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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캐럴이 들리지 않는 서너 가지 이유

 

올해 캐럴이 들리지 않는 서너 가지 이유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고 얘기를 한다. 거리에 사라도 준 것 같고, 흥청망청하는 느낌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거리에서 캐럴이 별로 울려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유를 물어보면서 대부분의 경우 자문자답을 하며, 동의를 구한다. “역시 경기가 워낙 죽었으니까 그렇겠죠?”


        엄밀히 얘기하면 실제로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이 예전에 비하여 줄었는지 여부도 검증이 된 사실은 아니다. 내게 위와 같이 캐럴이 줄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캐럴이 많이 울려 퍼지는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걸어 다니는 지역으로는 별로 다니지 않는 부류이다. 그들도 누군가가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거리에서 캐럴을 잘 듣지 못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처럼 말을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정말 그럴 것이라는 선입관이 작용했을 확률도 아주 높다.


        조사에 꼼꼼하여 수치 하나하나를 따지기 좋아하는 회사의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번화가 몇몇 지점을 선정하여 특정 시간대 동안 캐럴이 몇 곡이, 어느 정도의 데시벨로 흘렀는지를 파악하여 예년의 기록과 비교를 한 결과를 보여 주어야만 거리에서 캐럴이 예년보다 덜 들린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피부로 느끼고, 감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전혀 사실로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쨌든 올해 크리스마스 전에 캐럴이 예년에 비하여 거리에서 듣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을 하고,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추론이라고 할 것도 없이 얘기한대로 경기 탓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따지고 들어가 보면 그렇지도 않다. 상인들은 불경기라고 느끼면 거리를 향하여 행인들을 겨냥하여 캐럴을 트는 것을 정말 자제할까? 이것이야말로 예전과의 비교가 검증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만약 자제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우울한 기분과 맞지 않아서 괜히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자제하는 까닭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조금이라도 그들의 기분을 달래주어야 뭔가 쇼핑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불황 때 광고를 해야 나중에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분위기가 처져서 사람들이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하므로 본능적이고 단순한 광고를 집행해야한다고 광고계에서 얘기하는 자체가 어찌 보면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확대하여 거리의 상인에게 적용해 보면, 그들도 이런 불경기에는 캐럴을 시끄럽게 지속적으로 틀어대는 것을 자제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주 거친 추측인데,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악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2008년 10월말에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천명을 대상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주최로 실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8.3%로 신뢰한다는 응답자 18.4%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신뢰도 수준도 5점 만점에 2.55에 불과하다.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서 조사해서 5점 만점에 신뢰도가 이 정도로 낮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주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특히나 젊은층에서의 점수가 낮다. 현정부가 한몫한 것도 분명히 있다. 어쨌든 그러니 거리에 나온 젊은 층을 주대상으로 기독교를 연상시킬 지도 모르는 캐럴을 트는 것을 자제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크리스마스를 종교적인 기념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맞이하게 성숙하게 되었다고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국민적인 축제로 들뜨고 캐럴을 크게 트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슬람 교도나 유다인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셋째로는 한 선배가 힌트를 주었는데 예전에는 워낙 맘 풀고 선물 주고받고 놀 수 있는 날들이 없어서 크리스마스가 그리 크게 자리를 잡고 그 기간이라도 흥청망청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1년 사시사철 놀 수 있으니, 굳이 크리스마스에 그리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서 얘기한 종교 축제 기념일로서의 크리스마스의 제자리잡기와 연계하여 타당한 추론이라 하겠다.


        요즘 ‘종교와 마케팅’에 관한 책을 띄엄띄엄 읽고 있다. 크게 제품을 팔기 위해서 종교를 이용하는 행위와 종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제품 마케팅 기법을 가져다 쓰는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크리스마스는 두 가지 경우가 집중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쏠림’과 ‘내침’ 현상이 심한 한국 사회를 좀 더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전망틀로, 그리고 미세한 사실을 더 큰 흐름과 연결하여 트렌드를 파악해보는 교보재의 하나로 거리의 캐럴은 괜찮은 꺼리였던 것 같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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