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목장의 싸움

 

목장의 싸움


        “삼성의 브랜드가 무엇이죠?”하고 삼성그룹에 근무하시는 어느 분께 질문을 드렸다.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꾸면서 그 분이 되물었다. “아니, ‘삼성’이 브랜드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박재항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하고 묻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삼성그룹에 근무하는 분과 함께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그러나 다른 기업에서는 저런 대화를 심심치 않게 했던 경험이 있다.


        브랜드는 단순하게 다른 비슷한 유형의 물건이나 집단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한 이름이나 표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목장의 소에 어느 목장에서 온 것인지 소유인지 식별할 수 있는 낙인을 찍는 데서 브랜드라는 낱말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럼 소목장으로만 좁혀서 한번 가정을 해보자. 목장 중에 이름이 “Cow”인 목장이 있었다. 그 목장은 부지도 넓게 조성되어 소들이 많이 운동할 수 있고, 먹이도 풍부했으며, 목동들이 열심히 보살펴서 다른 목장의 소들보다 훨씬 실했다. 사람들은 ”Cow”란 낙인이 찍힌 것을 확인하고 그 소들은 얼마 돈을 더 주더라도 기꺼이 사려 했다. 단순히 어느 목장에서 왔다는 구별 이상으로, “Cow”라는 이름에 가치가 실리게 된 것이다.

        “Cow”란 이름을 달지 못해서 괜히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몇몇 다른 목장에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어느 목장은 자신들도 ”Cow”목장과 똑같은 낙인을 만들어 자신의 소들에 찍어서 시장에 내놓았다. 그 중에서도 몇몇 친구들은 잘 쓰지 않는 모양새로 글자를 치장했고 주위에 꽃 모양의 원도 그려 넣었다.

        당연히 원래의 “Cow” 목장은 ”Cow”라는 이름은 자신들 밖에 쓸 수 없도록 법적인 독점권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Cow”라는 글자와 주위 장식이 쓰이는 방식까지 자신들만이 쓸 수 있도록 했다. 단지 구별만 하던 것에서 소유권과 독점권이라는 브랜드의 법적인 형태가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스마트하다는 평을 듣던 몇몇 목장주들은 소의 품질로는 도저히 “Cow”목장과 맞대결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른 식으로 자신들의 소를 팔기 시작했다. ”OK”목장은 자신들의 소를 대량구매한 고객들을 휴가기간에 목장으로 초대하여 예전의 총싸움을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Wal”목장은 무조건 다른 목장보다 싼 값으로, 최저가격으로 소를 주겠다고 했고, ”Express”목장은 하룻밤 새에 주문한 소들을 모두 보내 줄 것을 약속했다. 곧 단순히 구별을 위해서 붙인 이름들이 ‘OK-즐거움’, ‘Wal-가격 저렴’, ‘Express-신속 배송’ 등 각자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Cow”목장은 그래도 목장의 넓이로부터 소와 목동의 숫자와 같은 규모와 오랜 역사를 얘기하면서 버티었으나, 도시에서 큰돈을 번 사람이 귀향하면서 몇몇 목장들을 한꺼번에 사들여 합치면서 규모면에서 2위로 처지게 되었다. ”Cow”목장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내세울 것은 결국 다른 목장보다 ‘경험’이 오랜 목동들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제 소를 시장에 내놓는 것은 똑같지만, 경험 많은 목동들에 의하여 보살핌을 받았기에 더욱 좋을 것이란 얘기를 하게 되었다.


        경험이란 요소와 우리가 “워낭소리” 영화에서 보듯이 경험이 ‘인간적’이라는 측면과 연결되어 “Cow”목장은 계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목동 하나가 양심선언을 했다. ”Cow”목장이 오래 된 목동들을 월급이 많다고 모두 자르다시피 하고, 현재는 풋내기 목동들로만 목장을 꾸려 나간다고 폭로를 했다. “Cow”목장은 경험 많은 목동들이 부족한 것은 모든 목장에 공통적인 현상이며, 그래도 자신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Wal”목장보다 경력이 훨씬 오랜 목동들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애타는 호소는 별로 먹히지가 않았다. 노련한 목동들의 손길을 느끼면서 “Cow”목장의 소들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가상으로 꾸민 얘기이지만 브랜드가 어떻게 출발했으며, 그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정의 자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확대되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가지고 단순히 이름을 넘어서 어떤 의미를 담고, 내부적인 호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넓은 의미로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 및 향후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