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올림픽을 보는 또 다른 재미




        북경올림픽 포스터는 아주 잘 만들었다. 어찌 보면 섬뜩한 느낌도 준다. 역대 올림픽 포스터 중에서 이렇게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없었다. 13억 중국 인구의 위용이 위협적으로 다가 오는 포스터이다. 게다가 휘날리는 홍기(紅旗)는 혁명하듯이 올림픽에 매달리는 감히 올림픽을 가지고 농담 한 마디 건네기도 무서운 중국 위정자들의 공격적인 진지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1964년 동경, 1988년 서울, 그리고 올해의 북경올림픽까지 동아시아 3국이 개최한 올림픽은 각각 정치적인 의미가 다른 올림픽에 비하여 강하게 작용했다. 모두 근저에 서구 세계에 대한 콤플렉스가 처음 유치할 때부터 운영할 때까지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상징적인 모습이나 사건들이 있다.




        동경올림픽 때는 당시까지 상당한 숫자로 존재했던 유곽 곧 창녀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큰 이슈로 제기가 되었다. 처음 집창촌을 폐쇄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가 거센 항의에 부닥치고 결국 창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진과 예방조치로 대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이슈가 제기된 까닭은 단 하나, 부끄러운 일본의 모습을 외부 세계에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위정자들과 국민들에게 동경올림픽은 패전국으로서의 일본의 임지를 벗어나 세계 사회의 일원으로 일본을 자리 매기고자 하는 눈물겨움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외지의 손님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은 싹부터 없애려고 하는 일본인들의 타자에 대한 사양지심의 지나침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자리였다.




        한국의 경우는 과공(過恭)과 독선이 양극단으로 치우쳐서 나타났다. 일본이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은 피해의식과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양태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문자들의 행동 자체를 나의 잣대에 맞추어 제한하려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내 안마당에서의 체면차리기와 자존심 싸움은 판정시비나 지나친 로비로 과열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뒷골목과 달동네의 철거 대상 주택을 찾아 들어가고, 학생운동그룹과 인터뷰를 하고, 코를 막고 오징어를 구어 대는 모습을 연출한 미국의 NBC방송국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피해의식과 자존심이 묘하게 합성되어 지나치게 표출된 경우였다.




        일반 국민들이 싫어하는 나라의 하나로 미국을 자연스럽게 들먹일 수 있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서울올림픽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언론이라면 지고지선으로 포장했던 한국 언론들이 NBC에 대해서는 잔칫집에 와서 재 뿌리는 격이라는 식의 객관적 사실보다는 국민정서에 입각한 보도를 주로 했고, 몇몇 미국 선수들의 철없는 해프닝과 칼 루이스를 비롯한 몇몇 슈퍼스타들의 안하무인격의 행동이 미국 이미지에 투영되면서 한국 관중들이 농구 경기에서 미국이 아닌 소련을 응원하는 형태로 극적인 모습을 보이게까지 되었다. 정작 당사자인 미국은 가만있는데 뒤늦게 당황한 보수 언론과 정부가 나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사태(?)를 바로 잡으려 하였다.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의 한국에서의 이미지 역사에서 굵은 한 획이 그어진 시기였다. 그 선은 이후 미국을 기준으로 한국 사회를 두 갈래로 나누는 것으로 더욱 짙게 그려졌다.




        피해의식과 자기중심주의의 절정은 이번 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노점상 단속, 전통 후퉁(胡同) 지역 철거, 주민의 편의는 철저히 무시한 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서민주택가의 모습을 가리는 데만 급급하며 무지막지하게 세워버린 도로변의 차단벽, 전대미문의 야구 연장전에서의 승부치기, 안전을 구실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선수단의 불편은 안중에 두지 않는 자세 등에서 두 가지 감정이 묘하게 혼합된 양상을 본다.



        피해의식과 외부인들에 대한 의심스런 눈길에 대해서 중국인들은 세계 어느 누구보다 잘 합리화시킬 수 있을 만한, 동정을 살 수 있는 역사적 상흔을 크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피해의식이 자칫하면 자기방어를 넘어서서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번 올림픽 포스터는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선상에 서 있는 중국 당국과 중국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과연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할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지 경기를 떠나서 이번 올림픽을 보는 재미거리 중의 하나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