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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브랜드에 관해 잊고 있었던 것들

 

우리가 브랜드에 관해 잊고 있었던 것들


브랜드가 넘치기에 모자라는 시대


      우리는 “브랜드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브랜드 결핍”의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글로리 칼버그(Glory Carlberg)란 광고인이 “Complexities of Choice”란 책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고 혼란스러워진 오늘날 고객들은 23가지 광고 중에서 최고의 제품을 고르기 보다는 그냥 예전에 쓰던 제품을 계속 쓸 지도 모른다.” 여기서 같은 제품에 대해서 23가지의 광고가 나온다는 것은 바로 23가지 이상의 브랜드가 난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고르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계속 쓰던 소수의 브랜드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글로리 칼버그가이 얘기를 한 것이 1965년이다. 그 이후에 수많은 브랜드들이 출현하고, 그 중에 극소수의 브랜드들만이 살아 남았다. 생성되는 브랜드의 수를 분모로 하고 소멸되는 것을 분자로 했을 때 그 분수는 그 때 이래 계속 작아지고 있을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롱 테일(Long tail)’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얘기했던 예전에는 소멸될 수 밖에 없는 브랜드들이 계속 생존하고 있고 닷컴기업의 경우는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 현상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점유율이 더욱 많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존재하는 브랜드의 수가 많아지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수 브랜드에의 집중도는 대체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서로 모순적인 ‘과잉’과 ‘결핍’이 공존하는 브랜드 세상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기존의 브랜드를 확장시킬 것인가의 문제로부터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Portfolio)의 문제는 문자 그대로 재테크에서 어디에 투자를 할 것인가, 어떻게 투자 기업들을 구성할 것인가의 재무포트폴리오 만큼이나 어렵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실제 기업에서 브랜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실행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면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부수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다. 그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름을 붙이는 원칙을 세우는 정도에서 그쳐 버리고 만다. 우리가 브랜드를 하면서 소홀히 하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고객의 자리가 없어진 브랜드 세상


      지난 수년간 브랜드에 관한 강의를 할 때마다 가장 자주 강조한 대목 중의 하나가 소위 ‘Internal branding(내부 브랜딩)’이라고 하여, 기업 내부에서의 브랜드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들을 꼭 이루겠다는 의지를 구성원들에게서 끌어 내는 일련의 프로그램이었다. 덧붙여 그를 위한 조직의 구성과 기업 내 각 구성원들의 역할, 기업문화와 어떻게 접목시키는가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사실 브랜드 컨설팅의 성패는 바로 내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달려 있고, 거기서 컨설팅 기관들 간의 역량 차이가 나타난다. 브랜드의 의미를 설정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브랜드 요소들을 디자인하고, 광고물을 비롯한 제작물을 만드는 것은 브랜드 컨설팅 기관 간에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고, 직접적인 효과를 측정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내부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은 수치상으로 그 효과를 증명하기는 힘들어도 내부의 사람들이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힘이 외부에도 바로 나타난다.


      브랜드는 대표이사 CEO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브랜드와 조직 구성의 얘기가 나오면 습관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바로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최고 경영진으로부터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함과 내부의 통일과 효율적 통제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까 외부의 소비자 고객들의 존재가 희미해졌다. 어느 식품기업의 경우 강력한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를 만들어 잘 키웠는데, 그 패밀리 브랜드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몇몇 제품들이 그 패밀리 브랜드와 아무런 연계도 없이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어서, 배경을 알아보니 패밀리 브랜드를 만들고 담당하고 있는 사업부와 다른 사업부에서 만든 제품이라서 쓸 수가 없다고 자연스레 얘기한다. 소비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조직이 아니라 의미로 브랜드를 가지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이 쳐다본다. 브랜드가 내부의 기준에 의해서만 철저히 문자 그대로 ‘관리’되고 있는 사례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소비자의 자리 찾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중심축으로 세워서 브랜드의 근원부터의 진단에서 출발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측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무시되어 왔던 브랜드 포트폴리오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쌓으면, 브랜드 전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를 떠나서도 어느 하나의 기준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면서 인생과 세상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도 갖추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소비자의 혜택과 그 느낌으로부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두 브랜드를 조직이 다르다고 하여 억지로 멀리 띄워 놓을 수는 없다.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멈추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는 고사(枯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 목숨처럼 브랜드 목숨도 질기다.


      앞으로 더욱 잦아지리라 예상되는 합병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 분야나 제품을 분리할 때의 브랜딩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브랜드 포트폴리오라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서 브랜드를 정의하고 운용하는 방법, 자신이 파 놓은 우물에 매몰되지 않고 소비자의 존재를 통하여 자신의 브랜드를 확인하고 점검하고 그에 맞추어 브랜드 포트폴리오라는 기준을 더욱 확고히 세워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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