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뇌에 새기는 문신

 

뇌에 새기는 문신


        지난 6월 29일에서 7월1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Scent World Conference and Expo 2008″이란 이름으로 큰 행사가 열렸다. 직접 참가할 수가 없어서, 인터넷을 통하여 주요 인사들의 강연과 인터뷰를 부분적으로 보고, 관련 보도를 읽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컨퍼런스는 타이틀 그대로 ‘향기’에 대한 모든 것, 향기의 세계를 가지고 논의하고, 발표하는 자리였다. 시각이나 청각적 요소에 치우친 브랜드 요소를 보다 다양하게 개발하여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틴 린드스트롬(Martin Lindstrom)이 <BRAND Sense>-한국에서는 <오감브랜딩>으로 번역, 출간됨-를 2005년에 발간하기 한참 전부터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던,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여 오페라 가수를 했다가, 브랜드 컨설턴트로 전업을 했다가 결국 2002년에 청각브랜딩 요소를 개발하는 회사에 안착한 친구가 있어서 그를 따라서 그 회사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 회사를 들렀을 때 당시 스튜디오에서 녹음 지휘를 하고 있던 사람이 있어서 소개를 받고 건성으로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제법 유명한 작곡가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친구의 얘기로는 조금 알려지기는 했지만 돈이 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로 그 회사에서 일을 하곤 한단다. 같은 해에 컬럼비아대학교의 번트 슈미트(Berndt Schmitt) 교수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가하여 공식 오찬 행사 옆 자리에 앉은 여성이 브랜드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어주거나 그에 대한 컨설팅을 한다고 해서 한동안 얘기를 나누고 나중에 자료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한 때 ‘Sensory branding’을 시도하여, 몇 군데 전문적인 업체들을 접촉하기도 했는데, 당시의 시도는 주로 광고에서의 청각적인 부분에 많이 치우쳤었다. 인텔 광고 마지막 부분의 ’딩동댕‘ 소리 같은 것이 본보기로 주로 들먹여지곤 했다. 광고를 맡은 부서에서 발의하여 추진을 하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의 원대한 꿈은 핸드폰의 온/오프나 당시는 폴더형이 많았으므로 폴더가 열리는 소리,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 등을 독특하게 만들고 싶었다.


        냉장고의 문을 열고 닫을 때, TV 온/오프할 때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독특한 향취가 나도록 할 수는 없을까 고심을 했다. 핸드폰의 경우에도 온/오프나 버튼을 누를 때 말고도 각 기능을 작동할 때마다 그에 맞는 향기가 풍기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데 냄새의 경우 어떻게 제품 속에 집어넣어 전달을 할 수 있을지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제품개발/디자인과 함께 일을 하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한 문제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실현시켜 보고자 노력한 이유는 그만큼 후각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다.


        후각의 가장 큰 강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린드스트롬은 우리의 일상적인 감정의 75% 정도가 냄새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 뉴욕에서의 컨퍼런스에서 가장 각광을 받으며 강연을 한 향기 브랜드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C. 러셀 브럼필드(C. Russel Brumfield)는 아마도 같은 조사 자료인 것 같은데, ‘영향을 받는다(influenced)’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진다(generated)’고 한다. 그래서 브럼필드는 향기를 ‘뇌에 새기는 문신(tattoos in the brains)’이라고 표현을 했다. 냄새가 여러 가지 감각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 맡았던 어느 냄새를 평생 맡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비슷한 냄새에 바로 떠올렸던 기억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다.


        향기는 중독성이 강하다. 향수는 화장품 품목 중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가장 높은 제품 중의 하나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스컹크 냄새와 같은 악취로 인식되지만, 태국의 청백리 잠롱 시장도 끊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열대과일 두리안의 그 마력도 결국 냄새에 있다. 냄새 자체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묶어 놓을 수 있다고 해서 브럼필드는 ‘fragrant media(향기 매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런데 이 ’향기 매체‘ 혹은 ’향기 마케팅‘이란 용어는 흡사 90년대 중반 이전의 ’스포츠 마케팅‘과 같이 두 가지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바로 ’향기‘ 자체를 파는 향수와 같은 것과, 향기를 이용하여 브랜드의 성격을 명확히 하여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과 강연에 나온 스피커들도 뒤섞여 있는 느낌을 준다. 그 면에서 향기마케팅은 인간의 감정을 헤집고,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을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아직은 초창기의 혼란스러움이 있다.


        사족) 브럼필드는 근래 향기마케팅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금호타이어’를 들었다. 타이어 종류에 따라, 매장의 성격 등에 따라 다른 향기를 풍기도록 해서, 제품 구별도 뚜렷하게 하고, 고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런데 향기마케팅의 초기라서 그런지 브럼필드 당사자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금호타이어에 대한 부연설명을 간단하게 했다. “금호타이어요. 일본에서 온(Kumho Tire. Out of Japan.)”  금호타이어나 브럼필드에나 그 실수가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