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 블루스(NYPD Blues)

입력 2008-05-23 11:44 수정 2008-05-23 11:44
 

뉴욕 경찰 블루스(NYPD Blues)




        뉴욕 경찰의 유니폼은 짙은 파란색이다. 뉴욕시에서 이들은 쉽게 눈에 띈다. LAPD처럼 차에 틀어 박혀 돌아다니지 않는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슬쩍 보여 주고 싶은 듯 살짝 손에 든 곤봉을 돌리며 약간은 거만스런 걸음걸이로 순찰을 하거나, 시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은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로 매우 터프하기도 하다. 과잉방어로 인한 살인이나 피의자 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조그마한 시비라도 벌어져서 신고가 들어오고, 이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면 그 기세에 길 가던 사람까지도 주눅이 들어버릴 정도이다. 그들의 장대하고 위협적인 신체와 파란 유니폼을 입고 떼 지어 들이닥치는 모습은 범죄자들을 압도하는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뉴욕 경찰은 전통적으로 돈에 약했다. 자신들의 적인 범죄 집단과의 결탁이 매우 심했다. 뉴욕 경찰을 대상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정의롭고, 그래서 외로운 주인공 형사와 그를 핍박하는 부패한 경찰 상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내부의 사조직 결성과 그에 따른 패거리의 형성이 다른 곳의 경찰에 비하여 두드러졌다. 이는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자신들만의 패거리를 결속하며 뉴욕 경찰을 주물렀던 1800년대 이래의 어두운 유산이기도 하다. 범죄 집단이 다루는 돈의 액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이민자 커뮤니티가 일찍부터 형성된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그런 뉴욕 경찰의 인기가 서서히 올라갔다. 루디 줄리아니(Rudolph William Louis Giuliani III) 시장의 범죄에 대한 강력 대처 방안에 따라 경찰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치안 상태가 개선되면서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것이 다시 경찰의 사기를 더욱 고양시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는 나도 잘 아는 괴팍하지만 창의적이라는 광고인 친구 하나를 기용하여 대대적인 경찰모집광고를 겸한 이미지광고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이 뉴욕경찰청 건물의 전면을 거대한 걸개그림으로 씌운 것이었는데 뉴욕의 명물로까지 회자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래도 어두운 면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던 뉴욕 경찰의 이미지가 바뀐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익히 알려진 것처럼 2001년의 9․11사태였다. 뉴욕의 수많은 소방대원들과 경찰관들이 희생되며, 그들은 어느 한편에서는 미국이 겪은 희생의 상징, 다른 한 쪽은 그래서 미국이 계속 전쟁을 벌이는 이유를 후방전선(Home front)에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맡았다. 9․11사태 1년이 조금 넘어 2002년 10월 맨하탄에서 거행된 크리스토퍼 컬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대서양 횡단을 기념하는 ‘컬럼버스 데이(Columbus Day)’ 퍼레이드를 본 직후 다음과 같이 글을 썼었다.




올해 우연히도 맨하탄에서 퍼레이드를 직접 현장에서 본 적이 몇 번 되는데, 그 때마다 주인공은 경찰과 소방대원, 재향군인이었다. 재향군인들이야 원래 이런 행사에 참여하여 행진하는 것에서 자부심과 동지의식을 느끼니 말할 필요가 없고, 소방국과 경찰은 9/11 참사를 계기로 만회된 이미지를 이런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공고히 한다는 의도가 있었겠다.

 주관적인 느낌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경찰과 소방대원에 대한 박수와 환호가 갈수록 엷어지는 것 같다. 그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조의를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표시하였다. 그러니 그것을 강요하듯이 계속 이 곳 저 곳 큰 관련도 없는 곳에 얼굴 내미는 행동은 그만 했으면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어느 순간에 소비자, 즉 일반 시민이 아닌 자기 브랜드 중심주의에 빠진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보내는 일반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당연한 것처럼 들리고, 그들이 퍼레이드와 같은 행사에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을 큰 시혜처럼 생각하는 그런 행태. 9/11 직후에 이미지 개선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수혜자로 뉴욕의 소방대원과 경찰들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시민들의 환대와 박수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던 그들이 이제는 어떤 불편을 끼치든 자신들의 퍼레이드를 원활하게 끝내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것 같다.




        근래 뉴욕 경찰이 신입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예전에 비하여 30% 이상이 깎인 신입경찰의 연봉 수준이었다. 그러나 RAND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다음과 같이 얘기를 했다고 한다. ‘뉴욕보다 연봉이 두 배 이상인 LA, 샌디에이고(San Diego), 피츠버그(Pittsburgh)도 신입 경찰 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YPD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NYPD라는 브랜드를 이용하여 새롭게 인원을 채울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 끝에 이를 보도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자가 덧붙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돈을 약간만 더 준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But a bit more cash would help).' 

 
       두 가지 견해에 모두 동의한다. 수치상으로 난관에 부딪혔다고 자신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근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브랜드 가치에만 매달려 현실적인 대책들을 도외시해도 안 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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