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광고모델로 쓸 때 주의할 점

입력 2009-10-11 19:00 수정 2009-10-11 19:00
 

CEO를 광고모델로 활용하기




        “저는 이번에 새로이 GM 회장직을 맡은 에드 휘태커(Ed Whitacre)입니다. 처음 이 자리를 맡으면서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러셨을 겁니다. 그런데 아주 긍정적인 모습들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곧 보시게 될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경쟁사 차들과 비교해서 우리 차가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입니다.”



        “May the Best Car Win"이라는 이름으로 9월에 시작된 GM의 새로운 캠페인에서 AT&T 회장을 역임하고 지난 7월 10일 GM 최고경영자 지위에 오른 에드 휘태커는 첨단시설이 구비된 GM의 디자인센터를 위와 같은 멘트를 하면서 돌아다니며, 60일 동안 만족하지 못하면 그 기간 동안에 언제라도 환불을 해주겠다는 야심만만하면서 위험해보이기까지 하는 GM의 새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새 프로그램은 그 대담한 성격으로 바로 현대의 10년/10만마일 보증 및 1년 이내 직장을 잃으면 차를 환불해 준다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과 바로 비교가 되었다. 전반적인 평가는 현대보다 더욱 대담한 계획이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 동안 GM의 하강이 너무나 두드러졌기 때문에 과연 그 대담한 성격만큼 소비자들이 호응을 해 줄지가, 그리고 GM이 그런 도박을 지탱할만한 여력이 있는가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특히 광고계에서는 그리 외모로나 경력으로나 그리 참신해 보이지 않는 CEO가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선 효과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고에 출연한 한국의 CEO들




        사실 기업브랜드를 구성하는 핵심인자이자 대표얼굴로서 CEO가 광고모델, 특히 TV CF에 등장한 사례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많다. 꼭 광고에 모델로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기업의 상호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1년 6월에야 처음으로 CEO가 TV CF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한국플라스틱공업주식회사의 신제품인 골드륨 론칭광고에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서재식 사장이 전형적인 사장님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 근엄한 표정과 말투로 다음과 같은 소비자에 대한 약속을 연설문과 같이 낭독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플라스틱의 서재식입니다. 그동안 PVC 업계를 이끌어온 저희 한국 플라스틱이 이번에 미국 콩고륨과 손잡고 패션 플로어 골드륨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명예를 걸고 특히 품질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애용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지금 보면 어색하지만, CEO가 직접 TV CF에 출연했다는 자체로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켜, 마지막 부분의 “회사의 명예를 걸고 특히 품질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며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한국플라스틱의 경우 광고의 직접적인 목적이 골드륨이라는 특정 제품의 광고에 있었고 단발성이었기 때문에, 전체 기업브랜드 차원으로 광고의 효과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업브랜드 차원에서 CEO가 광고 모델로 나서서 효과를 본 대표적인 경우는 ‘90년대 초의 대우전자 배순훈 사장의 등장을 기다려야 했다.

 
       미국 MIT 공학박사 출신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배순훈 사장을 적극 부각시킨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광고는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1, 2위에 한참 뒤진 전자 업체로 인식되던 대우전자를 일거에 대등한 부류로 밀어 올렸고, 실제 매출에서도 30% 이상의 신장을 기록했다. 배순훈 사장도 모일간지에서 뽑은 인기 CF모델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그 인기와 지명도 덕분이라고만 하기는 그렇지만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맡으며 공학과 경영의 두 분야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인정을 받았다.


        대우전자 광고의 성공에는 배순훈 사장의 학력을 비롯한 배경, 부드러운 외모와 약간 어색하면서도 그러기에 친근감을 주는 연기 등 모델의 특성도 큰 몫을 했지만, ‘탱크주의’라는 기존의 삼성전자와 LG와 차별화된 기업브랜드를 명확하게 내세운 것이 결정적이었다. 품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기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튼튼해서 오래 쓰는’ 대우 제품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대우전자 배순훈 사장 이후 많은 CEO들이 광고모델로 나섰지만,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든지 목표한 효과를 제대로 거둔 사례는 별로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남발이 되고 있다는 느낌까지 주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지자체 광고이다. 지자체의 CEO라고 할 수 있는 지자체 장들의 모습을 크고 강하게 부각시키는 데만 주력한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의 브랜드 특성이 ‘탱크주의’와 같이 소비자도 공감하고 혜택을 느낄 수 있는 컨셉트도 없고, CEO 개인의 특성과도 연결되지 않은 채 따로따로 공간과 시간만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CEO를 광고모델로 활용할 때 10가지 주의사항




