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자르고 비워서 넓힌다

※ 블로그(http://blog.naver.com/jaehangpark)에도 올렸지만, 이 곳에 건물 그림과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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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비워서 넓힌다


        최경원이 쓰고, 길벗에서 2006년에 펴낸 <Great Designer 10>이란 책을 회사 도서실에서 빌려서 읽었다. 그 중에서 일본의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자신과 그의 초기 대표작인 스미요시(住吉) 나가야(長屋)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안도 타다오는 원래 프로 복서였다고 한다. 어느 날 대전을 끝내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프랑스 태생의 건축가이자 미술가인 르 코르뷔제(Le Corbusier)의 작품집을 보고는,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건축 관련 교육기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생각을 다듬으며 보는 눈을 기르는 독학을 한다. 7년 동안 의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작품으로 거의 최초로 세상에 안도 타다오의 이름을 알리고, 지금도 그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우리로 치면 소형 연립주택과 같은 스미요시의 나가야란 건축물을 선보인다.


        이 건물은 세로 14.1미터에 가로 3.3미터의 길쭉하면서 협소한 공간에 일본식 목조 건물들 사이에 끼어 있고, 앞쪽으로는 좁은 골목 건너편의 시멘트 벽 건물에 막혀 있는 거의 최악의 조건을 가진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좁은 공간을 한 치의 땅의 놀리지 않고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 상식일진댄 안도 타다오는 오히려 이 좁은 공간을 세 개로 나누고 그 중 하나를 비워 둠으로써 좁은 공간을 넓게 만드는 마술을 발휘한다. 그 마술을 묘사한 부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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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폭이라도 길이가 길면 길이 방향으로의 동세가 강해서 공간이 더 좁아 보인다. 그렇다면 공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넓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도 타다오는 좁은 공간을 텅 비게 함으로써 넓게 만드는 패러독스한 방법을 택한다. 땅 전체 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방 하나 길이로 정하면 방과 폭과 길이의 균형이 적당해진다. 길쭉한 땅의 앞뒤로 건물을 넣고 가운데 부분을 비워주면 전체적으로 방이 차지하는 면적은 줄어들지만, 비워진 중정이 가져다주는 시원한 공간의 혜택이 앞뒤의 실내공간과 2층의 실내 공간 모두에 스며들게 된다. 한 곳을 비움으로써 4배의 공간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게다가 비워진 가운데 공간은 이 작은 집에 실제보다도 넓어 보이는 공간감을 가져다준다. 이 공간은 위아래가 모두 뚫려 있기 때문에 수직적인 동세가 강하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공간은 집을 넘어서 하늘에 달고, 광활한 하늘을 조그마한 집 안으로 끌어 들인다. 이 집이 좁긴 하되 대단히 넓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비워진 공간은 단지 공간감이라는 시각적 효과에만 멈추지 않는다. “그릇의 쓰임은 그릇의 비워짐에 있다”는 모자의 말처럼, 이 비워진 중정은 마치 커다란 그릇처럼 밝은 햇빛과 시원한 바람, 깨끗한 비를 오롯이 담고 있다. 덕분에 주택 깊숙한 곳에서도 대자연의 변화와 혜택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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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광고하는 이들이 보통 하는 조사로는 하늘을 향해 중정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나올 수가 없다. 그 패러독스한 변증법적인 방법과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위에서 썼듯이 오로지 한 치의 틈도 없이 채우기만 하는 그리하여 모두가 답답해지는 그런 해결책만이 나올 뿐이다. 그래서 안도 타다오의 이 작품에 눈이 번쩍 뜨였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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