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글이 빛나는 이유

 

      "현의 노래"와 "칼의 노래" 연작으로 입지를 굳히고, "남한산성"으로 완전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소설가로 등극한 듯한, 그래서 이제는 소설가로 먼저 호칭되는 김훈이 있다. 나에게는 소설가보다 진정한 글쟁이 기자로서 김훈이 먼저였다. 이제는 제호 현판을 유지하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어느 신문의 공전의 히트 시리즈인 "문학기행"의 주담당자였던 김훈 기자가 먼저 각인되어 있다. 지금 보면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저 50년대, 60년대의 이야기같이 들리지만, 우리 80년대의 대학 시절 "문학기행"이 실리는 날이면 누군가가 그 신문을 사가지고 학과 도서실에 가지고 오고, 그 면만 잘라내어 모두가 돌려 보며 감탄하곤 했다. 그렇게 문학기행을 읽으며 감동과 부러움의 한숨을 쉬던 작자의 하나였습니다.

 

      당시 박모 기자와 김훈 기자가 돌아가면서 문학기행 시리즈를 담당을 했는데, 박모 기자의 글이 수평선상에서의 감동이라면, 김훈은 우리의 머리 위 저만치에서 고고하게 놀고 있었다. 그래서 난 사실 김훈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건방져 졌는지 이제는 김훈 특유의 톡 쏘는 듯한 짧은 문체에도 콧방귀를 꾸면서 '이 아저씨 또 젠 체 하네'하는 식으로 보곤 한다. 따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저 포도는 시어서 먹을 수가 없어'라고 애써 합리화하는 여우의 심정도 조금은 있다.

 

      그런데 요즘 한창 바빠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 친구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이 눈에 들어 왔다. 김훈의 '세설(世說)'이란 부제같은 것이 붙었는데, 바로 빌려 읽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제목이 가슴에 사무친다고 한다. 그러나 일목요연하게 한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 아무리 김훈의 문체가 시리다 해도 긴장감이 진도가 나아가면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간쯤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김훈이 포항제철, 곧 포스코를 방문한 이야기를 쓴 부분이었다.

 

"포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내내 신라나 가야 시대의 대장간을 상상하고 있었다. 포항제철소는 가야의 대장간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변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쇠는 대체 인간에게 무엇이었으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광고하는 사람들도 나는 어떤 제품이나 기업을 맡든지 간에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지고 그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종류의 조사를 통해서 알아 볼 것은 알아 봐야겠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그 순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스냅샷일 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하더라도 현재의 모습을 아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조사 결과로부터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광고주도, 광고주의 경쟁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있어야, 조사 결과도 다르게, 제대로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제철의 담당자가 김훈이 기자 생활 근 30년에 처음 포항제철에 왔다는 말에 놀랄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포항제철을 다녀 왔고 기사를 썼지만, 김훈의 글이 유독 빛나는 것은 그의 문체도 있지만, 그가 바로 위와 같은 질문을 가슴에 품고 글을 썼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