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이 사는 법

 

      오는 7월 21일 0시부터 발매가 시작될 예정인 『Harry Porter and the Deathly Hallows』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인터넷서점 아마존(Amazon)은 이미 1백만 부 이상을 확보하고, 책에 표시된 정가 $34.99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격인 $17.99로 사전예약 판매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부동의 1위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은 온라인 가격 $20.99, 반스앤노블 멤버의 경우 $18.79로 50만부 이상을 확보하며 역시 사전예약을 받고 있었다. 이럴 경우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소비자가 굳이 반스앤노블 웹사이트로 들어가서 책을 구입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것이 반스앤노블이 아마존을 겨냥하여 온라인 판매의 비중을 높이려 10년을 두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반스앤노블 총매출 52억$에서 온라인의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4억3천만$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이다. 참고로 아마존의 경우는 서적 매출만을 분리해서 발표하지 않지만 2006년 총매출이 100억$을 넘어섰다.

 

      반스앤드노블같은 오프라인 서점의 절대 강자도 아마존의 위세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한 이런 상황에서 동네의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이 정가 그대로 $34.99을 받으면서 사전예약판매를 하는 것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일단 그런 서점들의 전체 개황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95년 4,500개 정도였던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이 2007년에는 1,600개에 미치지 못하여 1/3 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출판시장에서 오프라인 서점에서의 매출 비중이 1992년 5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2007년은 3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인데, 오프라인 서점의 수가 1996년 5,000개 이상에서 2006년 2,0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의 전체 출판시장 자체가 1996년 3조6천억원에서 1조원 정도가 빠져 2005년에는 2조6천억원 대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온라인서점과 교보문고로 대표되는 대형서점들만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대부분의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거나, 고객들을 끌어들이는데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수익만을 갉아 먹는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꿋꿋이 버티면서 정가로 판매를 하면서 상당한 사전주문을 기록하고 있는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이 있다. 마이애미(Miami)의 "북스앤북스(Books & Books)"라는 서점의 경우 사전주문이 1천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몬태나(Montana)주의 해밀튼(Hamilton)이란 인구가 5천명도 되지 않는 소도시의 '챕터원(Chapter One)'서점은 온라인 서점은 차치하고 한 시간 거리 이내에 반스앤노블같은 대형서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대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80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북스앤북스와 챕터원 두 서점이 온라인이나 대형서점들과 다르게 제공하는 것들이 있기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먼저 북스앤북스에서는 책의 공식판매가 시작되는 3시간 전인 7월 20일 금요일 저녁 9시부터 해리포터 가장행렬, 퀴즈대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파티가 열리고, 21일 0시를 기하여 모든 사전주문자들에게 직접 책을 전달해 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마 실제로 1천 가구 이상을 찾아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전주문자들은 파티에 참석하고 있으니, 현장에서 뿌려지는 책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까 싶다. 챕터원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파티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거기에 챕터원의 경우는 사전주문해서 팔리는 책당 $7을 구입자가 지정하는 도서관에 기부한다. 소도시인만큼 지정하는 도서관들 모두가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아주 익숙한 장소일 터이다.

 

      사실 블록버스터급 서적들이 판매되기 시작될 때 비슷한 형태의 파티가 각지의 대형 서점 체인들에서 열리곤 한다. 그리고 이런 서점들에서는 저자를 초청하여 사인회 행사도 곧잘 벌이고, 사인을 받기 위하여 줄지어 선 독자들의 모습 흔히 볼 수 있다. 아마도 두 서점에서 주최하는 파티의 참가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형 서점의 행사에 모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두 서점에 7월 20일 밤에 모인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바로 연대의식(Sense of community)이다. 대형서점에 가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하여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익명의 개인 독자로서의 존재감 혹은 특정 저자나 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관계만을 가지고 있다면, 두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의 파티 참석자들은 지역 기반의 수평적인 연대감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서점은 그런 연대가 펼쳐지는 공간이자 그 연대의 멤버 중의 하나가 된다. 브랜드가 고객과 맺는 관계의 최고봉이다.
 

      추억이 묻어 있는 서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주로 대학 시절에 들르곤 했던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들의 부고를 접하면, 그 험했던 폭력까지 견디고는 코스피(KOSPI)지수 사상최고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이런 시절에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의 변신 노력이 충분했는가 하는 부분도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소지역 단위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진행이 될수록 더욱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중시되는 경향과 지적(知的)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참여 욕구를 생각할 때, 단지 책이 거래되는 유통장소가 아닌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을 만들어 나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이 새롭게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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