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현실이 되어 가슴 아픈 예측

        작년 마지막 날 “주의! 2008년 트렌드 다섯 가지”란 글을 여기에 올렸었다.  


1. 세대간 간극 심화

2. ‘국가’의 재탄생

3. ‘무방비(無防備)-Open’기업

4. Digital 2.0 Way의 확산

5. ‘초(超)명품’의 등장


        이렇게 다섯 가지를 얘기했는데, 첫 번째 예측이 근래 가슴 아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부친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미온적인 지지자셨다. 부인할 수 없게 호남이라는 출신지 영향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시 미온적인 비판자에 가까우셨다. 정치 관련해서는 사실 거의 평생을 두고 무관심한 태도를 견지하셨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족들을 포함한 자기방어를 위한 무관심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좀 자유로워지고, 당신께서도 은퇴하시며 시간이 나고, 친구분들과 어울리시며 무관심에서 미온적으로 발전(?)을 하셨다. 그런데 오늘 모시고 식사를 하는데, 광우병에 대해서 여쭙자 약간 흥분을 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셨다.


        “나는 미국과의 협상의 자세한 내용이나 광우병이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린 중고생 애들을 앞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애들이 나선다고 해도 말려야 될 사람들이 그걸 부추기고 있다니….”


        “요즘 애들이 시킨다고 그래서 시킨 대로 나갈 애들인가요?”하면서 얼버무리며, 다른 화제로 넘기려 했지만, 아버지의 분노와 근심은 쉽사리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현재 중고생 애들이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시사문제에 관해서 예전과 달리 얼마나 관심이 있고 지식이 놀랍게도 풍부한가에 대해서 말씀드렸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 격이었다.


        배를 곯으며 한국전쟁을 비롯한 험난한 시절을 보내며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sk, 그 정도까지 가지 못해도 일제시대에서 거의 변한 바가 없는 교복을 입고 교련 수업을 충실히 받은 박정희/전두환의 충실한 생도 역할을 했던 우리 세대에서까지 한미소고기 협상에 항의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중고생들을 두고 요즘 애들이 복에 겨워서 하는 투정이라고도 하고, 나의 부친처럼 순진한 애들을 사주한 배후세력이 있다고들 생각하며 그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그런 말씀이 틀리고 맞고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런 평가를 내리는 속에 그들 중고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자 하는 태도를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대처 역시 어떤 말을 둘러 대어도 몇십년 전의 학생생활지도란 이름 아래 극장으로 출동하시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교육 현장에서는 불쌍하기 짝이 없다는 아이들이 왜 거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외치면 복에 겨운 아이들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죽으라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애들이 왜 배후 사주세력의 얘기는 그렇게 잘 듣는 것일까? 그네들 배후세력의 말은 사탕발림과 같아서 입에 달아 착착 감겨들고, 고명하신 어르신들의 말씀은 입에 쓴 충언(忠言)과 같아서일까? 그럼 그것을 충언이라고 증명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현 정부의 각료나 지도급 인사를 포함하여 이 나라의 다수 어르신들께서 ‘잃어버린 10년’의 은인자중(隱忍自重)의 세월을 보내시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셨다고 말씀하시면 거기에 그렇게 큰 이의를 달지 않겠다. 그러나 그 세월의 무게가 다른 이들 특히 어린 세대들에게,  그들을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에비’하면서 금지하는 손짓으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점심시간에 부친의 얼굴에 얼핏 나타난 무서운 표정으로 모아지지 않았으면 한다.


        굳이 얘기하자면 ‘자애(慈愛)’의 브랜드를 추구하시는 것이 차라리 지난 10년간 잃어버리신 권위를 찾으시는 길일 것이다. 존경심이 따르지 않은 권위는 억압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다. 그럴수록 피억압 대상과의 간극은 넓어질 것이다. 안타깝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