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댄 브라운(Dan Brown)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소설인 <다빈치 코드>에서 영감을 받아 사건을 구성하고, 그것들을 중간중간 마케팅 이론과 접목하여 해석하는 독특한 양식의 소설인 <마케팅 코드>(스티브 브라운 지음, 김상태 옮김, 21세기북스 발행)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범죄집단의 대부이자 박사학위 소지자인 수수께끼와 같은 인물이 마케팅 교수인 주인공에게 하는 얘기이다.

        

        "아, 그리고 말이야, 브랜딩에도 상당한 관심이 있어. 우리 세계에서 마피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해당해. 알카에다는 월마트가 되기를 원하고, 또 하마스는 헤르메스 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어.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ETA는 우리의 MTV고.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혁명군은 프렌치 커넥션 상표를 항상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다녀. 그리고 바더 마인호프는 버버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야. 그들은 하나같이 1980년대에 너무나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아직도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중이야."




        섣불리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쓴 듯한 느낌도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더욱 많다. 긍정적인 자세로 한번 그 이면의 의미를 끄집어내 보자. 알카에다는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대량, 다량의 활동을 벌인다는 측면에서 ‘Everyday Low Price'의 양적인 측면을 대표하는 월마트로 비유할 수 있다. 하마스의 경우 알카에다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지향하는 바, 곧 공격 대상이 명확하다. 넓게 산개하여 있는 미군이나 바그다드를 비롯한 시장 거리에서 거의 무차별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는 알카에다와 달리,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무자비의 모토 아래 첨단과 거칠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주대상으로 한다. 헤르메스와 같은 날카로움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ETA는 펑크족과 낭만주의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고, 콜롬비아 혁명군은 어쩔 수 없이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바더 마인호프는 흡사 버버리가 영국의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처럼, 독일의 그림자가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마피아는 그 역사나 범위에서 범죄 집단의 지존이다. 범죄 집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마피아에는 너무 꽉 끼는 느낌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정부보다 더 가까이 있으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눈에 띄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지 않더라도, 마피아는 자신의 원래 영역을 넘어서서 비공식적인 이익집단으로까지 브랜드의 의미를 넓혀 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어떤 기업도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관련한 우리의 생활 통로를 지배하고 있다.

 
       자신의 구역에서 경쟁자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자들의 싹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영화 <대부 2(God Father II)>에는 시실리에서 부모를 잃고 도망가는 어린 콜레오네를 부하들이 놓치자, 시실리 갱단의 보스가 탄식하며 이렇게 혼잣말처럼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저 놈은 꼭) 복수하러 올거야!” 그 예언처럼 나중에 그 보스는 장성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로버트 드니로가 분한 어른이 된 콜레오네에게 살해된다.


        <대부> 시리즈와 같은 마피아 보스급들의 얘기가 아닌, 뒷골목 깡패를 겨우 벗어난 부류를 다룬 <좋은 녀석들(Good Fellas)> 영화에서, 작달막한 키에 거칠고 과격한 성격의 조 페치는 마피아의 조직원으로 입회가 허락되는 영예를 누린다. 두 친구의 부러움을 받으며 신성한 느낌을 주는 입회식에 갔던 그는 본인이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살해된다. 뒷골목 깡패 시절 어느 술집에서 마피아 조직원과 시비 끝에 그를 죽였던 사실을 마피아는 오랜 세월 동안 잊지 않고 있다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그 복수를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복수나 대응에는 마피아의 피 냄새 대신 돈 냄새가 짙게 난다. 미국의 인기 카툰인 <심슨 가족(The Simpsons)>을 보면, 아버지 심슨이 설립한 어설픈 인터넷 회사에 빌 게이츠가 두 명의 자기 직원과 함께 들이 닥쳐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이 집행한 인터넷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그 ‘컴퓨글로벌하이퍼메가넷’이란 회사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소. 그래서 나중에 당신과 경쟁을 하게 될 지도 몰라서, 차라리 당신 회사를 사버리기로 결정했소.(Your Internet ad brought my attention, but I can't figure out what, if anything, CompuGlobalHyperMegaNet does, so rather than risk competing with you, I've decided simply to buy you out.)"



         돈과 권력, 그리고 음모로 마케팅의 본질을 파악했던 <마케팅 코드>의 가장 대표적인 실체로 마피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야누스처럼 어울리는 한 쌍과 같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영화 <대부> 시리즈와 <심슨> 카툰처럼 분위기, 광고용어로 '톤&매너'의 차이는 확연히 있지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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