        화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퍼블리시티와 믿음을 더욱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신뢰도 효과가 CEO가 광고에 출연했을 때의 주요 목적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이번 에드 휘태커의 광고 출연에 대한 논란의 와중에 <애드 에이지>에서 최고경영자를 광고 모델로 쓸 때, 퍼블리시티와 신뢰도 부문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념해야 할 사항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기업브랜드를 구성하는 핵심인자 중의 하나로서 10가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기본 맷집을 지녀야 한다.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디지털 시대에 광고에 CEO를 전면 노출시키는 것은 대중의 도마 위에 CEO를, 바로 기업브랜드 자체를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중의 이유 없는 비방과 칼질을 충분히 이겨내거나 어떤 경우는 무시할 수 있는 맷집과 강심장을 가진 CEO여야 광고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둘째, 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일반적인 평가와 연동하여 CEO의 출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번 GM의 경우, 기업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절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드 휘태커의 출연에 대한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기업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재판이 벌어진다든지, 부정적인 이슈가 화제가 되어 기업인 전반에 걸쳐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에 CEO가 광고에 출연하면 소비자들에게 비판거리를 던져 주는 격이 된다.


        셋째, 공허한 약속은 금물이다. 소비자들이 구체적으로 느끼고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품과 연계가 되어야 한다. 이번 GM의 경우 ‘60일 만족 프로그램’이라는 실체가 있었다. 대우의 ‘탱크주의’는 대우전자 제품들이 얼마나 단단하고 충격에 강한지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세계 유수 대학 출신의 대우임직원들과 함께 방영이 되었기에 배순훈 사장의 메시지에 믿음이 더해졌다.

 
       넷째, 출연하는 CEO 자신의 인간으로서 개성과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자유발랄함을 넘어서는 기행(奇行)으로 유명하다. 그러기에 브랜슨이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자체가 뉴스가 되고,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치킨으로 유명한 퍼듀팜스(Perdue Farms)의 프랭크 퍼듀(Frank Perdue)는 코믹스러운 터프함으로 자신의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터프한 남자가 부드러운 치킨을 만든다(It takes a tough man to make a tender chicken)"이라는 전설적인 광고 캠페인을 낳았다. 대우의 배순훈 사장도 온화하면서 차분한 분위기에 미국 명문대 공학박사라는 타이틀이 후광효과를 발휘했기에 성공적인 캠페인을 이끌 수 있었다.


        다섯째, 자칫 잘못하면 CEO가 출연하는 광고는 역설적으로 기업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고 보일 우려가 있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안 되니까, 최후의 수단으로 CEO가 간절하게 호소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GM측에서는 부인했지만, 이번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면서, 에드 휘태커가 80년대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와 같이 자신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크라이슬러와 같은 성공스토리를 원했겠지만, 사람들에게는 GM은 그 때의 크라이슬러보다 더욱 절망적인 상태라는 식으로 해석이 되었다.


        여섯째, 새로이 외부인물로 영입된 CEO보다는 내부 출신의 인물에 소비자들은 더욱 신뢰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변화’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외부 출신의 인물이 CEO로 취임하여 광고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GM도 그런 경우인데, 이 면에서 당연히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 광고인의 다음과 같은 거친 소리가 매우 현실감 있게 들린다.

        “에드 휘태커란 사람은 GM사람도 아니고, 자동차 쪽에 경험도 없는데, 왜 우리가 그가 하는 말을 믿어야 하는 거지?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GM이라고 부르짖는 모양인데, 미국인들은 잿더미에서 기적같이 일어나는 불사조의 신화를 기대한다고. 새로운 인물보다는 공장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출연하고, 여러 편의 막판에 새 인물이 등장해서 마무리를 하는 게 낫겠어.”


        일곱째,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여 캠페인 전개를 해야 한다. 한 차례 쇼 형식으로 한다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저 어려운 한 순간을 모면하거나 호도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쉽다. 근본적으로 일반인들이 거리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블로그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광고 이외에 전방위적인 소비자 접촉을 하여야 한다.

 
       여덟째, 캠페인의 실질적인 목적과 대상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광고대행사 측으로 보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CEO를 광고에 등장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나쁘게 말하면 클라이언트에 아부하는 도구로 이용되거나, 책임을 함RP 나누어 지려는 시도가 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자기만족, 자아도취형 광고가 만들어진다.


        아홉 번째로 지나치게 개인으로서 CEO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1인에게 짐을 지워서는 곤란하다. 스타마케팅에서 어느 한 개인 스타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가 그 스타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려 곤혹을 겪는 것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또한 CEO 개인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CEO PR이 바로 기업 PR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종종 본다. CEO는 기업브랜드의 큰 자산이요, 핵심구성인자이기는 하지만, CEO 자체가 기업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CEO를 광고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는 차별점이 될 수 없다.
여타 광고와 다른 형식을 취했을 뿐이다. 그리고 CEO가 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사례는 점점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 그 차별점이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브랜드이다. 



※ <월간마케팅>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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