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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사고에 대한 유감과 기원

 

<국토대장정> 사고에 대한 유감과 기원


        지난 8일 이른 아침 어느 자리에서 광고의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성공적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늙어버린 브랜드의 회춘을 성공시킨 사례로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11년째 이어온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대학생 대상으로 우후죽순처럼 열리는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얘기했다. 그런데 그 전날 이미 대학생 국토대장정 역사상 초유의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난 후였다. 7일 오후 3시경 거기에 참가한 여대생 한 명이 폭염 속에서 탈진하여 사망한 것이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나 자신도 그랬지만 참가자들 어느 누구도 그 소식을 접하지 못했는지, 아무도 그 사고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고개만을 끄덕이고 있었다.


        오늘(10일) 아침 배달된 모경제지에서 발행한 잡지를 보니 경제계 주요 인사의 동정란에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사진과 기사가 함께 실려 있었다. 올해 81세로 대외 활동을 그리 많이 하지 않던 강 회장이 오랜만에 ‘박카스와 함께 하는 제 11회 대학생 국토대장정’ 출정식에 나와서 대학생들을 격려했다는 것이다. ‘고생시킬수록 자녀교육 좋아’라는 헤드라인이 도드라졌다. 잡지의 발행일을 보니 7월 16일자로 되어 있었다. 한때 홍보팀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기업 이미지 관련 일을 하는 자로서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는 잡지 측에서도 충분히 양해할 수 있는 사안으로 서로가 협의하여 뺐어야 하는 내용이었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된다.


        동아제약 측의 반응도 한번 살펴볼 겸, 기사 검색을 했다. 유족들과 보상 등을 협의하고 있고, 이번 대장정 행사는 중단하였다는 것과 사고 경위와 상황 등에 대한 얘기만이 나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동아제약 홈페이지에 갔다. 아, 유감스럽게 이 글을 쓰는 7월 10일 10시 현재 이번 사고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동아소식’이란 칸에는 6월 16일에 올린 이번 대장정 참가대원 추첨식 사진과 행사 안내가 실려 있었다. 7월 2일에 있었던 출정식 소식이 실리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의 사고 전까지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자랑스럽게 실었어야만 했다. 만약 이번의 사고로 발대식 소식이 실려 있던 것을 뺐다면 이전의 관련 소식도 삭제를 하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뺄 정도의 신경을 썼더라면 이번 사고에 대한 유감과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애도의 뜻을 표하는 메시지가 올라 왔어야 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란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다시피 하고, 사전에 시나리오를 준비하여 여러 가지 대응을 하는 훈련을 하며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실제 위기상황이 닥치면, 마치 어르신들의 장례준비를 해놓는다고 해도 막상 일을 치르게 되면 당황하고 잘못된 점이 나오듯이, 제대로 훈련한 것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첫째, 변명조로 얘기하지 말라. 특정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안이 발생했다는 자체에 대해서 완벽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인정을 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병구완을 잘하고 극진하게 모셨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들은 ‘죄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이럴 때일수록 피하지 말고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여야 한다. 광고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바로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유감과 안타까움, 가슴 아픔에 대한 기업 측면에서의 심정을 공표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 이와 함께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에 대한 얘기까지 확실하게 얘기를 하여야 한다. 부모상을 당하면 상주가 자신을 죄인이라 자책하며 ‘죄인은 말이 없다’고 하지만, 기업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정말 죄인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비추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외 창구를 하나로 해야 한다. 중구난방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태 처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불신감을 키운다.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믿음을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을 포함한 대외 창구를 일원화하고 그 창구를 통하여 활발한 발표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토대장정>과 같은 이제는 일반명사처럼 들릴 정도로 훌륭한 프로그램에,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 정말 가슴이 아프다. 망자에게 가슴으로부터 우러난 애도를 표하며, 동아제약이 이 비극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좋은 약으로 삼아 <국토대장정>을 더욱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박카스도 진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더욱 우뚝 서게 만들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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