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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이야, 현대자동차와 슈퍼보울

 

실망이야, 현대자동차와 슈퍼보울


        2년전 이 칼럼에서 슈퍼보울(Super Bowl)에 얽힌 나의 꿈을 얘기하고, 당해연도인 2006년의 슈퍼보울 광고에 나타난 특성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한 바 있다. (2006년 2월 8일) 현대자동차가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슈퍼보울에 광고를 집행했다. 처음 현대자동차가 슈퍼보울에 광고를 집행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부러우면서도 반가웠다. 2년전의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현대자동차도 뿌리깊이 박혀 있는 중저가의 이미지를 떨쳐 버리기 위해서 슈퍼보울과 같은 노출도 높고 상징적인 의미를 사내외에 전할 수 있는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30초짜리 두 편에 최소한 550만$ 이상, 우리 돈으로 50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그러한 대규모 투자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신산한 과정과 방영 후의 ‘투자대비 효과(ROI: Return On Invest)’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담당자들을 생각하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자동차가 의욕적으로 내놓는 새로운 고급승용차인 제너시스(Genesis) 슈퍼보울 광고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기도 한데, 비슷한 열망을 가지고 있던 한국의 광고인으로서, 최초의 한국 기업의 꿈의 슈퍼보울 광고는 정말 부정적으로 경악스러웠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구체적인 부분 몇 가지를 지적하자.

        나레이션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호기 있게 풀어 나갔다. 정면으로 슈퍼보울 광고에 대한 여론조사와 경쟁사를 직접 겨냥하여 ‘이 광고에 대한 USA Today의 (슈퍼보울 광고 여론조사인) Ad Meter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메르세데스(Mercedes), BMW, 렉서스가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라는 멘트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이런 빅게임에 (어울리는) 새로운 고급승용차를 선보입니다’는 멘트로 시작하여, ‘(이런 슈퍼보울 광고에서)여러분들은 뭔가 깜짝 놀랄만한 반전(反轉)이나 유머를 기대하실 것입니다’로 기대감을 높여 놓으며 잘 끌고 갔다. 영상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편 다 ‘현대에서 이런 고급승용차가 나온다니 놀랍지 않습니까?’는 부분에서 힘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BMW 7-시리즈와 같은 널찍한 공간을 BMW 3-시리즈의 가격으로, 역시 메르세데스 S-클래스와 같은 공간을 C-클래스의 가격으로 즐기라는 데서는 ‘한 대 가격으로 두 대를 장만’하라는 80년대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다시 환기시켜주는 것만 같아서 등줄기에 전율이 일었다. 가격이 분명한 장점임에는 틀림없다. 렉서스도 처음에 나왔을 때의 소구 포인트는 메르세데스급의 성능과 편안함을 훨씬 낮은 가격대에서 즐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노골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생소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이나 미흡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상쇄, 보완하는 서비스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그 서비스라는 차별점과 경쟁우위가 혹시나 체면이 깍일지도 모른다는 고급승용차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고객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제너시스의 BMW와 메르세데스와의 비교는 대놓고 ‘당신들은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 S-클래스 살 돈이 없으니, 제너시스를 사라’는 식의 어투이다. 고급품시장에서 절대로 취하지 말아야 할 전술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전반적으로 슈퍼보울 광고들이 예년에 비하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고 명승부 중의 하나를 연출한 본경기와 비교까지 되면서, 광고에 대한 실망감들을 표시하는데 실제 눈에 띄는 광고를 찾기가 힘들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영향을 미쳤지만, 평을 할만한 가치가 있는 광고가 서너 개 정도에 불과했다. 먼저 USA Today의 Ad Meter에서도 1위를 차지한 버드와이저(Budweiser)의 달마시안이 버드와이저의 전통인 맥주마차를 끄는 클라이스데일(Clydesdale) 말을 훈련시키는 내용의 광고는 일관성과 브랜드 아이콘의 힘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로 올해 단연 돋보였다. P&G의 세제 타이드(Tide)는 옷의 얼룩이 자신에 대하여 훨씬 많이 보여 준다며 타이드를 써야 하는 이유를 유머러스하게 잘 보여 주었다. 빅토리아스 시크릿(Victoria’s Secret)은 풋볼(Football) 게임에 광고를 집행하면서, 풋볼 자체에 대하여 코웃음을 치는 듯한 도도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와 함께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남성 시청자들에게 선물 후보군의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 매겨졌을 것이다. 전통의 코카콜라는 추수감사절의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엽기적으로 흘러버린 펩시와 비교하여, 말 그대로 미국의 국민브랜드(All-American Brand)로서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슈퍼보울 광고에서 예전과 비교하여 전체적으로 세 가지 두드러진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광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3B, 미인(Beauty), 동물(Beast), 아기(Baby)의 출현이 부쩍 늘었다. 특히 올해는 항상 등장하는 버드와이저의 클라이스데일 말부터 그와 말과 함께 한 달마시안, 페덱스의 대형 비둘기, 브릿지스톤 타이어의 다람쥐, 도리토스(Doritos) 스낵의 쥐, 소비(SoBe)의 춤추는 도마뱀까지 동물들의 경연장과 같았다. 둘째,  유머의 도를 넘어선 엽기가 화면을 채웠다. 위에서 얘기한 동물들도 거개가 대형 비둘기나 사람을 덮치는 도리토스의 쥐, 춤추는 도마뱀에 더하여 개토레이드를 먹는 개 등 상식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거의 상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기의 옹알거림에 더빙하여 나레이션을 전개하다가 아기가 토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과 같은 장면은 펀치라인도 없이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것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귀에 익숙한 흘러간 팝뮤직과 그 아이콘들이 많이 쓰였다. 버드와이저에 쓰인 “Eye of the Tiger”, 소비의 ”Thriller”, 선실크(Sunsilk)의 마돈나(Madonna), 브릿지스톤의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등을 들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얘기한 세 가지 특성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가 생각하면 바로 그만큼 창의력이 저하한 것과 바로 연관이 된다. 상투적으로, 억지로 강요하며, 이미 구축되어 있는 것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바다 건너 미국 광고시장의 일이라고 쉽게 얘기한 것 같은데, 현대자동차 제너시스가 남의 일 같지 않듯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정식으로 시작된 무자(戊子)년에는 최소 슈퍼보울에 나온 광고들의 수준은 넘어서는 작품들을 만들어야겠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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