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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품들의 사용실태로 본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1)

발명품들의 사용실태로 본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1)

 

      1982년에 창간되어 올해 25주년을 맞이한 미국 최초의 전국적 일간신문인 “USA TODAY”지는 올해 초부터 지난 25년간 각 부문에서 기념 혹은 기억할만한 것들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미국인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 온 25가지 발명품을 뽑았는데, 대체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뽑히리라 예상되는 것들과 비슷한데, 몇 가지 서로 다른 점들을 반영한 결과들이 있다. 그런 차이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국민성이나 생활양식에서의 차이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가지고 온 것들로 뽑힌 최상위 세 가지 발명품으로는 핸드폰, 노트북 컴퓨터, ‘블랙베리(BlackBerry)’가 꼽혔다. 세 가지 모두 바로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동성과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준 제품들이다. 그런데 핸드폰과 노트북 컴퓨터는 한국에서도 미국 이상으로 크게 보급되고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지만, 블랙베리는 용어조차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리서치 인 모션(Research In Motion)’ 이란 캐나다의 삐삐(Pager) 회사가 1999년에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은 블랙베리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Smart phone)이라고 회사에서는 주장하지만 기본적으로 휴대용 이메일 송수신기이다. 물론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이메일 송수신 이외의 기능으로 블랙베리를 쓰는 경우는 극히 소수가 인터넷 검색하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용도의 다양함을 떠나서 블랙베리는 700만대 이상이 팔렸고,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서 회의 시간을 포함해 언제나 블랙베리를 꼭 확인해야만 하는 ‘블랙베리 증후군’이란 용어를 쓰고, 블랙베리로 메일을 보내느라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가서 오는 ‘블랙베리 엄지통증(BlackBerry Thumb)’과 그 중독성이 마약 중에서도 특히 중독성이 강한 ‘크랙(Crack)’과 같다고 하여 ‘크랙베리(CrackBerry)’라는 신조어들을 양산해 낼 정도로, 미국인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 온 기기의 3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인데 왜 한국에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까? 실제 2006년 6월에 KT에서 블랙베리를 도입하였으나 현재까지 채 1천대 미만의 기기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왜 블랙베리 사용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네 가지 정도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땅의 넓이에서 그 차이가 생겼다. 우리 나라는 전국이 동일 시간대로 언제라도 통화가 가능하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 해안간에 세 시간 차이가 난다. 말하자면 동부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서부의 사람들은 단잠의 마지막 단계를 즐기고 있을 때이고, 서부에서 출근을 하면 동부는 점심시간으로 접어들고, 서부에서 한창 피치를 올리고 정리를 할 때면 동부는 퇴근을 서두르는 시간이 된다. 중간중간 전화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메일로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로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소비자의 특성 중 하나로 ‘즉시성’을 드는데 한국인들이 특히 이것을 즐기고 강력하게 추구한다. 예전의 ‘빨리빨리’하는 습성을 반영한 것인지 소식이나 나의 의견을 바로 전달하고, 그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으로 받고자 한다. 이메일의 경우 아무래도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것들도 정리를 하여야 하고, 상대의 답신을 기다려야 하니 디지털 한국인이 요구하는 즉시성의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단인 것이다.

 

      셋째, 역시 디지털적인 속성의 하나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드는데, 한국인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강준만 교수의 표현으로는 한꺼번에 어떤 기회를 만나 여러 가지 처리하려는 ‘홍수’와 같은 습성을 지닌 것이다. 위의 즉시성과 연계하여 핸드폰으로는 통화 중에 불쑥 생각나는 것들을 즉각즉각 실시간 대화로 해결하든지 공유할 수 있는데, 이메일로는 아무래도 건건이 처리하여야 하니 궁합이 썩 잘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저렴한 핸드폰 통화료가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핸드폰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이끈 측면도 있다. 핸드폰으로 길게 말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일은 문자로 처리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것도 굳이 블랙베리와 같은 이메일 기기를 상요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잠잠한 도입기를 오래도록 거치다가 어느 순간에 사용자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하키 스틱’형 소비곡선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디지털 시대의 수요는 어느 누구에게도 섣부른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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