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 <미래 기업의 조건(Seeing What's Next)> 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en) 교수의 키는 2미터가 조금 넘는다. 키가 크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머리를 부딪힐까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는데, 예상보다 한 뼘은 더 높이 있는 그의 눈과 마주치려 애쓰며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려 했다.

 

그래도 그의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온 얼굴로 빚어 내는 미소에 맘이 풀어졌다가, 따뜻하지만 꽉 움켜쥐는 손의 크기와 아귀힘에 다시 주눅 비슷하게 들게 된다. 그리고 역시 익히 한국말이 유창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우리말에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된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어요? 죄송합니다." 그는 몰몬교 선교사로서 1971년부터 2년간 한국에서 전도활동을 했다. 자신의 홈페이지(www.claytonchristensen.com)에도 한국어가 유창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적어 놓았고, 당시를 회고하는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2002년 초 방송 모 방송 프로그램 관련하여 그를 인터뷰하러 그의 연구실로 찾아 갔었다. "똑똑하지만 겸손하고, 개념적이지만 실질적이고, 학술적이지만 실무적 경험이 많고, 크게 성공했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돕기 위해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일 줄 안다"는 의 공동자 중 한 사람인 스콧 앤서니(Scott Anthony) 교수의 말처럼, 그는 거의 무례할 정도였지만 절박했던 나의 인터뷰 요청을 그는 기꺼이 받아 주었다.

 

독실한 몰몬교도답게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그들의 사진이 연구실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2001년 듀크(Duke)대학교 농구팀 선수들이 '3월의 광란(March Madness)' NCAA우승을 자축하며 턱시도를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약간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자, 기다렸다는 듯이 선수 중 하나를 가리키며 자기 아들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당연히 직접 혹은 사진으로도 보지는 못했지만 크리스텐슨 교수가 한국에 선교사로 왔을 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잘생긴 친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버지보다 키가 2인치 더 크단다. 혹시 프로농구 NBA로 진출했느냐 물었더니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NBA 드래프트에 떨어져서, 할 수 없이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으로 갔지요."
 

1월 29일 있었던 한국 프로농구 드래프트의 낙수 기사로 자신의 제자 4명을 드래프트장에 보내고 노심초사했던 모대학 감독의 얘기가 어느 신문에 실렸다. 그 감독이 "평생 농구만 한 녀석들인데 백수가 되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한 곳에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하겠지만, 명색이 '대학농구'이고 크게 '학원 스포츠'라고 부르는데, '대학'과 '학원'은 어디로 갔는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미국도 농구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백수가 될 수 밖에 없는 대학농구선수들이 부지기수로 많겠지만, 비정상적인 것을 예전부터 그래 왔다고 그냥 받아들여서야 되겠는가?

 

다행히(?) 기사에 나온 4명의 선수들은 모두 프로팀에 지명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들이 지명된 무대 뒤로 훨씬 많은 20여년이지만 평생 농구만 한 선수들이 백수의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제발 앞으로는 드래프트에 떨어지고, '에이, 이제 할 수 없이 사법고시나 봐야겠다'는 선수들이 나오길 바란다. 그게 바로 백수인가?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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