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메가 트렌드와 새로운 경쟁요소

 

        1980년대말에 제 2차세계대전에 관한 책을 읽는데 토요다(豊田)자동차에 관한 기술이 눈에 띄었다. 1945년 8월 14일 일본 천황의 항복이 라디오를 타고 발표되기 하루 전날, 미국 공군이 대표적인 폭격기인 B-29기 수 십대를 필두로 엄청난 비행대를 조직하여 토요다 공장단지를 폭격하여 초토화시켰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만약에 그 폭격이 없었더라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60년대에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리라고 얘기했다. 폭격이 있던 14일이면 일본의 항복의사와 절차가 미국에게 이미 통보가 되었던 시점이었는데도 폭격을 가한 것은 종전 후의 일본 자동차 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작가는 음모론적 시각에서 썼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인터넷을 통하여 찾은 토요다자동차 사사(社史) 기록과 위키피디아(Wikipedia) 등에 의하면 실제 그렇게 엄청난 폭격은 없었다고 한다. 8월 14일에 B-29기 세 대가 내습하여 폭탄을 떨어트리고 자동화기를 쏘아대고 갔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단지 14일부터 토요다 공장단지가 있던 아이찌(愛知)현에 집중폭격계획이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종전이 일주일만 늦어졌더라도 일본 토요다 뿐만 아니라 일본 자동차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리라는 것이다. 어쨌든 토요다는 미국의 음모와 폭격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결국 2007년에 미국을 대표한다는 자동차 기업 GM을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의 자리에 등극한다. 


        토요다의 성공 요인으로는 최근 경영관련 최고의 화제어 중의 하나인 ‘가이젠(改善)’이나 유서 깊은 ‘JIT(Just In Time)’ 등의 생산방식에서의 경쟁우위도 있지만, 생산 외의 부문에서도 이전의 자동차 기업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토요다의 경우 다른 어느 자동차 기업보다도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면서 ’환경‘ 부문에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였고, 생산시설이 진출하여 있는 미국 시장에서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바로 감성적인 브랜드 이상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작업에서 다른 기업들에 앞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회적인 존재로서 기업에 대한 소비자 및 다른 사회 일원들의 평가와 부여하는 가치‘ 부문에서 토요다는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평판(Corporate Reputation)’이고, ‘생산기술-> 마케팅->브랜드’에 이은 제 4의 경쟁요소로 대두하였다. 그럼 기업평판이란 요소가 이렇게 중요하게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서 메가 트렌드를 짚어 보고, 그것을 아우르는 새로운 경쟁요소의 핵심을 끄집어내겠다.


다섯 개의 메가 트렌드


1. Networked World

        디지털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후반에 ‘닷컴’과 ‘벤추어’같은 용어들이 일상에 자리 잡는 것과 함께 ‘디지털의 총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반대에서 새롭게 ‘디지털 차별(Digital divide)’나 디지털 기계문명에 몰두하면서 빚어지는 개인의 ’소외‘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실제로는 우려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개인별로는 디지털화가 높을수록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7월 제일기획에서 소비자들을 디지털화 정도에 따라서 ‘아날로그’, ‘디지털 1.0’, ‘디지털 2.0’의 세 부류로 나눈 바 있는데, 아날로그 소비자의 평균 메신저 대화 등록 친구수가 16.3명인데 비해서, 디지털 2.0소비자는 세 배가 넘는 51.5명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접한 장노년층은 대부분 주변과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해진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업들도 전문성을 위해서 한 우물을 판다고 해도 다른 기업들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인가, 곧 협업을 하는가에 따라 기업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경쟁이론은 공급, 경쟁자, 잠재적 진입자, 심지어는 고객까지도 위협요인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들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이룩할 것인가 하는 관점, 곧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2. Open Society

        바로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 살다 보니, 기업이 소비자와 사회와 접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제품으로만 매장에서 소비자와 만날 터인데,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구매할 제품을 고를 때, 원료가 무엇인지, 어느 곳에서 재배되거나 만들어졌는지부터 시작하여, 제조업체가 사회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사실 그것을 기업에서 감출 수도 없다.

