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95와 롤링스톤즈
 


        이제는 모든 멤버들이 환갑을 훌쩍 넘긴 록그룹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이지만, 아직도 그들은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근래의 20대 그룹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공연을 하고는 사라지곤 한다. 이미 40년 이상을 활동한 최고령 현역인 이들에게 당연히 수많은 히트곡들이 있다. 이들의 최고 히트곡이자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새티스팩셕(Satisfaction)'으로, 2004년 그들의 이름과 같은 팝 전문지인 <롤링스톤(Rolling Stone>에서 선정한 ’위대한 팝송 500곡‘에 밥 딜런(Bob Dylan)의 ’Like a Rolling Stone' 에 이어 2위에 올려져 있다.



        그런데 아마 1980년 이후의 세대에게 지역을 떠나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마도 ‘Start Me UP(스타트 미 업)’일 것이다. ‘스타트 미 업’은 1981년에 발표한 롤링스톤즈로서는 비교적 늦게 발표한 곡이다. 노래 자체는 강렬하면서도 리듬감있는 절도까지 느껴지는 리더인 믹 재거(Mick Jagger)의 보컬과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를 비롯한 동료들의 화음과 비트가 어우러져 롤링스톤즈 말년의 최고의 곡으로 나는 꼽는다. 그 강렬한 비트에 힘입어 롤링스톤즈의 전설적인 1981년 미국 순회공연을 담은 <Still Life> 앨범을 들으면 ‘스타트 미 업’이 오프닝 곡으로 연주되면서 청중들의 흥을 일시에 돋우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노래는 롤링스톤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곡이고, 30대 이하의 팬들에게는 흘러간 노래처럼 들릴 수 있는 시기적으로 엉거주춤한 곡이다.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그렇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론칭에 신기원을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윈도우 95(Windows 95)' 론칭 광고의 테마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광고인들은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밥 딜런과 같은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광고에 쓰고자 그들의 활동 초기부터 노력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과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기가 높을수록 광고에 쓰이는 것을 피했고, 그럴수록 수요와 부르는 값은 올라가는 순환구조가 이루어졌다, 롤링스톤즈도 이 윈도우95 이전에는 자신의 노래를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깨고 허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멤버들이 특히 기타리스트인 키스 리처드가 금전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어서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롤링스톤즈에 정확하게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8백만$에서 1천4백만$ 사이를 지급했다고만 발표를 했는데, 당시 고아고 제작에 참여했던 인물이 2년전에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훨씬 적은 액수의 돈을 지불했는데, 자신들의 가치를 올리려는 롤링스톤즈의 요청에 따라 대외발표용으로 그렇게 높은 액수로 발표를 했다고 한다.

        둘째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 앞에 나이가 들어가고 팬들에게 한물간 늙은이들로 취급되는 그들의 이미지를 이런 최첨단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연계하며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두 번째 이유와 비슷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기업의 힘이었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만남이란 무대로 롤링스톤즈를 초대한 셈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타트 미 업’이 윈도우 95에 쓰인 것이 광고에서 음악이 가장 파워풀하게 사용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는 노래 자체의 힘으로만 이룩한 것은 아니었다. 윈도우 95라는 기존의 윈도우를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감을 몇 달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에 조성을 하는 PR활동을 펴서, 사람들의 조바심이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론칭 시점에 그야말로 모든 매체와 최고의 유명인들을 동원하여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 주요 기업들의 제품 발표의 공식이 되었고, 롤링스톤즈의 새로운 순회공연이나 앨범 발표에서도 전형적으로 나타났다. 윈도우 97, XP 등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에 비하여 롤링스톤즈의 성능은 떨어졌으나, 그들의 명성은 윈도우식 마케팅에 힘입어 지속 유지되고 있으니, 그 면에서도 윈윈이었다.



        -빌게이츠의 은퇴와 함께 내게 빌게이츠를 가장 강렬하게 심어주기 시작했던 윈도우 95의 론칭 캠페인을 생각하면서-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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