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분야로 본 국가 브랜드의 효용성




        국가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효용을 가져다줄까?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국가지만 근간을 이룬다고 생각되는 네 가지 분야에서 국가 브랜드의 대표적인 영향력을 따져 볼 수 있다.


        첫째로 ‘국민’의 관점에서 보자. 단도직입적으로 국민들이 외국에서 받는 대접이 달라진다. 국가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진정한 지구촌(Global Village)의 일원으로 국민들이 글로벌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주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를 당할 때마다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까지 들먹이며 설명해야 했다.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신이 아는 국가가 아닌 낯선 브랜드로 먼저 인식이 된다. 브랜드의 대표적인 효용가치 중의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약한 브랜드는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수고를 끼치게 된다.

 
       기술 수준이 기업마다 비슷해지고 신기술이라도 신속하게 전파되며 기업에서 브랜드의 성패는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가 어떤 의미인지를 공유하고 확실히 인식하여 자신의 모든 행동에 반영하고, 얼마만한 자부심을 갖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자기비하를 일삼는 데, 국가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이렇게 자발적인 애국심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바로 국가 브랜드이다.

 
       둘째로 ‘문화’ 측면에서 자신의 문화를 해외로 전파하는 데 유리하다. 근래에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한류’가 아시아 각국에서 유행 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구체적으로 한 단어로 명료하게 정리하여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전파한 것은 아니지만, IT를 비롯한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의 이미지가 브랜드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한류가 그렇게 빨리 광범위하게 아시아인들을 매료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보다 적극적인 국가 브랜드 활동이 뒷받침되었다면 보다 빠르게, 더 넓게, 더 오랜 시간동안 더 많은 열광팬들을 지속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국내 상황에서 국가 브랜드가 제대로 서 있다면 다양한 외부인과 그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 근대 이전의 중국이 이민족의 지배 하에서도 종국에는 그들의 문화를 결국 자신들의 영역 내로 수렴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록 명시적으로 자신의 브랜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수천 년 오랜 세월을 세계의 중심으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암묵적으로 가지고, 가꾸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 번째는 우리의 관심이 지나치게 이 쪽 분야에 집중되어서 문제인데, ‘경제’ 영역에서의 효과가 있다. 기억하는 한 1970년대 초까지 몇몇 시장 상인들이 ‘메딘쩨’라는 용어를 썼다. ‘Made in'을 줄여서 그렇게 발음했다. 국산 공산품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나온다 하더라도 품질이 조악한 열등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Made in'이 새겨진 라벨을 보이며, 어떤 때는 라벨도 없이 그냥 무조건 외제품이라며 메딘쩨라는 용어를 써서 품질이 좋고, 그래서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곤 했다.


        이제 많이 극복이 되었지만 몇몇 분야에서는 한국산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제값도 못 받는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아직도 언급하곤 한다. 그와 함께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한국’이라는 국가보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가 브랜드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이 면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우선 원산지가 제품이나 기업을 평가할 때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공정에 따라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제품이 생산되는 요즘 원산지가 어디인지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결국 제품이나 기업의 브랜드 의미로 담긴 원산지를 따져야 한다. 어떤 부분을 담을 것인가는 기업이 결정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것을 적극적으로 파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기업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와는 전혀 동떨어진 요소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며 한국이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린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책임전가에 가까운 행동이다. 그리고 예전 오로지 가격경쟁력에 기초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활동을 하여 한국이라는 라벨이 붙음으로써 평가절하되게 만든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 그러나 어쨌든 최대한도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의 브랜드 방향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경제 측면에서 관광 분야에서의 영향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브랜드는 물리적인 부분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그러한 감성의 울림은 체험을 통하여 더욱 반향이 커진다. 물리적인 관광자원의 나열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 외국인들에게 어필하고 그들을 방문으로 유도할 수 있게 울림이 있는 한 방향으로 모는 축이 바로 국가 브랜드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촌에서의 국민을 얘기했는데, 사회단체의 개념으로 보면 ‘정부’가 중요한 일원으로 참가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에서 보면 실제 국가의 경제력이나 인구, 군사력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들이 있다. 제품으로 친다면 품질 면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거나 열등한데도 높은 가격을 향유하고 유통점에서도 매출 이상의 대접을 받는 경우이다.

 
       이관유가 수상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정치지도자 1인에 기대어 높은 브랜드 위상을 누렸다. 정치 지도자도 국가의 브랜드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의 하나이다. 개인적인 능력도 물론이지만 국가 단위로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명확하게 서 있어야만 그만한 브랜드 지위가 가능하다. 그런 자신만의 역할을 규정하고 알리는 것이 또한 국가 브랜드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한다. ‘국격(國格)’이라는 용어를 가끔 쓰는데, 어떤 국격을 가질 것인가의 출발점이 바로 국가 브랜드가 된다. 그것이 지도자의 외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그 이미지는 다시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순환이 이루어진다. 악순환이 될 것인가, 선순환을 만들 것인가가 바로 국가 브랜드를 어떻게 규정하고 만들어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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