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트렌드3-모든 감각이 통하게 하라

 

      2002년 초에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경영대학원에서 열렸던 브랜드 컨퍼런스에 참가했었다. 중간 점심 시간에 옆 자리에 앉았던 여성과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게 되어, 자연스럽게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향(香) 컨설턴트'라면서,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컨퍼런스 정보를 듣고 참가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MBA를 마치고 이름도 낯선 '향 컨설턴트'를 한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어떤 일인지 자세하게 물어 보았다. 고객의 브랜드를 분석하여 그 브랜드에 가장 알맞는 향을 만들어 준다든지, 찾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예로 라스베가스(Las Vegas)의 벨라지오(Bellagio) 호텔 전체에 흐르는 은은한 코코넛 향, 싱가폴항공의 기내에서 맡을 수 있는 스튜어디스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기체에 배여 있는 지가 불명확하지만 열대 바닷가의 훈훈한 바람에 실려 오는 듯한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테판 플로리다 워터스' 아로마를 들었다. 그러면서 체험마케팅으로 유명한 번 슈미트(Bernd Schmitt) 교수가 예전 자신이 칼럼비아 경영대학원 시절에는 정말 멋있었는데, 이제 살도 찌고 늙었다고 농담까지 곁들였다.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알던 오페라 가수 출신으로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 즈음하여 각 브랜드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 주는 '음향 브랜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여, 그 친구를 따라서 그 회사에까지 가본 적이 있었다. 음반 스튜디오인지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지 분위기가 묘했었는데, 신생회사로는 상당히 성업 중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인텔(Intel)의 광고에서 들을 수 있는 '딩동댕' 비슷한 소리 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 냉장고 문, 핸드폰 폴더를 닫을 때 등 온갖 종류의 소리를 연구하고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람의 욕망(Desire)는 생리적, 심리적 욕구를 자극하는 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몇 가지 감각이 함께 자극을 받을 경우에 욕망은 몇 배로 더해 진다. 겨울철 대형 유통 매장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끌려고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차가움에 움찔 놀라게 되는데, 거기에 항상 따뜻한 온기가 흐르게 된다면, 그리고 헬스클럽의 런닝머쉰 등에 있는 것처럼 심장 박동 상태를 체크해주고, 바이오리듬까지 알아 볼 수 있다면 쇼핑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과일 매장에서는 시각이 다른 모든 감각에 비하여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각적인 요소에 더해서 과일의 향기를 솔솔 실어 보내고, 어울리는 음악을 헤드폰을 끼고 들으면서 과일을 집어 들어 과일 자체의 향을 맡고, 시식까지 곁들인다면 우리가 얘기하는 오감(五感)으로 고객과 대화하며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하나의 예라 하겠다. 또한 일상적인 제품의 배열도 감각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배치하여, 제품들의 구분을 새롭게 하여, 고객들에게 보다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도 감각을 매개로 하여 고안할 수 있다.

 

      근래 인기를 끄는 다양한 감각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의 하나가 '빛(Light)'이다. 단순한 조명 이상으로 빛은 따스함, 부드러움, 차가움, 예민함과 같은 메시지를 크게 전할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환경친화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그런 제품을 다루는 매장의 경우 창을 넓게 한다든지, 천장을 통한 자연광을 이용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고객의 건강 상태나 기분까지도 감지하여, 그에 따라 빛, 향기, 소리를 조절하는 장치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매장은 아니지만 토요다자동차는 미국의 스탠포드대학교(Standford University)와 어펙티브미디어(Affective Media)사와 공동으로 운전자의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감지하여 자동차 내부를 시원하게 한다든지 운전자가 즐겨 듣는 노래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장치들이 매장 내로 도입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매장에 설치된 공감각(共感覺)적인 장치는 고객의 욕망의 사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매장의 성격을 확실히 하고, 경쟁자 대비 우위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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