 이상,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가며 홍콩 즐기기 꿀팁에 충실키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홍콩의 몽콕(Mongkok) 야시장이다.
홍콩정부가 저소득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노점상 권리를 부여한 곳이다.
1㎞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100여 개 노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옆지기는 야시장에 발을 딛기 무섭게 물 만난 고기처럼 빠져든다.
의류와 신발, 각종 액세서리, 먹거리 등 남대문시장과 닮았다.
밀당하며 흥정이 가능한 것 까지도...

얼핏 보기엔 하나같이 짝퉁에다 조악해 보였지만 눈이 보배인 법,
HONGKONG이 印字된 쓸만한 티셔츠 5장을 100元에 득템했고
착한 가격의 망고스틴도 푸짐하게 챙겨 들었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