        열려 있다는 것은 또한 평등을 포함한다. 성별과 국적을 초월하여 직원을 채용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인사체계 및 규범과 기업문화가 확립되어 있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실행이 되어야 한다. ‘규정 따로, 실행 따로’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3. Borderless Commerce

        국경 없는 상거래라는 의미로 쓰는 이 용어에 이제는 기존 상거래에 존재하던 경계들이 없어졌다는 의미까지 첨가되었다. ‘기업과 기업’의 B2B나 ‘기업과 소비자’의 B2C와 같은 큰 의미에서 1:1의 단순한 거래는 더 이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각국의 정부와 NGO, 지역 사회의 영향력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거래 당사자간의 직접적인 계약뿐만 아니라 주변 소위 직간접적 관여자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까지 포함한 광의의 계약대상자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미국 뉴욕의 증권시장 결과는 바로 한국의 증권시장에 반영되고, 펀드에 투자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닫아 버리고, 결국 동네 음식점의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예전과 같은 한정된 시야와 지식만을 가지고는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가 없다.


4. Knowledge Economy

        정보 홍수의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 중요한 다듬어진 정보와 그런 정보를 갖고 있거나 창출하거나 다룰 수 있는 고급 인력, 그리고 그런 인력을 만들기 위한 정규 학교 이외의 ‘사회인’ 혹은 ‘평생 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6년 매킨지에서 낸 리포트에 의하면 단순노무직보다 고도의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들이 미국에서 계속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 1998년 이후 새로이 만들어진 일자리의 70%를 차지하며,  2006년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40% 이상이 바로 고급 두뇌와 경험의 소유자를 필요로 하는 자리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의 CEO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이제는 이런 지식을 가진 임직원들을 어떻게 채용하고, 지속 확보하고, 뒤쳐지지 않게 교육을 시키는가를 뽑는 사람들이 많다.


5.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환경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예전의 자원봉사형, 기금지원형의 일방적 퍼주기식 후원에서 벗어나 기업들의 경우 사업적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친화형 비즈니스를 개발하거나 기존의 비즈니스를 환경친화적으로 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적용하려 하고 있다. 토요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GE의 “Ecomagination”의 슬로건 아래 전개하고 있는 광고들에 보이는 여러 사례들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이런 수익성이 함께 하는 환경 활동을 통해서만 바로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가  가능하다.

        ‘펀드의 해’였다는 작년의 한국에서 섹터․테마펀드로 각광을 받은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환경펀드이다. 그러니까 이미 환경은 기업이 걸리지 않으려고만 하던 소극적 자세에서,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식의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분야로 노력하는 데서, 투자가들을 유인하는 데도 좋은 도구로까지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ngagement”의 시대


        위의 다섯 개 메가 트렌드들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로 네트워크가 되어 있기에, 감출 수가 없게 열려져 있고, 거래를 하는데 장벽이 없이 고려해야 할 관여자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관계형성자와 고려 대상자들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키우는 지식경제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그를 통해 환경으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요구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더 이상 독불장군식의 성장이란 도모하기 힘들다. 사회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관계 형성이 없이 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사회는 사회대로 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하여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계속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소비자’와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같은 사회 일원으로서의 기업’의 시대라는 의미에서 기업평판이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가된 이 시대를 ‘Age of Engagement’, 우리말로는 ‘통섭(統攝)과 융화(融和)의 시대’라고 명명하였다.


        학생으로 치면 단순히 공부만 잘하면 되던 시대에서 전인교육 차원에서의 평가가 중요하게 대두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이클 포터와 같이 사방이 모두 위협요소인 상황에서는 좁게 좁게 파고 들어가 자신의 벙커를 최대한도로 공공하게 만드는 데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 포터도 ‘기업이 산업구조를 적극적으로 바꾸면서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올릴 수도 있다’고 자신의 이론을 보완했다. 산업구조를 바꾼다는 것이 바로 기존의 세분화에서 관계없는 분야라고 여겨졌던 부분까지 연결해보고, 융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MIT의 신제품 분야의 대가인 글렌 어반(Glen Urban)  교수와 최대 글로벌 광고대행사 중의 하나인 맥캔 에릭슨(McCann Erickson)의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죠셉 플러머(Joseph Plummer) 박사의 다음과 같은 말로 변화된 경쟁 패러다임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품과 브랜드만 가지고도 지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아주 큰 기회를 놓칠 걸요.(You can live just on product and brand, but you will miss a big opportunity.-Glen Urban)”


“당신이 구입하는 건 브랜드입니다. 기업평판이란 당신이 진심으로 믿는 것이죠. 뭐 하나를 버리고 취하고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둘 다 꼭 필요한 것들이에요. (The brand is what you buy. The corporate reputation is what you believe in and trust. It’s not an either, or. You need both.-Dr. Joseph Plummer)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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