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롱테일(Long Tail)과 그 이면

입력 2007-04-26 18:30 수정 2007-04-26 18:30
길어지는 롱테일(Long Tail)과 그 이면

 

      퀴즈 하나.

      "2006년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규모는 약 160억$ 정도로 추산된다. 이 160억$에서 구글(Google)로부터 시작하여 야후(Yahoo), AOL, MSN 등 상위 10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로 어느 정도 될까?"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40%에서 70% 정도로 대답을 한다. 그것도 꽤 넉넉하게, '상당히 높을텐데' 하면서 좀 과하다 싶게 추정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실상은? 온라인 컨설팅 회사인 마켓스페이스(Marketspace)의 발표를 보도한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 4월 8일자의 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무려 99%이다(※ 아래 보충 설명 참조). 99%라는 수치가 놀랍지 않다면 2005년의 95%에서 상승한 것을 생각해 보라는데,  과점화(寡占化)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에 놀라라는 것인지, 원래 그렇게 높았는데 더욱 높아진 사실에 놀라라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두 가지 측면을 다 갖추고 있는데, 인터넷 비지니스의 근본적인 성격에 이런 독과점적인 요소가 태생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 애드버타이징 에이지 기사의 헤드라인에서 사용한 "'Democratized' Medium(민주적인 매체)"라는 표현처럼 인터넷은 기존의 일방적, 피동성을 강요하는 매체에 비해서 민주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고 여겨졌다. 요즘 지나치다 싶게 유행하는 UCC나, '1인 미디어' 같은 용어들이 바로 인터넷의 민주적인 성격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구현하는 것들이다.

 

      이런 민주적인 성격이 인터넷을 이용한 혹은 인터넷이라는 무대에서 비지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의 상황은 다르다. 2000년 초에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정도로 브랜드의 분화가 철저하게 나타날 것이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즉,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이름으로서의 브랜드는 붙어 있지만 그야말로 명목상의 이름이고 가격과 기능과 같은 물리적인 싸움만을 벌일 것이다. 실제 어떤 의미가 붙은 브랜드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아주 프리미움이거나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만 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generic brand', 'retail brand' 식으로 부르는 대형 유통업체의 브랜드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물리적 속성으로만 승부하는 이름만의 브랜드들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가정을 뒷받침해준다.

 

      대형 유통매장에 보면 특정 물품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들이 매대에 놓여 있다. 우리 집에서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유통점에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가는 편인데, 우리 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식품인 쌀의 경우 이십 가지가 넘게 놓여 있고, (※ 쌀의 경우 2006년말 현재 1천 8백개 이상의 브랜드가 등록이 되어 있다.) 김치는 십여 군데에서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김치를 버무리면서 사이사이 우리같은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손짓하며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아주 냉정해져서 브랜드 하나하나를 여러 각도에서 따져 보겠지만, 그 숫자에 질려서 브랜드 간의 제품적인 차이는 없다고 스스로 합리화시키면서 가격만을 비교하든지, 아니면 눈에 익거나 뭔가 확실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브랜드를 사게 된다. 그런데 전에 여기에 올린 김치에 관한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가끔 가다가 색다른 브랜드들을 시험 구매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시험적인 구매가 지속적인 구매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품목을 떠나서 거의 없고 결국은 소수의 몇 개 브랜드로 돌아간다. 결과적으로 선택되는 브랜드의 수는 많아질 수 있으나, 그 수가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어떻게 보면 '쏠림현상'이 두드러져 보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워낙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아마도 모든 경우에 그 쏠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롱테일경제학(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 Selling Less of More』에서 얘기한 개념과는 어째 엇나간 듯한 느낌이다. 크리스 앤더슨의 '긴 꼬리(Long tail)' 개념을 생각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준 디지털 주크박스 이캐스트(Ecast) CEO의 질문은 '디지털 주크박스에서 선택할 수 있는 1만 종의 앨범 중에서 분기당 단 1곡이라도 팔린 앨범이 몇 퍼센트일까?'였다. 크리스 앤더슨은 80/20법칙에 의거하여 속으로는 20%라고 생각을 했으나, 출제자의 의도를 감안하고 '애써 큰 배포'를 보이기 위하여 50%로 대답을 했는데, 그 수치를 훨씬 넘어 98%라는 수치에 그는 실로 경악을 한다.

 

      그런데 당연히 눈치들을 챘겠지만 크리스 앤더슨이 받은 질문은 내가 이 글의 앞 부분에서 낸 질문과는 반대 방향에서 나온 것이다. 나의 질문과 같은 식으로 상위 10개 앨범이 판 곡들의 점유율을 물었다면 몇 퍼센트가 나올까? 그리고 크리스 앤더슨이 98%라는 롱테일에 놀랐던 2004년 이후의 추이는 어떠할까? 아마도 제공되는 곡들의 수는 늘고 있지만, 상위 소수 앨범에의 집중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 업체의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상위 소수자의 점유율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크리스 앤더슨은 점점 더 길어지는 꼬리에만 눈을 두다 보니 어쩌면 점점 더 커지는 머리 부분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정 현상을 발견하고 분석할 때 어느 한 부분에만 몰두하다 보면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다. 꼬리와 함께 머리를 보면서 꼬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민주적인 도구로서의 인터넷의 이면에 있는 독과점적인 요소도 함께 보아야만 인터넷의 민주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할 수 있다. 그 긍정적인 속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 상위 10개 업체가 99%를 차지한 것은 그로스 광고비(Gross advertising spending)였다. 네트(Net)로 하면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서의 '네트'는 인터넷매체대행사 등 중간 비용을 뺀 금액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구글, 야후, AOL, MSN 4개사의 네트 점유율은 2006년 57%인데, 올해는 66%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계속 집중도가 심화되는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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