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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일본 기업이다. So what?

삼성은 일본 기업이다. So what?

 

      2006년 5월 「삼성은 일본 기업이다?」라는 제목으로 여기에 글을 실었다. 거기서 ‘대다수의 외국인들, 미국인들은 대부분이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분강개하시는 분들에 대한 약간의 비판과 함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주 강하게 삼성을 알고 있는 80%의 미국인들 중의 70%, 그러니까 전체 미국인으로 치면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이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졸문(拙文)을 쓴 지 1년이 지나서 지난 5월말 「미국 대학생 58% “삼성전자? 일본 기업 아닌가요?”- LG전자, 현대자동차도 인지도 낮아」, 「미국 대학생, 삼성·LG·현대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기사들이 일제히 한국 신문들의 지면을 장식했다. 한국 기업들의 원산지(Country of origin)를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39.7%로 일본의 81.8%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함께 전하면서 개탄스럽다는 논조였다. 어떤 질문으로 신뢰도를 파악했는지 궁금하여, 조사회사에서 나온 자료를 찾아서 보았다. ‘이 국가 제품은 대체로 품질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believe this country makes quality products overall)’는 사람들의 비율을 측정한 것인데, 별다른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긍정과 부정만 간단하게 집계만 한 것 같다. 그 설문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

 

      이와 연결하여 조사회사의 연구원이라는 친구는 보도자료에서 “미국 대학생들이 사용 제품의 국적을 잘 모르거나 미국이나 일본 및 독일 제품일 것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무지가 휴대전화 제조업체, 특히 한국기업들에는 오히려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사 대상 기업들 중 원산지 오인지(誤認知)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이 노키아(Nokia)였다. 겨우 5%에도 미치지 못하는 4.4%만이 노키아가 핀란드(Finland)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국가 신뢰도라고 표현했던 분야에서 핀란드는 한국보다 훨씬 처진 31.4%에 불과했다. 그럼 노키아도 모토롤라(Motorola)의 아성을 무너뜨릴 때, 원산지 관련하여 미국인들의 원산지에 대한 무지의 덕을 본 것은 아닐까? 참고로 삼성과 노키아를 일본 혹은 미국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합하면 각각 68.3%와 66.2%로 비슷하다. 모토롤라는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42%로 제대로 알고 있는 37.9%보다 높게 나타났다.

 

      9개 품목(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비디오게임, 스테레오, 컴퓨터, 자동차, 의류, 초콜릿, 시계)에 대한 원산지 선호도(Most preferred Country of Origin)를 보니, 일본이 휴대전화부터 스테레오, 그리고 자동차까지 다섯 개 품목에서 1위였다. 미국이 시계를 제외한 세 개서 1위, 시계는 전통의 강호인 스위스가 가져 갔다. 그런데 휴대전화에서 일본의 존재는 정말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90년대 말까지는 미국 시장에서 그래도 소니(Sony)와 산요(Sanyo), 파나소닉(Panasonic)이 5위권을 들락거렸으나, 어느 순간에 한국 기업들에게 밀리면서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던 소니마저도 에릭슨(Ericsson)과 합쳐서 ‘소니에릭슨’이 되어 엄밀한 의미에서 일본 휴대전화란 미국 시장에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MP3플레이어도 소니의 워크맨(Walkman) 브랜드가 잊을 만하면 신제품을 내보내고 퍼블리시티 활동을 제법 펼치고 있는데, iPod과 삼성의 Yepp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그들 분야에서 선호도 1위로 나왔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하여야 할까?

 

      광고전문지인 애드에이지(Advertising Age)에서도 같은 조사 결과를 가지고 기사를 실었는데, 그들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원산지 이미지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고, 특히 물리적 국경을 넘어서 서로 소통하고 놀 수 있는 인터넷과 함께 자라 온 젊은 세대들은 원산지라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둘째, 원산지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은 갈수록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며, 차라리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예로 애드에이지는 GM의 ‘애국심 마케팅’을 들었는데, GM의 경우는 트렌드에 반하는 측면과 함께 같은 노래를 너무 오래 지겹게 틀어서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질려 버린(Sick & tired)된 면도 크다.

 

      애드에이지의 관점에 동의하며,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젊은 세대의 지리(地理)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수준이 뚝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이 특히 미국 밖의 세계에 가장 무지한 국민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아예 관심을 가지려 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경우도 2005년 일본지리학회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상으로 언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국가들의 위치를 지적하라는 조사인지 시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학생의 거의 반수에 이르는 43.5%가 이라크(Iraq)의 위치를 몰랐다고 개탄하는 기사를 봤다. 어느 정도 정확하게 위치를 찍어야 맞는 것으로 취급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지리상 국가 이름, 위치 그리고 제품에서는 원산지 같은 것들을 알아야 하고,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 조사와 같이 확인하려 하고, 그 결과에 개탄하는 행동들 자체가 예전 시대의 기준을 현재의 세대에 억지로 적용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원산지 이미지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인가? 자신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는 부인할 수 없게 존재한다. 예전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원산지 이미지의 영향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원산지에 기초한 브랜드 만들기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원산지를 부각시킬 것인가 숨길 것인가는 내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하여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결정의 문제이다. ‘Korea discount’라고 자조적인 말들을 스스로 먼저 내뱉기만 할 일은 아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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