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꾼과 광고장이의 공통덕목

입력 2009-10-15 09:16 수정 2009-10-15 09:16
 


<황제의 무덤을 훔치다-중국 도굴의 역사>(웨난 외 지음, 정광훈 옮김, 돌베개, 2009)를 읽었다. 중국에서의 고고학 발견에 관한 웨난(岳南)의 책을 예전에 몇 권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 책은 정식 고고학 발굴 주변의 더욱 흥미미진진할 수 있는, 역사로 치면 정사(正史)와 대비하여 야사(野史)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은 땅이 넓다 보니 북부와 남부의 도굴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북방의 경우 흙이 부드러운 편인데, 남방은 박토(薄土)에 돌이 많고 지하수의 수위가 높다고 한다. 즉, 함부로 파 제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남방의 도굴꾼은 오랜 경험을 통해 ‘지형에 근거해’ 무덤을 찾고 땅을 파는 나름의 기술을 터득했는데, 호남성 장사 부근에서 그런 도굴을 전문으로 하는 무리에 ‘토부자(土夫子) 라는 집단이 있었다고 한다. 그 토부자 집단이 자신들이 도굴할 때 사용하는 기술을 중의학에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빗대어 ‘망(望), 문(問), 문(聞), 절(切), 청(聽)’의 다섯 글자로 요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가 소비자를 연구하고 광고를 하는데도 필요한 덕목 같다. 하나씩 보면서 해석을 해보자.




‘망(望)’은 풍수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부장품이 많이 묻힌 무덤이 땅 밑에 자리 잡고 있을 법한 지형을 관찰하는 것이다. 주로 오랜 세월이 지나 지형이 변해버려서 지상에서는 아무런 무덤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땅 밑에 묻혀 있는 무덤을 찾는 데 이용되는 능력이다. 특히나 땅을 박토에 자갈이 많아서 아무 땅이나 무턱대고 파헤칠 수가 없는 강남에서 절실한 능력이었겠다. 당연히 풍수적으로 명당자리에 무덤이 있을 확률이 높다.




두 번째 ‘문(問)’은 발로 직접 뛰어 돌아다니는 것이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심히 지형을 살피고, 마을 어른이나 노인과 옛날 얘기를 하면서 도굴을 할 만한 무덤의 존재 여부와 그런 무덤이 있을 경우 위치를 파악한다.




세 번째 ‘문(聞)’은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한다. 도굴꾼들은 무덤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흙을 떠서 냄새를 맡아, 냄새로 무덤이 도굴된 적이 있는지 알아낸다고 한다. 특히 색깔까지 보면 대체적인 무덤의 연대를 파악하는데, ‘문’의 최고수는 한 대 무덤 흙과 당나라 시대 무덤 흙의 미묘한 차이를 냄새로 알아냈다고 한다.




넷째의 ‘절(切)’은 중의학에서 말하는 진맥인데, 다음의 3 단계로 나뉘어 진다고 한다. 1단계는 어떻게 관이 있는 곳까지 파고 들어갈 지를 찾는 것이다. 2단계는 관에 도달하여 부장품이 숨겨져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3단계는 파낸 물건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눈으로 자세히 뜯어 볼 필요도 없이 어느 시대의 것인지,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지, 어떤 경로로 넘겨야 할지 판단한다.




다섯째 ‘청(聽)’은 종합적인 도굴감각을 뜻한다고 한다. 5감을 모두 동원하여 무덤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광주 지방의 유명한 도굴꾼 하나는 이 ‘청’의 대가였는데, 그의 일당들은 비를 듣고, 바람을 듣고, 천둥을 듣고, 초목의 색깔과 흙의 흔적을 관찰하는 재주가 있어, 백에 하나라도 귀와 눈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릴 때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그 밑에 무덤이 있다는 식이다.




소비자연구나 광고로 치면, ‘망(望)’은 보다 넓게, 유추하여 보는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땅 밑으로 사라진 무덤의 존재를, 고대의 무덤을 만든 사람들이 고려했을 풍수를 적용하여 거꾸로 유추하여 발견하듯이, 직접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본다든지 서로 다른 트렌드를 한번 엮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 바로 ‘망(望)’의 행위이다.




‘문(問)’은 여러 형태의 현장관찰조사라고 할 수 있다. 매장이나 실제 사용현장에 가서 직접 사람들의 반응을 탐문하기도 하고, 행동 유형을 관찰하고, 불만 등을 포착하는 형태의 조사들을 ‘문(問)’이라고 할 수 있다.




냄새를 맡는 ‘문(聞)’은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능력으로 해석한다. 흙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도굴의 고수들은 그 흙에서 유용한 정보를 캐낸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데이터나 기사들을 가공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여 정보로 만드는 능력이 ‘문(聞)’이다.




‘절(切)’은 프로세스 및 문제의 범위를 좁혀가면서 핵심에 도달하는 능력과 밀접하다. 크게 사회 전반적인 환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우리의 시장을 정의하고, 핵심 소비자층에 도달하며, 소비자 개개인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 곧 ‘절(切)’이다.




마지막으로 ‘청(聽)’은 도굴꾼도 얘기를 한 것처럼 종합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모든 능력들이 하나로 모여서 발현되는 능력이다. 우리가 광고를 하면서 보통 ‘감(感)’이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청(聽)’은 단순한 느낌을 넘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기반과 연결된 설득력을 지닌 느낌을 말한다. 위의 도굴꾼 얘기에서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올 때 실제로 무덤이 있어 땅 밑이 비어 있는 곳에 있으면, ‘발아래가 붕 떠서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나 그런 느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느낌으로부터 출발하여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곧 어느 하나의 힌트에서 전체 사회와 엮고, 소비자를 움직이는 메시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능력이 ‘청(聽)’이다. 보다 날선 ‘감(感)’이라고나 할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418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713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